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뉴스
원격의료 시범사업 문제점은?
설계 잘못된 모델 적용돼…이해당사자와 소통해야
정부는 의료접근성 제고와 만성질환자의 상시 관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2013년 10월 29일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의료계는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강경하게 반대했다. 복지부는 의사협회와의 의정 협의 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의사협회는 시범사업이 부실덩어리라고 비판했다. 최근 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내놓은 ‘원격의료정책 현황분석 연구’를 통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확인해 보자.
▽원격의료 입법예고와 의ㆍ정 협의먼저, 원격의료 관련 정책이 흘러온 과정을 보자. 정부는 2013년 10월 29일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을 제고하고, 고혈압ㆍ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상시 관리로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복지부는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의학적 위험성이 낮은 재진환자로 상시적인 질병관리가 필요한 환자 ▲병의원 이용이 어려워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 등 상시적인 질병관리가 가능하고 의료접근성이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환자에 한해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원격의료 허용 시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에 집중되지 않도록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이를 허용하기로 했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 단체와 시민단체, 보건의료노조의 반대가 빗발치고, 입법예고기간중 열린 전국보건소장워크숍에서 보건소장들 조차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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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2013년 12월 10일 원격의료 수정안을 발표한다. 복지부는 입법예고안에서 규정하지 않았던 ▲원격의료 전문기관 제한 ▲같은 환자에 대한 주기적인 대면진료 ▲원격진단 처방은 초진환자만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또, 시범사업 근거 규정을 마련하도록 명시하고, 공포 후 1년 후 시행에서 1년 6개월 시행으로 시행시기도 6개월 늦췄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수정안은 실효성이 없다며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결국 의사들은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추진을 중단하라며 여의도에 모여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2만여명에 이른다.
이어 의사협회는 2014년 1월 11일 무박2일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3월 3일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한다.
그러자 다급해진 복지부는 1월 13일 의사협회에 대화를 제의하고, 의사협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양측의 대화가 시작된다.
의사협회와 복지부는 2014년 1월부터 3월까지 1차 의정협의와 2차 의정협의를 통해 2014년 4월부터 6개월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한 후에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는 내용의 의ㆍ정 협의안을 발표한다.
이후 양측은 약 3개월 가량 원격의료 시범사업 모형 개발을 논의했으나, 2014년 7월 의협이 원격의료 시범사업 불참을 선언하면서 논의가 중단된다.
정부는 2014년 9월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한다. 2015년 5월 21일 1차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하고, 전반적인 만족도가 77%로 높게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사례분석 결과 식이조절 등 만성질환관리 생활습관 측면에서 긍정적 행동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의료인간 원격의료ㆍ비공개 등 문제 많은 시범사업정부와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놓고 현재까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의 경우 원격의료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 즉, 이용접근성 향상, 비용 절감, 의료의 질 향상, 환자의 만족도 향상을 이유로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중이다.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의료계는 환자의 건강에 대한 안전성이 위협받는 그 어떤 요소라도 존재한다면 원격의료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보건복지부 외에도 미래창조과학부, 산업자원통상부, 행정자치부, 국방부, 법무부, 경찰청, 소방방재청(전) 등 정부부처별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중단된 사업도 많았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의료인간 시범사업으로 원격자문, 원격진료 및 원격 건강관리, 원격 모니터링, U-방문간호, 원격 응급의료 등의 형태로 약 50여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시범사업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진행해야 하는 컨트롤 타워인 복지부의 역할이 미흡하고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원격 진단에 의해 처방전이 발급되고 있다.
기존 의료인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정부는 2014년 9월부터 전국 5개 보건소와 의원급 의료기관 6곳, 특수지 2곳에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정부의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의사-환자간의 원격의료가 아니고 의료인간 원격의료라는 점 ▲시범사업의 비공개 운영 ▲시범사업 준비 과정의 미흡 ▲평가 결과의 일반화 측면에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진행중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기존의 의료인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일선 보건기관에서 코디네이터가 환자와 의사의 연결을 보조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어, 의료인간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차이가 없다.
특히, 의료보조인이 아닌 코디네이터를 채용해 진행하기 때문에 의학적 안전성이 의료인간 원격의료 사업보다 미흡하다.
또한 정부는 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시범사업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만을 미디어를 통해 제공할 뿐 실제로 어느 의료기관이 참여했는지, 어떠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시범사업 결과를 평가할지에 대한 구체적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범사업 참여기관조차 시범사업 선정 기관인 사실을 모를 정도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준비 과정이 미흡하다.
더구나 올해 5월 발표된 1차 시범사업 평가에서는 당초 검증하기로 했던 원격의료 시범사업 안전성과 유효성도 검증하지 않았다.
단지, 원격의료 중에서도 원격 모니터링 시범사업에 대한 환자 만족도 결과만을 제시하고 이를 전체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 결과인 것으로 일반화하고 있다.
▽원격의료 허용하기 위한 선결조건은?의료정책연구소는 국내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며 선결조건을 제시했다.
연구소가 가장 먼저 제시한 조건은 원격의료의 개념과 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정책의 목표와 시행을 위한 세부 계획들이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원격의료가 활용되는 상황도 명확히 할 것도 제안했다. 즉, 원격의료는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원격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지역 즉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과 원격의료가 필요한 대상, 원격의료 제공 방식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원격의료 목적으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주치의가 오랫동안 관찰해온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를 위해서만 허용한다고 명확하게 하고 있고, 보험 적용을 허용해 주는 원격의료 제공 방식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또, 연구소는 원격의료 제공자에 대한 기준과 책임도 규정할 것을 요구했다.
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을 보면, 원격의료 제공자에 대해서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라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원격의료 제공자 면허 및 자격에 관한 규정이 있고, 원격의료 제공 서비스에 따라 원격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인을 따로 규정했다.
일본은 주치의인 의사가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특정 범위 내에서만 치과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약제사 등도 제공할 수 있도록 정해놓고 있다.
연구소는 동네 의원이라는 원격의료 제공자의 기준은 모호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처럼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 혹은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 등 원격의료 제공자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 제공자와 의료기관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원격의료 제공자가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에 대한 규정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아울러, 원격의료는 정보통신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적 수준 유지를 위한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즉, 음성, 화상, 동영상, 문자데이터 등 통신정보가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한 채 전송될 수 있는 물리적 자원(전용 전송망 및 네트워크, 높은 수준의 화상 품질을 보장하는 장비 및 기기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개인 정보보호 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의료정보는 환자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이기 때문에 유출되거나 변질된다면 기본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위험이 크다고 상기시켰다.
만약, 의료정보가 악의를 가진 누군가에게 이용된다면 심각한 법적ㆍ정신적ㆍ사회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개인 의료정보의 분실ㆍ도난ㆍ누출ㆍ변조 또는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최고 수준의 정보보안 수준을 갖춘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러한 선결조건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설계가 잘된 모델을 적용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원격의료 허용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제대로 설계하고 그 모델을 바탕으로 충분한 기간의 시범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때 반드시 제시돼야 하는 근거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보다 더 낫거나 동등한 수준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충분한 시범사업 시행을 통해 원격의료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이후에 원격의료의 제도화에 대해서 다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원격의료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는 정책 집행의 당위성을 입증하고 정책의 수용성을 먼저 높여야 한다며, 정책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와의 협력과 소통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라고 조언했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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