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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신설 논란, 역사는 반복된다
과거 무더기 허가로 부작용…여전히 유치전 치열
국립의대 신설법이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소식에 의대 신설 이슈가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법안 논의 예정인 국립의대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수의 대학교들이 이미 의대 유치전에 뛰어든 바 있다. 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측은 지역 균형, 의사수 부족 등을 이유로 들고 있으며, 의료계는 이미 의사수는 충분하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의대 신설을 이용하지 말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지난 1997년 이후 18년만에 의대 신설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에서 전국 41개 의대 설립 역사와 부작용, 각계의 입장을 살펴봤다.
▽순천대ㆍ목포대ㆍ안동대 등 의대 유치전 ‘치열’현재 의대 설립을 추진하는 곳으로는 순천대, 목포대, 안동대, 서울시립대, 창원대, 공주대, 인천대, 대진대, 포항대, 한국국제대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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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공통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과 취약지 의료 접근성을 강조하며 의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당시 강원대, 관동대 등이 내세운 이유와 같다.
특히 전남지역의 경우 순천대와 목포대가 각각 여ㆍ야 거물급 의원을 등에 업고 의대 설립을 추진해 관심을 모아 왔다.
순천대의 경우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재보선 당시 ‘순천대 의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으며, 지난 5월 관련법을 발의해 상임위 심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순천대학교는 홈페이지에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립 함께 해주세요’라는 배너를 내걸고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수는 18일 현재 30만건을 훌쩍 넘을 정도로 관심도 뜨겁다.
또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90년대부터 목포대와 함께 의대 유치 운동을 벌여 왔다.
목포대는 지난 2008년 의대 유치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지역민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창원대는 지난 9월 22일 교육부에 ‘산업의과대학 설립계획서’를 제출했으며, 공주대는 지난 2013년 의대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다.
또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도 있다.
경상북도의 경우 지난 3월 안동대학교에 의과대학 설립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서울시의회는 서울시립대에 의대를 신설해 달라고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외에도 인천대, 대진대, 포항대, 한국국제대학 등이 몇해 전부터 의대 유치에 뛰어든 상황이다.
▽41개 의대 신설 역사 살펴보니…우리나라 의대는 총 41개다. 이 체제는 김영삼 정부 시설에 완성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1945년 해방 직후에는 연세의대(1885년), 경북의대(1933년), 고려의대(1938년), 전남의대(1944년), 이화의대(1945년), 서울의대(1946년) 등 총 6개 의과대학이 전부였다.
이후 이승만 정권에서 가톨릭의대(1954년)와 부산의대(1955년)가 설립됐으며, 박정희 정권에서 경희의대(1965년), 조선의대(1966년), 한양의대(1968년), 충남의대(1968년), 전북의대(1970년), 중앙의대(1971년), 연세원주의대(1977년), 순천향의대(1978년), 영남의대(1979년), 인제의대(1979년), 계명의대(1979년) 등 11개 의대가 무더기로 신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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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정권별 의과대학 신설 현황 |
전두환 정권에서도 고신의대(1981년), 원광의대(1981년), 경상의대(1981년), 한림의대(1982년), 인하의대(1985년), 동아의대(1985년), 건국의대(1986년), 동국의대(1986년), 충북의대(1987년), 울산의대(1988년), 아주의대(1988년) 등 11개 의대가 설립된다.
노태우 정권에서는 단국의대(1988년), 대구가톨릭의대(1991년) 등 2개의 의대가 지어졌고, 김영삼 정권에서는 건양의대(1995년), 서남의대(1995년), 관동의대(1995년), 강원의대(1997년), 성균관의대(1997년), 을지의대(1997년), 포천중문의대(1997년), 가천의대(1997년), 제주의대(1998년) 등, 9개 신설이 무더기로 허가되며 지금의 41개 의대 체제가 완성된다.
이는 광복 후 반세기 동안에 5개교에서 41개교로 8배나 증가한 수치다.
김영삼 정권 이후에는 일부 보건경제학자들의 계속되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의대의 신설과 입학정원의 증원이 없었으며 오히려 전국 의대입학정원 10% 감축이 기술적으로 처리돼 일부 줄었다.
▽우후죽순 의대 설립으로 교육 질 저하짧은 기간 동안 우후죽순으로 의대가 신설되면서 교수 부족 및 이에 따른 부실 교육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관동의대의 경우 의대 설립 부대기준인 부속병원을 10년이 넘도록 짓지 못해 정원이 매년 10%씩 감축되는 제재를 받다가 지금은 인천 가톨릭학원으로 편입되며 정상화 됐다.
서남의대는 부속병원인 남광병원의 부실한 인프라가 문제가 돼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당했고, 의대 폐지를 놓고 서남학원과 교육부 간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김영삼 정부 시절 설립된 곳들로, 당시에도 무더기 신설을 두고 정치적 의혹이 무성히 제기된 바 있다.
교육부가 병상과 의료기관이 모자라는 의료취약지역에 대학병원을 지을 경우 우선적으로 의대를 설립해 주도록 요구한 복지부의 공문을 무시하고, 병원과 병상이 남아도는 지역에 대학병원을 짓겠다는 대학이나 의료기관에 의대를 신설해 줬다는 것이다.
