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뉴스

  • 복지부 “환자안전법 예산 확보 어렵다”
  • 출처: 헬스포커스
  • 2015.12.21

복지부 “환자안전법 예산 확보 어렵다”

환자안전법 공청회서 정부 지원 요구받자 어려움 토로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가 환자안전법 시행과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하는 목소리에 관련 예산 확보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의료현장의 환자안전법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에 비해 외부에서 체감하는 중요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18일 여의도 신한금융투자빌딩 신한WAY홀에서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내년 7월 29일부터 시행되는 환자안전법 하위법령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의료계와 학계, 유관기관 및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입법안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초안 공개

복지부는 그 동안 연구용역, 환자안전자문위원회 자문 등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환자안전법 하위법령에 대한 주요 정책방향을 설정했으며, 이날 하위법령 초안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정부 내 협의를 거쳐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입법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환자안전법은 지난 2010년 고 정종현군의 항암제 투약오류 사망사건을 계기로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요구, 이에 대한 국회 및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탄생됐다.

 

신경림 의원과 오제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병합해 제정된 환자안전법은 지난 2014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1월 28일 공포됐으며, 내년 7월 2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환자안전법의 주요내용은 환자안전을 위한 기준과 지표, 환자안전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과 환자안전에 관한 교육, 그리고 환자안전사고 보고ㆍ학습시스템을 구축해 보고된 사고를 분석하고 다시 의료기관과 공유함으로써 유사한 의료사고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5년마다 환자안전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며, 환자안전 보고체계를 구축해 안전사고에 대한 정보보고 및 재발방지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또, 의료기관은 환자안전사고 보고에 협력해야 하며, 300병상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은 환자 안전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하고, 의사와 간호사 등 환자안전전담인력을 두도록 명시했다.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켰거나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보건의료인 및 환자 등은 그 사실을 자율적으로 보고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조사ㆍ연구 및 공유를 위해 환자안전사고 보고ㆍ학습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도록 했다.

 

다만, 그 동안 의료계가 ‘인증원법’이라고 비판하며 반발했던 의료기관 인증평가에 안전사고 보고 등 환자안전을 연계하는 조항과 자율 보고한 정보를 재판의 증거로 사용하는 조항 등은 제외됐다.

 

아울러 이 같은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나 폐쇄까지 명할 수 있도록 한 조항과 전담인력을 마련하지 않으면 5,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3회까지 내도록 하는 등의 처벌조항도 배제됐다.

 

이날 공개된 하위법령은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와 보고ㆍ학습 시스템, 환자안전지표, 국가환자안전위원회, 병원 환자안전위원회, 환자안전종합계획 수립, 환자안전전담인력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의사와 간호사로 한정하고, 의사는 면허 취득 후 7년 이상 또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2년 이상, 간호사는 면허 취득 후 10년 이상 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 정부 지원ㆍ전담인력 문제제기

이날 패널토의에 나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환자안전법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며, 다소 과도한 전담인력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중소병원은 하위법령에서 명시한 환자안전 전담인력 기준에 따라 의료인력을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라며, “법 시행 초기임을 감안해 경력에 대한 제한 없이 일정기간의 교육 이수 이후 전담자로 배치될 수 있도록 해 기존 담당자들이 지속적으로 전담자로 배치돼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고 전담자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완화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화진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도 “전담인력 자격과 관련해 법 시행 초기임을 고려해 완화하는 것이 법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원일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 역시 “전담인력 자격기준이 상급종병은 가능할지 몰라도, 지방 중소병원들에게는 좀 과도한 부분이 있다.”라며, “간호사 경력 10년을 3년 정도로 조절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후연 한국의료질향상학회 학술위원은 “환자안전법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병원은 그 동안 환자안전 활동을 하고 싶어도 못했던 병원들이다.”라며, “10년 이상 간호사를 전담인력으로 배치하라는 것은 전담인력과 전문가를 혼동한 것 같다. 10년 경력을 요구하면 지방 중소병원들의 활동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후연 학술위원은 “이 법은 그 동안 환자안전 활동을 하고 싶어도 못했던 병원들을 끌어들이는 부분이 강하므로 규제적 성격보다는 법을 통한 새로운 투자 개념으로 의료기관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법안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인센티브나 처벌조항이 거의 없어 선언적인 규정으로만 그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김종규 대한변호사협회 이사는 “이 법이 잘 시행되려면 강한 제재나 당근이 있어야 하는데 둘 다 부족해 명목상, 이론상의 법으로만 남지 않을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김종규 이사는 또, 자율보고 활성화를 위해서는 벌칙 이외의 보상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안전법 14조2항에 행정조치 면제조치를 명시하고 있긴 하지만, 이는 보고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처벌규정이 없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자율보고를 할 요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원일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 역시 “이 법의 큰 맹점은 법률로써 처벌조항이 너무 없고 선언적 조항들로만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라며, “과연 실효성 있게 지켜질 만한 법적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김원일 전문위원은 “물론 독립법 제정만으로도 의의를 찾을 수 있겠지만, 환자안전 기준이나 지표 중 중요한 부분들을 의료기관 평가인증 시 적용하고 기준으로 삼아 법적 실효성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인력과 시설 지원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왕준 정책이사는 “규제적 측면의 ‘법적 환자안전 활동 의무’를 부담시키고자 한다면 현재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만으로는 큰 어려움이 있다.”라며, “환자안전 문화가 정착되고 법 제정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의료기관이 자발적이고 실질적으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설 등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법안의 예측가능성을 위해 다른 법과 중복되는 내용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화진 법제이사는 “환자안전법에서 위해사고를 복지부령으로 정하겠다고 하는데, 다른 법령에서 위해사고를 어떤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파악해 중복 분야를 규정하는 것이 일선현장의 혼란과 법령 간 중복을 피하는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감염의 경우 관련법률이 있으므로 감염 분야를 환자안전법에 얼마나 포함할지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안전사고의 자율보고 조항 중 보고자 대상에 대해서는 병원계와 환자단체가 이견을 보였다.

