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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이 미소를 건네는 환자 이수진 아주대병원 간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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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갈 때였다. 간호사로서 처음 가졌던 마음가짐과 열정도 흐려지고 주어진 일만 하며 하루하루 힘들게 지내던 매일 같은 일상속의 어느 오후였다.
입원환자 명단에서 특이한 이름을 가진 분이 있었다. 어떤 분일지 호기심을 갖고 기다리던 그 때, 처음 보는 우리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아저씨 한분이 입원장을 내밀었다.
첫 인사를 건네는 그 분의 평온한 모습과 표정으로는 대장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위해 입원하러 오셨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 분은 수술 준비를 할 때에도, 수술 설명을 들을 때에도, 수술을 들어가기 직전까지 특유의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으셨다.
걸어서 수술실로 향하는 환자분을 바라보며, 평온한 미소로 가득하던 얼굴이 수술 후 통증을 호소하며 인상을 찌푸릴 또 다른 얼굴로 변할 것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수술 후 표정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 나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 분은 수술 다음날부터 병동 복도를 걸으며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로 다시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계셨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언제나 “안녕하세요?”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며 웃어 주시던 그분의 미소가 힘들고 바쁜 일과 중에서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언제나 한결같은 그분의 따뜻한 인사와 미소 덕분에 나는 이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간호사로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정과 마음가짐을 다시 가질 수 있었다.
그 분의 미소는 수술을 받고 퇴원 후 항암치료를 하며 다시 입·퇴원을 반복할 때에도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항암 치료로 다른 층에 입원해도 처음 입원했던 우리 병동이 너무 고마웠다며 항상 찾아와 안부를 물어주셨다.
어느 날부터 그 환자분이 오시지 않았다. 궁금하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잘 지내시는 것으로 생각하고 안심을 했다.
그런데 항암주사를 꽂고 인사를 건네러 오신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암이 재발해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는 그 분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는 잘될 것 같다고 희망찬 말씀을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사복 차림으로 병동에 찾아오셔서 주사항암이 잘 듣지 않아 경구항암제로 약을 변경했다는 소식을 전하셨다.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할지 모르며 주저하는 나에게 경구용 항암제를 먹으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며 밝은 미소를 보여주셨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이며 한결같은 그분을 보며, 작은 일에 화내고 힘들어하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다른 환자분들께 그분과 같은 미소로 위로와 힘을 전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올해로 그 분을 만난 지 만 5년이 지났다. 요즘도 외래 진료를 보고 항암제를 처방받는 날이면 변함없이 병동으로 오셔서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네고 가신다.
한 달 전에도 “힘든 일은 하지 마세요.”라는 인사에 힘든 일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며 요즘은 컨디션이 아주 좋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병이 나아서 이제 올 수 없을 것 같다는 좋은 소식을 환한 미소와 함께 들려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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