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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법 어떤 길을 걸어왔나

의료현장 혼란 감소 기대…생명경시 풍조는 주의해야

 

 

그 동안 사회적 논의가 지속돼 온 연명의료와 관련된 법안이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연명의료는 환자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그리고 국가의 국민에 대한 생명유지 의무 등 찬반양론이 대립되면서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돼 왔다. 또한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가 매년 증가하면서 연명의료를 어느 선까지 해야 할지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이 갈등을 겪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 작성하는 사전의료의향서 및 연명의료계획서의 경우 병원마다 서식과 내용이 제각각이어서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돼 왔다. 이런 가운데 연명의료의 원칙과 과정 등을 제도화한 법안이 8부능선을 넘어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고, 환자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연명의료, 보라매ㆍ김할머니 사건 계기로 공론화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회복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도 생명유지 기술ㆍ장치로 인해 환자가 인간으로서 진정한 품위를 잃고 고통만 받으며 연명하는 등 죽음의 질이 낮아지는 사례가 발생하게 됐다.

 

이에 대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연명의료 제도화는 지난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8년 김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공론화됐다.

 

보라매병원 사건은 환자가 회복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조기에 퇴원조치 돼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으로, 환자보호자와 담당 의료진에 대해 살인죄 및 살인방조죄의 유죄가 선고돼 의료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김할머니 사건은 지속적인 식물인간 상태로서 병원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항생제 투여, 인공영양 공급, 수액 공급 등의 치료를 받아오고 있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곧 사망에 이르게 되는 환자에 대해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는 청구에 대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한 환자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환자에게 부착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도록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2009년 당시 대법원 판결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정의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중단기준을 제시했는데, ‘연명치료’는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서 이뤄지는 질병의 호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치료로써,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때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는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에 대한 연명치료 거부ㆍ중단에 관해 의사를 밝힌 경우(사전의료지시) 인정되나, 사전의료지시가 없더라도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ㆍ상태 등 객관적 사정에 비춰 연명치료의 중단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생명위 권고…여론도 호의적

지난 2009년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생명윤리위원회)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한 제도화 방안마련을 위한 논의 결과, 지난 2013년 7월 ‘연명의료의 환자결정권 제도화 권고’를 했다.

 

2013년 5월 열린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 제도화 관련 공청회’

 

해당 권고안은 기본원칙으로 모든 환자의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와 알권리 및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면서, 구체적으로 연명의료 결정의 대상 환자와 대상 의료, 환자의 의사 확인방법을 정하고, 연명의료와 관련된 사회적 기반 조성 및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제도화로 특별법 형태의 입법을 권고했다.

 

여론도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한 입법에 호의적이었다. 

 

최근 연명의료 관련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에 대해 약 72.3%가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무의미한 연명치료 관련 법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92%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제도화 필요성에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었다.

 

특히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명치료에 대해 88.9%가 반대(매우반대 52.2%)입장을 나타내는 등, 관련입법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호의적인 상황이었다.

 

▽외국 사례 살펴보니

미국의 경우 각 주별로 내용의 차이는 있으나, 환자가 말기상태인 경우-치료할 수 없거나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생명유지장치가 단지 죽음의 순간을 연기하는 경우-의료지시서를 통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해 연명의료의 중단ㆍ보류를 인정하고 있다.

 

미연방의회가 제정한 ‘환자자기결정법(Patient Self-Determination Act)’은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도록 하고, 연명치료 거부에 관한 ‘사전지시서(Advance directives)’를 작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주에서 엄격한 요건 아래 생명보조장치를 제거하는 수준의 행위는 인정되나, 이른바 적극적 안락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단, 오리건 주 등에서 말기환자가 의사에게 약물을 처방받아 스스로 복용해 자살할 수 있게 하는 ‘존엄사법(The Oregon Death with Dignity Act)’을 시행하고 있고, 최근 여러 다른 주에서 존엄사법 제정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됐다.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른바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로서, 지난 2002년 법률로 불치의 환자가 고통이 견딜수 없을 정도로 심하고 환자의 의사가 인정되는 경우 의사가 안락사를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벨기에도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다. 

 

이처럼 적극적인 안락사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및 미국의 일부 주에 한정된다.

 

스위스의 경우 안락사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수면제 등을 제조해 줄 수 있으나, 직접 투약은 금지한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2006년 환자 사전의료지시법을 통해 사전의료지시서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등을 허용하고 있고, 독일은 민법(후견법 제3차개정법 2009)에 따라 사전의료지시 제도를 두고 있다.

 

프랑스도 품위있게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법률을 통해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영국은 ‘의사결정능력법(Mental Capacity Act, 2005)’을 통해 환자의 자기결정에 관한 제도화의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대만은 지난 2001년 ‘안녕완화치료조례(the Hospice and Palliative Act)’를 통해 말기환자의 고통을 완화하는 의료를 행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아니하는 것과 관련된 사항을 규정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종말기 의료결정 프로세스 지침’을 통해 환자의 의사를 확인(또는 의사추정, 대리결정)해 의료행위 중지등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명의료와 안락사, 존엄사 차이는?

