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로고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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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4
간만에 쉬는 날이다.
어젠 일 나가기 전 급하게 요리를 만든다고 이것저것 볶고 지지고 하던 중
가위를 잘못 놀려 새끼 손가락을 심하게 베였다.
베였다기보단 새끼 손가락을 거의 자르다시피 했다.
이놈의 부엌가위. 안그래도 고기 자를 때 섬뜻하다 싶을 정도로 잘 들더라 했는데
결국 이 사단이 벌어졌다.
손가락을 급히 누르고 하늘 높이 쳐들고는 한참을 있었는데도 지혈이 되질 않는다.
급한대로 얼음팩까지 대주었는데도 한시간이 넘게 계속 피가 흘렀다.
결국 방수 밴디지 두 개로 칭칭 감고 나서야 진정이 됐고,
나의 저녁 식사 준비는 계속되었다.
짜증이 났다.
그런 나를 지켜본 남편은 걱정이 되면서도
내가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르니 아무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요즘 병원 일로 burn out 된 나로 인해 가족이란 이유로
희생양이 된 남편이다.
며칠전 델라와 얘기할 기회가 생겼다.
예전 surgical/CDC에 일할 때 같이 일했던 charge nurse. 델라.
그땐 마냥 큰 어르신...같은 느낌이였는데 경력쌓고 나와 이렇게 보니
무슨 속내를 털어놔도 다 들어줄 것만 같은 그런 큰 언니같은 모습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델라가 뜬금없이 surgical unit에 매니저로 지원을 해보란다.
안그래도 며칠전 식당에서 만난 루페가
"델라가 네가 매니저로 지원하면 어떻겠냐고 하던데?"하며
생각해보라고 넌지시 나를 찔렀었다.
I know myself. 하며 나같은게 무슨 매니저냐 하고 잘라버렸는데
막상 델라에게서 그런 얘길 들으니
"델라. 네가 보기에 내가 그 일을 감당할 만한 사람인 것 같아?"하고 묻고 싶어졌다.
최근 우리 병원은 병실 증설, oncology 증설과 함께
간호부를 대대적으로 개혁했다.
여러부서들이 합쳐짐과 동시에 세부적으로 나뉘어졌고,
이에 매니저라는 position이 생겼다.
한국에선 acting nurse < charge nurse < head nurse < 간호차장 < 간호부장 뭐 그렇게 나갔는데,
이 곳에서는 staff nurse < shift leader/charge nurse < manager < Director < nurse executive
뭐 그런식으로 나간다. 껴맞추자면
manager는 순환기계 수간호사, 내분비계 수간호사, 흉부외과 수간호사쯤 될 테고,
Director는 외과계 간호사장, 내과계 수간호사장....쯤 되겠다.
이 개혁으로 surgial /CDC 중 surgical unit 자체가 독립을 하게 되면서
manager 자리가 생긴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지금 일하는 SDU 자리에 charge nurse 자리가 하나 더 생기면서
은근 요거 지원해보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중인데.....
surgical unit과는 달리 SDU은 워낙에 짱짱한 경력간호사가 많은 곳이다보니
그조차도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추천들을 받으면서
어쩌면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bedside care가 좋아서 늘 임상에 남아야지 하고 생각해왔는데,
문득..... nursing management 쪽을 해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경험도 지식도 부족해 shift leader 조차도 못할 수준이지만,
간호사로 계속 주욱 일할 꺼라면, 나이 들어서도 계속 할 꺼라면
조금 더 노력해 manager쪽으로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한편으론 석사 공부를 해서 NP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걸 하던 저걸 하던, 일단은 영어가 더 늘어야 할 것 같고,
특히나 essay writing 이 더 보강되어야 할 것 같아
지금 준비하는 PCCN 시험이 끝나는대로 대학 온라인이던 오프라인이던 찾아
수업을 들을 계획이다.
사실 cath lab에 대한 미련도 못 버리겠다.
늘 열리는 자리가 아니다보니.....
그리고 이렇게 친절히(!) 트레이닝 시켜주는 병원도 없으니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딱! 하고 잡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 안타까움.
알렉스는 ICU를 갈 계획이라면 중간에 cath lab에서 cardio쪽을 충분히 배우고
넘어가는 것도 좋은 계획인것 같다고 적극 추천한다.
그런데 charge nurse인 게리는 자기가 인도에서 cath lab 일을 하던 의사였는데,
사실 두 세달 정도면 금새 일 적응되어 그 다음은 지루할 뿐이라며
차라리 여기 SDU에 있다가 ICU로 가란다.
이미 일주일 3일 하는 나이트 근무에 적응된지라
cath lab에 가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8시간씩 근무하는 것부터
2주에 한번?한달에 한번?꼴로 on-call을 해야 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일.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나에게 알렉스는 또 숙제를 던져준다.
"너는 speak up 하는 연습 좀 해야해!"
내가 옳은데도 불구하고 의사에게 이유없이 당하고,
그 뒷처리로 마음 상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알렉스는 왜 대들지 못하냐고 늘 못마땅해한다.
semi ICU 같은 곳이다보니 환자 상태 때문에 의사에게 한밤중에 전화 걸어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는데.... 환자의 경중 때문에
의사며 간호사, 환자 보호자 모두가 예민해지다보니 은근 싸울 일들이 많이 터진다.
한국도 그렇지만 이 곳도.... 나이스한 의사들이 있는 반면,
간호사한테 무조건 소리지르거나 무시하는 의사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과 달라 의사들이 함부러 간호사를 폭행한다던지,
막 폭언을 한다던지, 성희롱을 하는 일은 절대 없다. 나이든 의교수와 춤출 일도 없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_- 당연한건데....)
그런 알렉스 옆에서 씬디도 한마디 거든다.
"민디가 의사한테 대드는 모습 좀 한번 보고 싶어! ㅋㅋㅋ"
한국에 있을 땐 레지던트들과 잘 지내면서도 나름 할 소리 다 하고 지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와 간호사간의 그 관계에 대한 사고가 이미
한국식으로 train된 터라 미국와서는 아직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는 나.
그래서 늘 이유없이 당하고 나서 늘 혼자 궁시렁궁시렁이다.
그런 나의 한계를 주변 간호사들은 잘 알고 있다. 흑흑...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정말 울고 싶다. 왜 나는 소심장인가. ㅜ_ㅜ)
싸울 때 영어는 왜케 또 안되는거야. ㅜ_ㅜ)
그래도 왕년엔 학생회 하면서 글 잘 쓰고 말 잘한단 소리 들었단 말이지.....
며칠 전 드디어 PCCN 시험 등록을 마쳤다.
시험 비용만 또 200불이 넘는다.
한번에 붙어야 하는데.....
시험 공부를 위해 컴퓨터 시간을 많이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마 사진 올린다고 한번 켜기 시작한 컴퓨터는
이것도 보고 싶고, 저것도 체크하고 싶고.... 하는 호기심 때문에 다시 끄기가 힘들다.
그래도 남은 한두달 간 죽었다 생각하고 번개공부질(!) 좀 해야겠다.
시험 등록을 옆에서 지켜본 게리가 시험 언제 봤냐고 계속
물어올게 뻔한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