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뉴스
폭풍우 몰고 온 다나의원 감염사건
핵심은 비의료인의 의료행위…의료인 면허관리는 전문가 몫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이 의료계를 뒤흔들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20일 서울 양천구에 위치하고 있는 한 의원에서 이용자 18명이 C형간염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 병원이 문을 연 2008년 5월 이후 내원자 2,268명을 대상으로 C형간염 확인검사를 진행중이다. 27일 현재까지 검사를 받은 779명 중 76명이 감염자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환자 안전을 위한다며 의료인의 면허관리체계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이미 면허신고제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보수교육 내실화를 위한 사후관리방안과, 의료인의 건강상태 판단기준 및 증빙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의사들은 비의료인의 무면허의료행위부터 근절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의료인 면허관리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나의원 집단감염 사건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경과
C형간염은 혈액을 매개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으로 일상생활에서 전파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주요 합병증으로 만성간경변, 간암 등이 있으나, 합병증 발생 이전에 조기 발견할 경우 치료가 가능한 간염으로 알려져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0일 질병관리본부가 양천구 신정동 소재 다나의원 이용자 18명이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질병관리본부는 하루 전날 양천구보건소가 관련 제보를 받고 역학조사를 진행했으며, 감염자는 모두 이 의료기관에서 수액주사를 투여받은 공통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양천구보건소는 현장 보존과 추가적인 감염 방지를 위해 즉시 해당 의료기관에 업무정지 명령을 통한 잠정 폐쇄조치를 내렸다.
또한, 해당 의료기관 이용자의 C형간염 감염여부 확인을 위해 의료기관이 개설된 2008년 5월 이후(개원 당시 신세계의원) 내원자 2,268명에게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C형간염 감염여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11월 27일 현재 검사를 받은 779명 중 76명이 감염자로 확인됐고, 감염여부 검사가 끝날 때까지 감염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C형간염 집단발생의 원인을 수액주사(정맥주사용 의약품 혼합제재) 처치과정에서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혈류감염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11월 24일 발표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확인된 항체양성자 모두 수액 치료를 받았고 이 중 절반 정도가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내원했다.
다나의원 원장은 2012년 뇌내출혈 발생(2급, 중복장애-뇌병변장애 3급, 언어장애 4급) 이후부터 주사기 재사용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전 종사자로부터 2012년 이전에도 주사기 재사용이 있었다는 반대 진술도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간호조무사 출신인 원장 부인이 의료행위를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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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천구보건소 전경(다음지도 캡쳐) |
양천구보건소는 원장과 원장 부인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양천경찰서에 고발한 상태다.
복지부는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의료법 위반사항(의료법 제66조, 의료인 품위손상)에 대한 자격정지처분을 진행할 계획이며, 향후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행정처분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의료인 면허관리체계 강화 추진
다나의원 감염사태에 놀란 보건당국은 지난 29일 환자 안전을 위해 의료인 면허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인의 면허발급 이후 2012년 3월부터 보수교육 내실화를 통한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의료인 면허신고제도를 시행중이다.
모든 의료인은 최초로 면허를 발급받은 후부터 3년마다 취업상황 등을 복지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연간 8시간의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해당 면허와 관련된 대학원에 재학중이거나, 관련 업무를 6개월 이상 하지 않을 경우에는 보수교육을 면제 또는 유예 받을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보수교육기관인 각 의료인협회로 하여금 보수교육 출결 관리, 이수여부 확인주기 등 보수교육 관리를 강화하도록 추진한다.
세부적으로 보수교육 이수여부를 기존 3년(면허신고시)에서 매년 점검하도록 강화하고, 의료윤리교육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했다.
또, 대리출석을 막기 위해 본인확인을 철저히 하는 등 출결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문가로 구성된 ‘보수교육평가단’을 복지부에 설치해 각 협회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보수교육 내용 및 관리방안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전문가ㆍ의료인단체 등이 참여한 ‘의료인 면허신고제 개선 협의체’도 구성한다.
복지부는 협의체를 통해 ▲보수교육 내실화를 위한 사후관리강화 방안(보수교육 대리출석에 대한 행정처분 근거 마련 등) ▲면허신고시 의료법상 의료인 결격사유 점검근거 마련 ▲외국사례 등을 참조,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없는 건강상태 판단기준 및 증빙방안 마련 등을 논의해 구체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나의원 사건 핵심은 비의료인의 의료행위
다나의원 사건이 알려진 후 언론은 뇌손상을 받은 의사가 진료를 계속한 것이 문제라고 보도하고 있다.
