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 back.
  • 조회수: 2672 | 2012.10.30
한달여간의 휴가를 마치고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시차 적응하느라 좀 힘들긴 했지만도 한달간
제시간에 먹고 자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게 평범한 일상에서 얻어지는 행복이구나 싶었다.
다시 일터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끊임없이 울려대는 여러가지 알람소리며
100킬로를 훌쩍 넘는 무거운 환자들이 떠오르며 한숨부터 나온다.

 
모두들 반갑게 맞아주었다.
한 친구는 "난 너 안 보여서 조용히 그만둔 줄 알았어."하며 웃는다.
"사실 짤렸다가 복귀한거야. 쉿~"하고 농담을 던졌다.
한달이나 쉬고 나온 첫날이라 그런지
늘 배려해주고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는 친구 알렉스님이
그나마 좀 stable한 환자를 assign해주었다.
한시간 지나 ER에서 응급환자를 받아 좀 바빠지긴 했지만
비교적 나쁘지 않은 밤을 보냈다.


그렇게 이틀 일하고 하루 겨우 쉬는 날 받아 자고 있는데
오후 2시쯤 전화기가 울린다.
staffing이다. 간호사가 부족하니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어온다.
자다 깬 쉰 소리로 "나 오늘 하루 겨우 쉬는 날이에요."하니
미안하다며 전화를 끊는다.
여기저기서 간호사들이 취업을 못해 난리라고 하는데,
우리 병원은 휴가 전이나 후나 환자가 넘쳐나고 간호사는 부족하다.
듣자하니 지원자는 많은데 경력자 위주로 뽑으려 하니
간호사 채용율이며 회전율이 빠른 것 같진 않다.
워낙에 취업하려는 간호사들이 많아 그런지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부족해도 여유를 갖고 사람을 보며 채용하는 눈치다.
 

하루 겨우 쉬고 또 3일 근무를 나갔다.
이놈의 한달 휴가 땜에 휴가 끝나자마자 N   N   off   N   N   N 라는
조금은 빡신 스케쥴을 받은 터다.
이틀째 되는 날, New grad를 만났다.
휴가 전 딱 하루 오리엔테이션 주고 빠이빠이했던... (미안~)
다시 본 그녀는 여전히 에너지 100% 충전이였다.
나보다 나이가 좀 많은 듯 한데도 완전 fully motivated된 그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가르쳐주고 챙겨주고 싶게 만든다.
 
 
내가 휴가 간 사이 Julia로부터 한달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는데,
그 사이 정말 많이 성장해있었다.
이미 두 환자를 왠만큼 소화해낼 수 있었고,
사실 마지막 날 shift change하는 중 code blue가 있었는데,
내가 방에 뛰어들어가 필요한 것들을 외치며 recording을 시작하고
CPR 끝날 때까지 환자 옆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물론 new grad인지라 할 수 있는게 없었지만
shy해하지 않고, 두려워해하지도 않고 그 방 안에서 꿋꿋하게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그 태도가 너무 맘에 들었다.
그녀는 일년안에 크게 성장해 있을꺼고,
몇 년 안에 정말 좋은 간호사가 되어 누군가에게 좋은 preceptor가 되어있을 것 같다.
예감이 정말 좋다.
"I'm so glad we have you here."하자
빙긋이 웃는다. 웃는 모습마저 너무 싱그럽다.
 
 
근무 마치고 나오는데 charge가 묻는다.
"오늘 sign up 하고 일하러 나와. 우리 인력 부족해. 똑같은 환자 줄께."
"Oh....no.... I'm not gonna sign up. Absolutely no. sorry. 헤헤."
똑같은 환자.-_-)
세 명의 vent 환자. 완전 total care팀에 AMS로 sitter까지 있는.
더군다나 한 명은 family issue까지.
(왠만하면 vent 환자는 한 두명씩 골고루 assign 주기 마련인디)
완전 no thanks지. 미안. -_-;;;;;;;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와서 자고 있자니 3시쯤 staffing에서 또 연락이 온다.
"오늘 인력 short이다. 일하러 올래?"
 

근무를 마치고 4일 off를 받았다.
내일부터 그동안 못 나갔던 gym에 나가 요가랑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며
다이어트를 좀 해볼까 계획중이였는데.....
(한국 다녀온 사이 5파운드가 더 쪘다. -_-)
엠마가 아직 시차 적응을 완전히 못해서인지 2시부터 깨서 앵앵대고
쥬스, 우유 찾아대는 덕에 아침 5시가 된 지금까지도 나는 awake.
요가 수업을 같이 듣기로 한 병원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sorry I can't make it."
오늘 아침 8시엔 신랑이 카이로프랙틱을 받으러 간다.
사실 어제 아침 8시에 갔어야 했는데, 엠마가 자고 있었고,
7시 50분쯤 도착해야 할 내가 8시 반에 오는 바람에 (일이 늦게 끝났다.)
카이로프랙틱을 못 받았다.
appointment를 깬게 이번이 두번째라며 민망해 전화 못하겠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신랑. 내가 늦게 온게 서운했나보다.
그래도 싫은 소리는 절대 안 한다.
그런 신랑 앞에서 대신 전화 걸어 신랑이 아침 일찍 meeting있는 걸 모르고
예약을 한 것 같다. 지금 meeting중이라 못 가는데 내일 대신 가면 안될까 하고
문의해 대신 내일 아침 8시로 예약을 잡아주었다.
그제서야 얼굴 펴고 안아주는 신랑님. 으이구.
 

4일 오프동안은 그동안 쓰레기장이 된 집을 우선 치우고,
반찬도 만들고, 빨래도 하고.....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으니 엠마 겨울옷도 주섬주섬 꺼내 정리 좀 해야겠다.
쉬는 날인데도 주부에겐 쉬는 날이 없다. ㅜ_ㅜ)
그래도 지난 며칠동안 내가 일하는 동안 일하랴, 엠마 보랴 더 바빴던 신랑을 위해
이 4일간 내가 좀 희생해볼란다.
신랑 좋아하는 닭갈비를 좀 해주어야겠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구글
  • 네이버블로그
로그인 후 댓글 읽기 및 등록이 가능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