연명의료와 관련된 논의는 안락사, 존엄사 허용 등과 혼동돼 명확한 구분없이 제기됨에 따라 혼동을 야기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개념간 구분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안락사, 존엄사에 대해 현재 명확한 개념정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사용자에 따라 상이하게 사용되고 있어 한계가 있다.

 

2014년 2월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과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개최한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

 

안락사(Euthanasia)는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고통을 제거ㆍ감경하는데 있어 죽음을 야기하는 행위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써, 환자의 의사 인정 여부에 따라 자발적ㆍ비자발적으로, 행위의 적극성 여부에 따라 적극적ㆍ소극적으로 구분될 수 있다.

 

현재 윤리적인 정당화 여부가 논의되는 것은 소극적 안락사에서도 일부에 한정된다.

 

존엄사(death with dignity)는 존엄한 인간으로서 지니는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죽음에서도 지키면서 죽을 수 있도록 해야 하므로 이를 위해 소극적이긴 하나, 죽음을 야기할 수 있는 결정도 허용될 수 있다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존엄사를 소극적 안락사와 동일시하는 견해도 있고, 소극적 안락사는 생명을 단축하는 반면 존엄사는 자연적인 죽음에 이르도록 하므로 상이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며, 존엄을 위해 허용되는 것에 따라 각기 상이한 결론이 가능하다.

 

미국의 존엄사법은 제한적인 요건하에 의사조력자살을 인정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논의되는 존엄사는 이와는 상이한 내용이다. 신상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존엄사법안’도 안락사와는 명확히 구분된다.

 

연명의료 중단ㆍ보류(Withholding or Withdrawing Life-Sustaining Medical Treatment)는 존엄사와 안락사 개념은 가치판단적인 측면이 있음에 따라 가치중립적인 용어로서 사용된다.

 

치료(Treatment)는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의료행위로 이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보류와 중단은 주요 외국에서는 동일하게 생각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구분하고 있음에 따라 연명의료 ‘결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법률로 제도화함에 있어서는 개념이 상이하게 사용되고 있고 관련 논의가 다양하게 제기됐던 점에서 개념 및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회서 관련법 꾸준히 발의…19대서 성과 기대

국회에서도 연명의료 관련 제도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김충환ㆍ신상진ㆍ김세연 의원이 각각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한 법률안’과 ‘존엄사법안’,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만료 폐기됐다.

 

19대국회에서는 ▲호스피스ㆍ완화의료에 관한 법률안(김세연 의원) ▲호스피스ㆍ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김재원 의원) ▲존엄사법안(신상진 의원)이 발의됐다. 

 

하지만 12월 정기국회의 10여 차례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심사되지 못 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관련법을 발의한 김재원 의원은 “국민 10명 중 9명이 법률안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최근 경기도 의회 등 지방의회에서도 ‘연명의료 조례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는 심사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라고 비판하며, “이 법안의 사회적 시급성을 감안해 다음 임시국회에서 우선순위로 심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올해 5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개최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을 위한 입법정책토론회’

 

이후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8일 법안소위를 열어 관련법안을 심사해 통과시키고, 다음 날인 9일, 19대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나는 날 전체회의에서 가결시켰다.  

 

연명의료법은 연명의료 중단사항을 제도화하는 내용으로, 대상환자와 대상의료를 정하고 환자의 의사확인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연명의료 중단 대상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 경변, 그 밖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자 중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담당 의사 1명과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말기환자’로 제한했다.

 

연명의료는 이 같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연명의료법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 관리체계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중심으로 등록기관과 윤리위원회 등에 대한 규정도 명시하고 있다.

 

연명의료법에 따르면, 환자의 의사가 있는 경우 의료기관에서 작성된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환자 가족의 진술을 통해 환자의 의사를 확인했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평소 의사에 대해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가족이 1명인 경우, 그 1명의 진술)이 있으면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명의 확인을 거쳐 이를 환자의 의사로 추정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했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미성년자인 환자의 법정대리인(친권자)이 연명의료결정의 의사표시를 하고 담당의사와 전문의 1명이 확인한 경우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결정의 의사표시를 하고 담당의사와 전문의 1명이 확인한 경우 ▲의료기관의 윤리위원회 및 공용윤리위원회의 의결로 연명의료를 결정한 경우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더라도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물, 산소공급은 중단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담당의사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연명의료결정, 연명의료계획서 및 호스피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의원ㆍ한의원ㆍ병원ㆍ한방병원ㆍ요양병원ㆍ종합병원에서 담당의사에게 연명의료계획서를의 작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한의사는 연명의료를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연명의료에 관련한 사항을 관리하는 국가기관도 신설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산하에 연명의료 결정 및 그 이행에 관한 사항을 관리하기 위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두도록 했다.