반면, 의사들은 다나의원 사태의 핵심은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의료인이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하다가 벌어진 일이 아니라,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에서 수액장사를 하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즉, 간호조무사로 알려진 원장 부인이 진료와 처방을 하고 정맥주사를 한 것이므로 의사의 능력을 검증하기 보다는 비의료인의 진료행위를 엄벌하는 방향으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또, 의사들은 보건당국의 관리책임도 지적하고 있다.
다나의원 원장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의료인이 아닌 원장 부인이 진료와 경영을 오랜기간 지속해 왔는데도 보건소 등 감독기관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는데도, 이러한 관리 부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나의원 사건의 해결방안은 의사들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복지부는 의료인의 건강상태를 증빙하는 방안까지 마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복지부는 이번 사태를 빌미로 의료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 의료인 면허관리는 전문가의 몫
보건당국이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는 외면한 채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방안부터 들고 나오자 의료계는 다급해졌다.
의료계는 의료인의 면허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협회는 30일 “다나의원 사태를 계기로 환자를 진료할 때 판단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 치매, 정신질환, 뇌질환 등의 심신미약상태 회원에 대해 전문가적 소견을 바탕으로 자율 식별 및 정화할 수 있는 권한이 협회에 주어져야 한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의사협회는 “진료행위에 있어 고도의 판단능력과 인지력은 의사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다.”라며, “이를 의료전문가단체인 의협이 주도적으로 식별해 의사면허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의사협회는 “보건당국이 관장하는 현재 의사면허관리체계로는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라며, “실질적인 자율징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사면허관리기구를 통해 의사들의 전문직업성을 자율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은 오래 전부터 제시돼 왔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고려의대)은 지난 2004년 발표한 ‘캐나다의 의사면허 관리 기구에 관한 연구’에서 캐나다의 의사면허기구(CPS; 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는 의사들이 사회구성원과 함께 구성한 입법공익단체로, 의사들이 전문인으로서의 자율규제를 시행해 의사라는 전문직에 대한 사회의 신뢰와 명예를 스스로 지키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율규제도 징계보다는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개인별 의료활동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는데도 의사사회 내에서 별다른 저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서 안 원장은 “직업적인 자율권이란 자정작용과 윤리의 준수가 밑받침돼야 한다.”라며, “의사면허기구는 면허의 관리와 부여라는 무기를 갖고, 프로페셔널리즘의 훼손을 막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면허전문기관의 모체인 영국의 GMC(General Medical Council)도 다르지 않다. 영국 정부는 GMC에 윤리적 사안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을 위임했다.
정부는 공공적 성격의 민간기관 설립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 대표자를 이사로 파견하지만 기관의 실제 운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현재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도 면허관리기구를 두고 있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도 전문 면허관리기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 전 회장은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나의원 사건은 관치의료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건이다.”라며, “의사면허 및 전문의자격증을 정부에서 발급하는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인데도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관의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선진국들이 관치에 의한 타율적 방법으로 의학전문직업성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문영역에 대한 관치를 포기한 것처럼, 우리도 의료인의 질관리를 전문기관에 맡기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문 면허관리기구 설립을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취지가 좋다고 해도 설립 후 운영 과정에서 의사들을 옥죄는 기구로 작동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반대하는 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의료분쟁중재조정원을 근거로 제시한다.
이와 관련 노 전 회장은 전문 면허관리기구가 있었다면 리베이트 쌍벌제와 아청법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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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사총연합 회원 100여명은 지난 2011년 10월 1일 오후 5시 보신각 앞에서 추모집회를 열고 故 김 원장을 위로했다. |
노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시흥시에서 외과의원을 운영하던 개원의가 리베이트에 연루돼 구속수사를 받고 풀려난 직후 목숨을 끊었는데, 리베이트가 면허취소 사유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목숨을 끊은 것이다.”라며, “형벌은 형벌로 끝내야지 면허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판사가 의료법에 따라 형벌을 내린다. 법을 통해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다.”라며, “자꾸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기위해 의사들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면허관리기구를 설립해 전문직이 전문가 개인과 단체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정해놓고, 자체적인 윤리 기준에 따라 자율 규제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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