간호계뉴스
환자가 준 모과차 한 잔
김덕하 간호사(아주대병원 응급간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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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도 없이 겨울 다음에 여름이 바로 다가와 버린 무더운 날, 나이트 근무를 할 때였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더니 근무하며 몸이 더욱 나빠지고 있었다.기침이 30분 이상 쉬지도 않고 지속되고 구토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일을 못할 만큼 힘들어하고 있던 그때, 간호사실에서 가까운 병실에 있던 보호자가 가까이 다가와 나를 쳐다보고 계시는 것을 느꼈다.순간 아차 싶었다. 병실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시간은 새벽 1시쯤. 분명 내 기침소리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보호자일 것이란 직감을 했다.
“어떻게... 그렇게 힘들게 기침을 하노. 간호사가 너무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내 약이라도 주려고 가지고 나왔네. 나도 기침이 심해서 낮에 병원에서 기침약 타왔는데, 이거 먹어봐요.”약봉지를 본 순간 고마운 마음보다 온갖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저분, 혹시 지병 있는 거 아닐까? 도대체 이 약 성분이 뭐지? 부작용이 있으면 어쩌지?’ 보호자의 성의에 차마 거절을 할 수 없어, 그분이 지켜보는 앞에서 약을 먹었다.
약을 먹어도 기침은 멈추지 않고 점점 심해졌다. 1시간쯤 지나서 이번에는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처치실로 들어왔다. 보온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이거 모과차인데 먹어봐. 이렇게 힘들면서 환자를 어찌봐. 딱해라. 이거 먹고 얼른 나아. 그래야 다른 환자 돌보지.”라고 하시며,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향긋한 향이 전해지는 모과차를 따라주셨다.한동안 손에 든 모과차를 바라보다가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몸이 아픈데도 야간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내 환경에 대한 서러움,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따뜻한 모과차보다 더 뜨거운 두 분에 대한 고마움이 동시에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간호사란 아픈 사람을 간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간호사는 질병에 쉽게 노출되어 아플 수 있는 사람이다.하지만 의료인의 아픔은 결코 반갑지 않으며 누구에게 모두 위로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아프면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감기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근무를 할 때면 환자들에게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다.하지만 그날 나를 걱정해주었던 그분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환자도 폐렴으로 산소 공급도 받고 발열로 힘들었을텐데, 병실에 들릴 때마다 나를 손녀딸처럼 걱정해주셨다.
모든 환자는 간호사가 매일 나를 진정으로 돌보아주길 원하고, 최선을 다해주길 원하고, 나를 걱정해주길 바라며, 내 옆에 항상 있어주고 치유의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한다.그땐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밖에 못해드려 아쉽지만, 어디선가 모과 향기가 느껴지거나 감기에 걸려 모과차를 마실 때면 항상 그 분들의 따뜻한 그 마음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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