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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일 벗은 환자안전법 '우려·불만' 가득
  • 출처: 데일리메디
  • 2015.12.21

베일 벗은 환자안전법 '우려·불만' 가득

복지부, 시행령 가안 공개…병원계 "인건비 등 부담 커" 토로

 

2010년 5월 19일, 마지막 항암치료를 기다리던 9세 정종현 군이 사망했다. 주사가 바뀌며 정맥에 놔야할 빈크리스틴 항암제가 척수강으로 흘러들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후 사건은 언론을 통해 일반에 알려졌고, 환자안전을 확보해야한다는 여론이 들불처럼 일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과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은 지난해 1월 환자안전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법에는 환자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보건의료기관과 보건의료인의 책무, 환자의 권리와 의무 등이 담겼다. 보건의료계는 반발했다.

 

하지만 법 제정 목소리는 결국 국회를 움직였다. 1만명 청원운동이 벌어지는 등 거센 여론에 법안은 1년여 만에 공포돼 내년 7월 29일 시행을 앞두게 됐다.

 

이에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지난 18일 공청회를 열고 환자안전법 세부내용을 규정한 시행령안을 일반에 공개했다.

 

그러나 만족스럽다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명목뿐이라는 지적부터 정부 의지와 인식이 부족하다는 혹평까지 제기됐다. 향후 험로가 예상되며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위원회 개설·전담인력 확보 등 부담 증가

 

공개된 내용은 크게 법에서 복지부령 또는 대통령령이 위임한 ▲환자안전기준 및 지표 ▲환자안전 실태조사 방법 ▲전담인력 양성 및 교육 ▲환자안전 보고 및 학습시스템 설치와 운영방안 등이다.

 

구체적으로 복지부는 5년마다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할 의무가 생겼다. 여기에는 재원 추계 및 확보를 비롯해 국제협력이나 기타 환자안전 활동에 필요한 사항을 포함해야한다.

 

복지부는 환자와 보건의료인, 의료기관 및 의료분쟁에 대한 실태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시행령은 복지부차관을 위원장으로 총 15명 이내의 '국가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산하에 분과위원회를 둬 주요사항을 협의・의결하도록 했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을 운영하는 200병상 이상 병원이나 종합병원들도 5~10명으로 구성된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연 2회 이상 회의를 개최할 의무가 생긴다. 환자안전을 위한 별도의 전담부서와 전담인력 또한 갖춰야 한다.

 

복지부 설명에 따르면 감염관리 전담인력을 겸할 수 있지만 의사는 면허취득 8년차 혹은 전문의 3년차, 간호사는 면허취득 후 10년 이상 경력자가 300병상 이하 병원의 경우 1명 이상, 300병상 이상 병원의 경우 2명 이상 전담부서에 상주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교육도 받아야 한다. 교육은 전담부서 배치 6개월 이내인 신규자의 경우 집체교육 형태로만 이뤄진다. 반면 기존교육 이수자는 연 1회 24시간의 보수교육을 인터넷 등 원격으로도 받을 수 있다. 다만 교육비용은 교육 이수자가 부담하게 된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등 요건을 갖춘 복수의 단체 또는 법인에 환자안전 교육을 위탁할 수 있으며 위탁기관이 필요인력 및 시설, 장비를 갖춰 3년마다 지정을 갱신토록 정했다.

 

이와는 별도로 시행령안에는 복지부장관이 전담인력 및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정기교육 외 추가교육을 명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전담인력이 변경될 경우 현황신고서를 작성, 평가위탁기관에 제출하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관련예산 '90%' 삭감 등 정부지원 의지 의구심

 

일련의 변화를 두고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김대욱 사무관은 "환자안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여러 협의 단계를 거친 결과"라면서 "의료 질 평가지표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안전위원회에 외부인사 포함, 자율보고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확보대책, 보고 및 자료제출, 위원회 설치 등에 따른 의료기관 부담 완화를 위해 의료질평가지원금 분배 등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의료기관 부담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었다. 실제 토론자 대부분은 "의료기관 부담 증가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이고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는 "중소병원의 경우 전담인력을 운영하거나 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재정적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의료질평가지원금이라는 수가형태로 보존이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그 규모나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전담인력의 경력기준에 대한 현실성이 떨어져 인력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준을 낮추거나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 김원일 정책전문위원는 전담인력 등의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 측면에서 "비용부담은 수익자 부담 원칙이 기본"이라며 "환자안전에 대한 부담을 교육 당사자가 져야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정부나 의료기관 등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종규 이사는 자율보고와 관련해 "보고가 잘 이뤄지기 위해선 당근이 필요하다. 보고나 자료제출을 안할 경우에도 처벌규정이 없어 보고를 하는 것이 오히려 족쇄가 되는 상황이라"며 적절한 지원과 제재 필요성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정영훈 의료기관정책과장[사진]은 시작 단계라는 점을 언급하며 의견 취합을 통한 수정 가능성을 거론했다.

 

특히 재정적 지원에 대해 당국 및 여론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영훈 과장은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며 "복지부가 요구한 예산의 10분의 1만이 책정됐다. 그만큼 의료계 기대와 요구는 높지만 외부체감도는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계획과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 하지만 의료사고 등 자료 수급 문제, 전담인력의 전문성과 업무 깊이 및 다양성 등이 계획수립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보건의료계와 국민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환자안전 교육 및 학습시스템 구체화 ▲약사를 포함한 교육대상 확대 ▲감염병 등의 기존 보고체계 및 위원회와의 조화 ▲브로커 등 제3자 보고 폐단 방지 ▲환자안전 분석 및 예방을 위한 전문성 확보 등의 재검토가 요구됐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내년 1월 입법예고 전후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보완해 나가야할 것"이라며 "시작 단계이기에 시행착오는 겪을 수 있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오준엽기자 oz@daily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