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뉴스
폭행방지법 발목잡은 의료광고법 왜?
상임위서 충분히 논의됐지만 법사위서 소위로 회부
의료계의 숙원인 의료인 폭행방지법의 발목을 잡은 것은 미용ㆍ성형 관련 의료광고법이었다.
이미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지난 5월 통과했지만, 12월에야 관련 논의에 들어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료법 대안에 함께 담긴 의료광고 조항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사위 제2소위로 회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법사위원이 의료광고 규제는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돼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꼬집었고, 특히 규제의 당사자들인 성형외과 의사회조차 이 법을 원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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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성형광고 |
법사위는 지난 2일 전체회의에서 의료법 등 15건의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법률안을 상정해 논의를 진행했지만, 위원들의 지적이 제기된 의료법과 검역법은 제2소위로 회부하고 나머지 13건만 가결했다.
지난 5월 1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이날 법사위에 상정된 의료법 개정안은 9건의 법률안을 조정ㆍ통합해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환자가 의료인의 신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의료인 등이 의료기관 내에서 명찰을 착용하도록 하고,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폭행ㆍ협박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진료기록의 열람 또는 사본 교부 등의 대상자에 형제ㆍ자매를 제한적으로 추가하고, 의료기관 종사자의 업무상 알게 된 비밀 누설을 금지하며, 의료기관 인증위원회 구성 시 시설안전진단 전문가를 꼭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의료광고의 심의 대상에 교통수단 내부를 추가하고, 소비자를 현혹시킬 우려가 있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격할인 광고를 금지한다.
또, 미용목적 성형광고에 있어서 치료전ㆍ후를 비교하는 사진의 광고를 금지하고, 영화상영관 등에서 미용목적의 성형광고를 일체 금지하는 등 무분별한 의료광고를 제한해서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내용 등이다.
이날 법사위는 의료법 개정안 중 의료인 폭행ㆍ협박금지 조항 등, 타 조항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미용목적 성형광고 치료전ㆍ후 비교사진 광고 금지 및 영화상영관 미용 성형광고 일체 금지 ▲의료인 명찰패용 의무화 등이 논란이 되며 제2소위로 회부하기로 했다.
심태규 법사위 전문위원은 법안 심사보고에서 ‘미용목적 성형광고 치료전ㆍ후 비교사진 광고 금지’ 조항과 관련, “이를 위반하는 경우 행정처분 및 형벌을 부과할 수 있어서 형벌의 근거가 되는 규정인데, 의료법과 관련 법령에 미용목적 성형에 대한 명시적인 정의규정이 없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 분야와 비교해서 형평성이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될 수가 있고, 과잉금지의 원칙과 관련해서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하거나 기존 금지광고에서도 금지된 광고에 관한 규정에서 규제가 가능하다는 점 등에 비춰 보면 보다 덜 제약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ㆍ후 비교사진을 통한 미용성형 광고만 금지하는 것이나 일정한 장소에서 미용성형 광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미용목적 성형광고 금지규정은 전문위원실 지적대로 죄형법정주의 및 형평성, 평등원칙 등의 문제가 있는만큼 소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이렇게 문제가 많은 법이 어떻게 해당 소위를 통과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하나하나 법률에 명시하며 사진은 올리지 말라? 의료인 명찰패용을 의무화하라? 무슨 국민을 전부 초등학생으로 아는 것인가.”라고 비판한 후, “심층적인 헌법 합치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위로 넘길 것을 주장했다.
같은 당 홍일표 의원도 “법을 만들때는 이의가 제기됐을 때 해석상 이론의 여지가 없도록 명확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법조인의 시각에서 보면 애매한 구석이 많아 보인다.”라며, “이 법의 취지와 통과시킨 상임위의 뜻도 이해는 되지만, 좀 검토할 필요 있다. 소위에서 논의하자.”라고 거들었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의 중요한 부분이 미용성형과 관련한 해외의료관광객 유치인데, 이 법안은 소위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 것 같다. 소위로 넘겨 보다 심층적으로 논의하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리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그 동안 상임위 논의나 의료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미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수술환자 권리범위 안전관리 대책’에 의해 광고규제를 일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삼스럽게 규제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이어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서 수술 전ㆍ후 사진 등에 관한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데, 홈페이지나 SNS 등 다른 매체에서는 금지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뜻이며,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서도 이 부분의 제한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라며, “그런데 그냥 일반적인 기준만 이야기하는 것은 소위 논의과정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결과다. 바로 소위로 가는 것은 검토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 역시 “성형전ㆍ후 비교사진 금지는 의료계가 오히려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이미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한 부분이다.”라며, “소비자를 오인ㆍ현혹시킬 우려가 있는 미용성형광고는 정리해 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상민 위원장은 “상당수 위원들이 소위로 회부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이니 2소위에서 다듬어서 통과시키자.”라며, 의료법을 제외하고 가결시켰다.
이로써 지난 5월 복지위를 통과한 의료인 폭행방지법은 그 동안 정기국회 법사위에서 논의되지 못 하다가 12월이 돼서야 심사가 이뤄졌지만, 미용성형광고 금지 조항 때문에 다시 법사위 소위로 회부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이미 상임위 법안소위에서도 관련 조항을 두고 격론 끝에 결정된 내용이며, 당사자인 성형외과의사들도 오히려 광고 규제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법사위 소위에서 반대로 밀어 붙이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법사위원들의 논쟁에 방문규 보건복지부차관은 “미용성형광고 금지 규정에 대해 상임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했으며, 특히 치료 전후 비교사진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곳이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이라고 생각할 텐데, 의협, 치협, 한의협도 이런 규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라며, 법안 통과를 당부한 바 있다.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도 지난 6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규제완화를 외치는 상황이지만, 의료 문제는 다르다.”라며,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 직결된 의료는 한 번 규제완화가 잘못 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성형외과는 오히려 규제를 해 달라는 입장이다.”라고 주장했다.
홍정근 공보이사는 또, “성형외과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고 하는데, 그건 미디어가 만들었지 성형외과 의사들이 만들었느냐.”라고 반문하며, “원하는 사람이 찾아서 볼 수 있는 광고까지는 좋지만,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지하철이나 버스, 영화관 등 다중공공시설에서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광고들은 규제해 달라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오는 9일 본회의를 끝으로 19대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마무리한 후, 여당의 소집 요구로 오는 10일부터 바로 임시국회에 들어간다.
임시국회 법사위 제2소위에서 의료광고법 논의가 재개돼 가결된다면 의료인 폭행방지법도 함께 임시국회 통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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