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aling with death
  • 조회수: 2557 | 2011.11.03
긴 공백을 깨고 간만에 글을 써본다.
11월에 접어드니 이 곳도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지고 바람도 곧잘 분다.
그래도 따뜻한 캘리포니아 지역이라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경험할 일이 없으니 다행이다.
한국에선 그 추운 날 아침 저녁으로 버스 기다리고 걸어다니며 출퇴근하는게 그리도 싫었는데 말이다.
 

SDU에 온지 벌써 5달이 넘었다.
그동안 일이 많이 익숙해졌고, 그래서인지 요즘 맞는 환자들은 제법 중환 중 중환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니 더없이 좋지만,
한편으론 죽어가는 중환들을 간호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한국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depression에 관련한 논문들을 몇 보곤 했는데,
막연히 "아. terminal stage 환자들을 간호하면 우울하긴 하겠구나."하고 동정하곤 했지만,
막상 이렇게 죽어가는 환자들을 bedside에서 케어하다보니 아. 그 우울감이 어느정도겠구나 하고 느끼겠다.
며칠 전 staff meeting이 있었다.
이 곳에선 모든 부서가 한달에 한번씩 staff meeting을 갖는데,
meeting 처음 주임간호사가 무거운 입을 연다.
"I wanna share this experience......"
얼마전 우리 병동에서 숨을 거둔 환자 이야기였다.
 

죽어가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통증을 감당해야 했던 환자,
ICU로 옮겨졌다가 DNR로 code status가 바뀌면서
이제 죽을 준비가 되었다. home에 가서 죽고 싶다고 말하며
결국 우리 부서로 와 숨을 거둔 환자다.
우리 부서를 home이라고 부르던.....
우리 모두를 참 힘들게 만들었던, 하지만 우리 모두를 참 슬프게 만들었던 기억.
결국 숨을 거두었고 그 얘기를 서로 공유하며 모두들 눈물을 훔쳤다.
  

그러고보니 최근들어 정말 많은 환자들이 죽어갔다.
대부분이 암 말기 환자들.
암이 폐 전체에 퍼져 Bi pap을 달다가, intubate 되고....
한눈에도 며칠 안 남았구나 보이는 그런 환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가족들.
환자 케어도 쉽지 않고, 그 가족들을 위한 emotional care도 쉽지 않고.....
그 와중에 혼자 조용히 숨을 거두는 환자들도 곧잘 있다.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찾아와보지 않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겠지만
우리 병원의 경우 "nobody dies alone."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가족 없이 혼자 죽어가는 환자의 임종을 함께 하길 격려하는,
자원봉사자가 따로 병상을 지키던지, 병원 목사님이 함께 하던지,
아니면 간호사들이 돌아가면서 병상을 지키며 마지막을 함께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한번은 밤중에 그런 케이스가 있어서 간호사 모두가 돌아가며 환자 손을 잡아주고 병실을 지켜준 적이 있다.
한국이였다면 낮이고 밤이고 늘 바쁘니 그럴 여유도 없고,
모든 임종간호는 전적인 가족의 몫이였겠지만,
이 곳은 이렇게 emotional care까지도 해줄만한 여유가 있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간호사들은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할 수 있고,
우리 하는 이 힘든 일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며 가족들에겐
얼마나 큰 격려가 되는지, sacred work이 되는지를 느끼며 성장해간다.
  

며칠 전이였다.
정말 예상치 않게, 잘 지내고 있던 환자 심박수가 갑자기 20대로 뚝 떨어졌다.
곧바로 code team을 부르고 ACLS을 시작.
아트로핀을 푸쉬하고, 에피네프린을 푸쉬하고.....
환자 스스로도 많이 놀랐는지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환자 손을 잡고 괜찮다.... 괜찮다.... 하고 손을 잡아주었는데,
잠시 뭔가를 가지고 가려고 손을 놓으려니 그 힘없는 손으로 내 손을 잡아끄며
"Don't go."하며 환자가 운다.
결국 환자는 ICU로 옮겨졌고 며칠 뒤 다시 우리 병동으로 transfer를 왔다.
환자 방을 지나던 중 그 환자와 눈이 마주쳤고, 환자가 부른다.
"We made it!" 하고 웃어주니 환자도 고맙다며 손을 잡아준다.
너무 많이 아프고, 죽어가는 환자들을 간호하는 일이 힘들지만.... 정말 힘들지만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간호사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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