의대 설립은 형식적으로는 교육부가 복지부와 협의해 결정하지만 실제로는 청와대 인가 사안이며, 특히 1995년 박세일 사회복지수석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무더기로 의대 설립이 인가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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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2월 21일 한겨레신문 기사 |
1998년 2월 21일자 신문 기사에 따르면, 복지부는 교육부에 보낸 1997학년도 의견회신 공문에서 의대 입학정원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꼭 정원을 늘리겠다면 전남, 경기, 경남 지역으로서 인구밀집지역이면서 3차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운 곳에 대학부속병원을 짓는 조건으로 의대를 설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를 묵살하고 500병상 이상의 대학병원을 경북 구미에 짓겠다고 밝힌 차병원(포천중문의대)과 충남 공주에 대학병원을 짓겠다고 약속한 을지병원(을지의대), 병상이 남아도는 지역인 경남 마산에 대형병원을 짓기로 한 삼성의료원(성균관의대) 등 3곳에 의대를 신설해 줬으며, 여기에는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마구잡이로 의대를 신설해 준 결과, 김영삼 정부 때 들어선 의과대학 대부분이 1998년 당시에도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가 모자라 수업에 큰 차질을 빚는가 하면,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학교버스에 태워 서울로 보내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했다.
상당수 신설 의대는 도서관이나 교수연구실, 학생 강의실, 의대 건물 등도 확보하지 못한채 다른 대학 건물 등을 빌려서 교육을 하기도 했다.
▽2024년부터는 의사인력 부족?이처럼 부실의대 교육 문제는 의대 신설 반대 측의 주요 근거로 사용되지만, 의사 수 부족은 지역 균형 발전과 더불어 찬성 측이 내세우는 근거다.
특히 이 때마다 인용되는 자료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이 2013년 실시해 올해 3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 2015~20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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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은 이 자료를 통해 오는 2024년부터 의사인력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해 2030년에는 4,267명∼9,96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의사수요는 의사의 생산성 즉, 의사 1인당 1일 환자수에 큰 영향을 받는데, 우리나라 의사 1인당 환자수는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2년 한국의 의사 1인당 환자수는 50.3명으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의료체계를 가진 일본(31명)보다 높은 수준이며, OECD 국가 평균(13.1명)보다는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보사연은 “일본이나 OECD 국가의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의사인력 공급은 부족하다.”라며, “경제소득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국민의 의료서비스의 질적인 수준에 대한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향후 의사인력 공급의 정책방향을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이나 OECD 국가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설정한다면 우리나라의 의사인력 공급은 증가시켜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 경우 우리나라의 의료이용 및 의료공급 행태에 영향을 미치는 의료공급체계와 지불보상제도(적정수가) 등 의료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꾸준히 의사수 증원을 주장해 온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 교수는 지난 2012년 8월 국회 토론회에서 “정부가 의료계의 의사 수 감축 요구를 객관적 검토 없이 수용, 의대 입학 정원 10% 감축을 추진해 온 결과 의사부족 심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양산했다.”라며, “공공의료인력의 수급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 입학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최소 4∼6,000명 수준으로 증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립의대 신설법 막판 상정에 의료계 촉각한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경우, 지난 9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여야 간사간 합의로 이뤄지는 법안심사소위 논의 목록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새누리당의 경제활성화법 및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제민주화법은 조속히 합의해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라는 내용의 합의문이 발표되며, 국립의대 신설법이 다음주 복지위 법안소위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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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의대 신설법을 발의한 이정현 의원 |
이 법에 대한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국립의대 신설에 동의하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국회 검토보고서를 통해 “최근 의사인력의 수도권 집중, 의료취약지 근무기피 현상 심화, 의과대학 여학생 비율 증가로 인한 공공보건의료 인력의 감소 등으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사인력 공급 부족이 문제이므로 국립보건의료대학의 설치 및 운영에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기 수석전문위원도 검토보고서에서 “공공보건의료에 특화된 교육과정 운영 등 공공보건의료를 전담할 수 있는 우수 의료인력을 안정적ㆍ체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입법의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의료계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국회에 제출한 검토 의견을 통해 “이 법률안은 공공의료 해결 정책을 단순히 의사인력 수 증가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라며, “의료취약지 공공의료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면 기존 국립의대와 국립대병원의 교육ㆍ수련 과정을 개선하고, 지역인재 개발과 공중보건장학제도 등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반박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의료취약지에서의 원활한 의료서비스 공급과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행 공중보건장학제도의 활성화, 국립의대 및 국립대병원에 대한 추가적 지원으로도 빠른 시일내에 공공의료수행을 위한 인력양성 및 교육, 진료 등 사업 등 공공보건의료사업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현행 국립대 의대에서도 공공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할 의료 인력양성을 하고 있으므로 국립대 의대와 신설할 국립 보건의료대학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교육부는 또, “복지부 의사인력 수급전망에 따르면, 오는 2024년부터 의사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하므로 이에 대비한 학생정원 조정 또는 의대 설립 방안 등에 대해 기재부ㆍ복지부ㆍ행자부 등 관계부처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야당은 의료취약지 보건의료인력 양성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특정 지역을 겨냥한 정치적 목적의 의대 신설은 안 된다며 국립의대 신설법을 반대해 왔다.
이 법에 특정 지역이 명시돼 있진 않지만, 법안을 발의한 이정현 의원의 지역구인 순천 지역에 설립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의원은 지난해 7ㆍ30 재보선 당시 의대 유치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오는 23일과 24일로 예정된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국립의대 신설법에 대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의료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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