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선
  • 조회수: 2519 | 2013.06.25
우리 병원 1층에는 자그마한, 하지만 왠만한 건 다 있는 그런
아주 귀여운 gift shop 이 있다.
꽃이며 가방, 신발, card, 그리고 풍선... 없는게 없다.
나는 가끔 이 곳에 들러 풍선을 사곤 한다.
직원이라 10% 할인까지 받을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일하다 시간이 날 때면 직원들과 사진을 찍어 현상해서는
도화지에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하고, 그 사진들을 붙여
Get well card를 만들고, card와 함께 풍선을 환자에게 준다.
가끔 환자들에겐.....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하다.
특히나 chronic Disease로 몇년에 걸쳐 이런저런 시술을 받고,
회복은 없고 점점 나빠져 이제는 total care를 받아야만 하는
그런 사람들은 가족들 뿐만 아니라 그 외 사람들에게도
엑스트라로 격려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나는 늘 그런 환자들에게 명상 음악이 나오는 채널 22번을 추천하고,
종교가 있는지, 종교가 있건 없건 누군가 기도해주길 바란다면
언제든 채플 서비스를 신청해 목사님이 올라와 기도해달라고
consult를 의뢰한다.

 

어느 날이였다.
shift leading을 하는 날인데,
방을 rounding 하며 모니터를 체크하고 내 소개를 하던 중,
어느 방에 들어가니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Oh my goodness! How have you been my friend?"
평소에는 손을 잡고 인사를 하는 편인데,
나는 그 환자를 꼬옥 안아주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나를 기억하는 그 환자는 몇 달 전 내가 응급실에서 받았던 환자였다.
병원에서 환자를 보다보면 그네들의 미래가 보이곤 한다.
나는 그때 그 환자의 미래를 어느정도 예상을 했었다.
그리고.... 그 환자는 지금 내 앞에..... 더 안 좋은 모습으로,
내가 예상했던 그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는 total care 환자가 되어버렸다.
살도 너무 많이 빠져 뼈만 남았다.
눈물이 났지만 더 흐르기 전에 서둘러 방을 나왔다.

 

또 다른 방에 들어갔다.
며칠전만 해도 total care를 받던 환자가 그 사이 많이 나아져
타 병동으로의 transfer를 앞두고 있다.
이제는 말도 한다.
기뻐서 또 그 환자를 안아주었다.
또 눈물이 났다.

 

이제 겨우 일 시작하는 마당인데,
나는 벌써 희와 비, 극체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두 환자를 위해 나는 풍선을 몇 개 주문했다.
특별히 스마일 그림이 들어간 노란 풍선들을 추가했다.
그리곤 잠자는 사이 두 환자 방에 들어가 잘 보이는 곳에 풍선을 두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짧은 순간일지라도
그네들이 풍선들을 보며 기뻐했으면 좋겠다.
 
 

방에서 나오는데 노란 스마일 풍선이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노란 풍선이 마치 그때 그 작은 해바라기 꽃같기만 하다.
10여년 전 아버지는 Lung Cancer를 진단받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항암제를 받던 중에 돌아가셨다.
치료 받던 중에 같이 일하던 친한 동기가
정말...정말 이쁜 아주 자그마한 해바라기 꽃을 화분에 담아
병문안을 왔었는데 아버지는 그 꽃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기분이 쳐지거나,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 때엔
노란색부터 찾게 된다.
나는 그 친구가 지금도 너무 고맙기만 하다.
아마 아버지도 하늘에서 고마워하고 계실 것 같다.

 

벌써 주말이다.
힘든 근무도, 프리셉팅도 끝나고 5일 off를 받았다.
하지만 ICU 가기 전까지 한달여 남은 시간동안 미리 기본적인 것들
공부해두면서 슬슬 준비를 해두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ICU 가족이 되기 위해 옮기는 거지만 그래도 나는
SDU에서 온 간호사로 불리울테고, 한동안 나는 SDU을 대표하는
사람이 될텐데.... "저 정도밖에 안돼?"라는 평가는 듣고 싶지 않다.
마치 이 미국땅에 와서 처음 직장잡고 간호사로 일하겠다 시작했을 때
"한국간호사 저 정도밖에 안돼?"라는 평가를 듣고 싶지 않아
화이팅했을 때처럼 말이다.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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