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와 일 병행하기
  • 조회수: 3270 | 2011.11.24
어딜 가나 아이를 둔 직장여성의 삶?은 늘 고단하고 힘들다.
미국이라고 다를바가 없다.
한국처럼 문화센터가 많지 않은데다 5살 이하 아이들을 위한 데이케어 (일종의 보육원)비용이 정말 비싸다.
물론 5살 이상부터는 킨더(kindergarden)며 학교를 무료로 다닐 수 있지만 그 전까지의 투자비용을 생각하면
정말 돈 없으면 애도 못 낳겠구나 싶을 정도다.
예를 들어 Emma의 경우 지금 20개월인데, 14개월부터 데이케어를 나가기 시작했다.
데이케어마다 다르지만 보통 1~2살 이하의 아이들은 비용이 비싸진다.
매일 종일반을 보내면 좀 더 싸다고 해서 그리 보내는데도 한달 나가는 돈이 900~1000불이다.
데이케어를 나가게 되면 아이들이 쉽게 병에 걸린다.
Emma도 데이케어 나가고 석달동안 병원에 세 번이나 갔고, 항생제를 20일치 복용해야 했다.
그 아픈 동안에는 데이케어에 나가지도 못해 일하는 나나 신랑이 더 고생을 해야했다.
이럴때 정말 아쉬운게 친정엄마의 도움이다.
한국이라면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의 도움이라도 받겠지만
아무도 없는 이국땅이다보니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일주일 3일 일한다고 하지만 말이다.


한국과는 달라 상상초월 수준의 아이 유괴 사건들도 발생한다.
그래서 아이 데리고 어딜가나 늘 신경이 곤두선다.
얼마전 missyusa(미국엄마들을 위한 사이트) 에 아이 유괴 관련글이 올라왔다.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못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히스패닉들이 10세 이하 아이들을 유괴해
죽이고는 장기를 꺼내 그 안에 마약을 넣고 시체 운반하는 식으로 마약을 나르는 장사?를 한다고.
최근 어느 대형마트에 갔다가 남자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가 한참만에 아이를 찾았는데,
그 사이 아이 머리를 다 깎아놓고 옷도 다 바꿔입혀놨단다.
약까지 먹였는지 아이라 헤롱헤롱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하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마트에서 애기를 카트에 앉혀놓고 고기 고르는 동안 애기를 빼안아 들고 훔쳐가는 일들도 곧잘 있고,
심지어 병원에서 신생아를 훔쳐가는 사람들까지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 일하는 전직원들은 code pink 라던지 code purple이라는 코드가 울리면
온 병원 문을 다 닫고 방문자 모두를 검색, 수색하도록 훈련받는다.
내가 일하는 병원의 경우 이 code pink/purple 훈련을 매년 받도록 되어있다.
 

지난 주엔 Emma가 너무 많이 아팠다.
2~3주 간 콧물 흘리며 기침을 간간이 하긴 했지만 특별히 열이 나질 않아 그냥 지켜만 봤는데,
(여긴 병원 가는 일도 쉽지 않다. 무조건 예약제고 당일 접수해 진료 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
밤에 한 시간단위로 보채고 징징대더니 결국 102도를 찍었다.
일단 열이 오르니 급한대로 타이레놀을 먹이고 겨우 재웠는데 아침 되니 기침소리가 영 안 좋다.
참 재수없게도 그 날 근무가 걸렸는데, 한참 신환 받아 바쁜 와중에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Emma가 많이 아픈데다 책상에서 떨어지면서 어디 부딪쳤는데 몇 초간 seizure까지 했다고.
그 말 듣고는 안절부절. 일에 집중을 못하고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charge nurse에게 말하니
마침 ICU에 남는 간호사가 한명 있다고..... 결국 1시간만에 그 간호사를 우리 부서에 불러
내가 맡은 팀을 모두 인계주고는 자정이 되어 집에 왔더니 그 사이 Emma는 곯아 떨어졌고
신랑은 지칠대로 지쳐 거의 쓰러지기 일보직전.
그 다음날 결국 병원 가 진료 받고 항생제를 또 처방받았는데.....
 

그리고는 신랑이 아팠고,
그리고 어제 오늘은 내가 너무너무 아프다.
sick call을 부르고 쉬고 싶었는데 이미 5번을 모두 썼기 때문에 더 이상 쓸 수가 없었다.
병원마다 그 지침이 다른데 우리 병원의 경우 6번부터는 warning을 받게 되고,
12번 이상 sick call을 쓸 경우에는 어떠한 조치도 없이 바로 해고다.
오늘 하루만 잘 버텨보자 하고 나간 근무.
그 시작과 함께 환자와 트러블이 있었고, 수많은 의사들의 전화에 시달려야했고,
한밤중에 Code blue가 터지기까지......
아. 정말 왠만하면 이런 욕 안 하는데 Shit!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곤 아침에 퇴근하자마자 곯아 떨어졌고, 오후 4시쯤 일어나니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그래도 Emma를 pick up하러 또 가야 하니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나오는데,
한국에서 퇴근후 늘 가던 그 동네 찜질방이 너무너무 그리웠다.
미역국이나 먹으며 따뜻한 바닥에 등 지지면 딱 좋겠건만......


아이 하나로도 이렇게 힘든데,
주변에서는 더 나이 들기 전에 빨리 둘째를 가지라고 한다.
그때마다 신랑과 나는 "We are DONE."하고 그냥 일축해버리고 말았는데 
생각해보니 나중에 주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 커나갈 Emma가 너무 불쌍해졌다.
신랑 가족들은 모두 스웨덴에 있고, 내 가족들은 모두 한국에 있고,
언어도, 문화까지 다르니 그네들과 나눌 수 있는 것들에도 한계가 많을테고,
우리 부부 죽고나면 이 아이는 과연 누구에게 기대며 살아갈까 하는 생각에
요즘 우리 부부는 마음이 심난하다.
하나를 더 낳자니 정말 이러다 누구 하나 비명횡사할 것 같고,
그냥 하나로만 만족하려니 그 아이가 너무 불쌍하고.....
 

일단 내년 추석때 한국에 들어가고 나서 생각해보자 하고 결론지었다.
일단 임신한 몸으로 한국 들어가 여행다니고 싶지 않고,
행여나 여행 다니다 아이가 잘못되는 일이 생길까 걱정도 되고,
무엇보다 아이를 가질 내 몸이 지난 2~3년간 너무 혹사를 당한지라.....
지금으로선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직장여성은  늘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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