 

해당 기관에서는 ▲연명의료계획서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DB 구축 및 관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관리 및 지도감독 ▲연명의료결정 및 이행의 현황조사 및 연구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아울러 연명의료 결정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료기관은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고, 의료기관윤리위원회는 ▲연명의료 결정 ▲담당의사 교체에 관한 심의 ▲연명의료결정 관련 상담 ▲의료인에 대한 의료윤리교육 등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연명의료법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 확충을 위해 그 대상을 현행 말기암환자에서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변,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까지 확대했다. 

 

삶과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고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 호스피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연명의료에 관한 결정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을 ‘호스피스의 날’로 정하도록 했다.

 

호스피스에 관한 일련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중앙호스피스센터 및 권역별호스피스센터를 지정하도록 했고, 이는 국공립 의료기관을 우선해 지정하도록 했다.

 

처벌조항으로는 연명의료 대상이 아닌 자에게 이를 이행한 자나 거짓으로 연명의료 의사를 진술한 자, 허위로 기록한 자, 비밀을 누설한 자 등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한편, 이 법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공포 후 1년 6개월이 경과한 뒤부터 시행된다.

 

다만, 호스피스 관련 시설 확충과 수가 제정, 시범사업 시행 등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의료기관 장의 10년 기록 보존 의무화 ▲비밀누설 금지 ▲국가 비용 부담 ▲벌칙 조항 등은 공포 후 2년 뒤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의료현장 혼란 완화 기대…생명경시 확산은 경계해야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의료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동안 의사가 환자의 가족과 상의해 단독으로 결정해 왔던 연명의료와 관련해 환자의 의사가 존중되고, 병원마다 서식과 내용이 제각각이어서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됐던 사전의료의향서 및 연명의료계획서도 표준화돼 국가가 관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들이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자발적으로 표현하고 그 의사가 존중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자칫 잘못하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기 위해 활용되고,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9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잘못하면 생명을 중단하는데 의미있는 생명과 무의미한 생명이 있다고 받아 들이지 않을지 걱정된다.”라며, “또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결국은 건보재정을 아끼고, 병원에서는 중환자실 회전속도를 빨리 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여론도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계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쪽으로 우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인 이유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밝혀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문 의원은 수 년전 수가계약 당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인센티브 조건으로 부대조건에 넣었다가 제외된 사건을 들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통해 국고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면 안 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진엽 복지부장관은 “연명치료 결정을 경제적인 이유로 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생명존중이라는 근본적인 인식에서 출발해야지, 경제적인 것과 연결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정 장관은 법률안이 통과된 후 입장발표에서도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등,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되지 않도록 말기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확대 등 관련 사항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정 장관은 또,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완치’이며, 정부는 질병 정복을 위한 기술개발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앞으로도 더욱 힘쓸 것이다.”라며, “그러나 동시에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기대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환자에 대한 고민이 그간 부족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죽음의 현실이 어떤지 되돌아보고 존엄한 삶의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호스피스도 활성화…가정형 도입 관건

지난 7월 15일 말기 암 호스피스(입원) 건강보험 수가가 도입된 후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지난해 12월 기준 56개, 939병상에서 올해 12월 기준 64개, 1,053병상으로 확대됐고, 호스피스 전문기관 지정 신청에 관심을 보이는 기관도 많아졌다.

 

또한, 호스피스 환자부담도 뚜렷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비급여 진료비가 제한됨에 따라 환자들은 어느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이용해도 안정적으로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복지부는 환자부담 완화 외에도 호스피스 수가 도입으로 말기 암 증상 치료뿐만 아니라 상담, 영적 지지, 보호자 교육ㆍ지원 등까지 전인적이고 통합적인 호스피스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복지부는 입원형 호스피스는 제도 안정화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검토ㆍ보완해나가고, 다음 추진 과제는 가정 호스피스를 도입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 가정 호스피스를 기본으로 해 증상 조절 등이 안 될 경우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는 것이 일반적인 호스피스 전달체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다수 암 환자들이 가정에서 지내길 원하고 있으나, 관련 제도와 지원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달 내로 ‘암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완료해 가정 호스피스 규정을 법제화하고, 의료기관 공모를 통해 ’가정 호스피스 수가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정 호스피스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정기적으로 환자를 방문하고, 24시간 전화 상담이 가능한 형태로 설계중이다.

 

특히,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사, 사회복지사 방문료를 신설해 실질적인 ‘왕진’ 등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환자 부담은 1회 방문 당 5,000원(간호사 단독 방문)~1만 3,000원(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모두 방문), 한 달 동안에도 환자 부담은 5만원 수준이며, 시범사업을 통해 수가의 적정성과 서비스 모형ㆍ기준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게 된다.

 

또한, 복지부는 호스피스 대상을 말기 암환자 뿐만 아니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등의 말기 환자로 확대하고, 임종과정환자의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사전에 표현하는 연명의료계획서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근거를 마련하는 등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결정에 필요한 절차 및 관리체계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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