 

환자안전법 하위법령(안)에는 환자안전사고 보고자로 ▲보건의료기관의 장 ▲전담인력 ▲보건의료인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 ▲그밖에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 마지막 보고자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왕준 병원협회 정책이사는 “‘알게 된’이라는 인지의 배경과 방법, 내용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불특정자수로 보고자의 범위를 넓혀 보고의 주체를 제한하지 않게 되면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의 순기능보다 악기능으로 작용될 소지가 크다.”라며, 환자안전사고 보고자를 의료인과 환자 및 환자보호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브로커 등이 의료사고를 안 좋은 수단으로 이용할 우려 때문에 반대하는 걸 알지만, 법에 이미 규정돼 있으므로 시행령에서 보고자 대상을 확 줄이기도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안기종 대표는 “환자나 보호자의 경우 병원과 합의하면 외부에 못 알리는 문제도 있다.”면서, “보고자의 범위를 넓히는 데 대한 문제 제기도 타당하지만, 법에 규정된 걸 줄이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또, 자료요청 대상기관에 공단, 심평원, 중재원, 소비자원이 들어가고 법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과정에서 빠졌다면서, 대통령령을 개정해 가장 많은 자료가 있는 법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이상과 현실 사이 접점 고민돼”

복지부는 이날 쏟아지는 지적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주무부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영훈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그 동안 자문회의에서도 국가가 얼마나 지원할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라며, “의료현장에서 주장하는 인력지원을 해 준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제가 예산을 딸 수 있을지 굉장히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내년 7월 환자안전법 시행을 앞두고 예산을 요구했지만 1/10만 반영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정영훈 과장은 “의료계 등 해당 분야의 요구수준은 높지만, 그렇지 않은 쪽의 체감도는 낮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수가 반영도 경험상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 미지수다.”라고 토로했다.

 

 

정 과장은 또, 이날 토론을 들으면서 법 시행방법에 대한 주문이 방대해 과연 복지부가 5년마다 환자안전종합계획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이날 공청회에서는 간호사 전담인력 경력 10년이 과하다며 3년 이상으로 해 달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3년 이상 경력으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느 정도로 접점을 찾을지 고민이다.”라며, “결국 의견을 종합해 복지부가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다.”라고 말했다.

 

보고학습 활성화 부분 역시 보고됐는데 알맹이 없는 보고의 경우 숫자를 채우기 위해 보고건수에 포함해야 하는지, 보고 서식이 안 맞을 때는 의료기관과 환자를 조사해야 하는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지금까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도 없었다. 원인을 분석해 재발방지 하는 것이 환자안전법의 목적이고 그런 내용들이 종합계획에 담겨야 하는데, 기본 데이터가 안 나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시행령에서 과하게 하면 안 되니 나중에 가서 완화해야 하는 건지, 정부 측에서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과연 어느 정도 수준에서 담는 것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예측만 가능할 것이다.”라면서도, “복지부가 열악한 조직이지만, 보고학습 시스템이 구축되면 인력을 확보하고 팀을 꾸려서 사업을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