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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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6
간만에 긴 휴가를 받아 하와이 여행을 다녀왔다.
전 부서에서는 휴가 신청자들이 많은데다 휴가 신청 방법이 조금 까다로워
(직접 부서장과 면담을 해야 했다.-_-;;;;;)
3년 일하면서 휴가를 딱 두 번 겨우 받았는데 (정말 겨우겨우 받았다.)
SDU로 오자마자 몇 달 만에 부담없이 8일 휴가를 받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근무 스케쥴은 일.월.화.... 이렇게 일하고 다음주 목,금,토..... 이렇게 일하는 식으로 해서
따로 내 개인 PTO (휴가 신청을 위해 모아두는 시간, 일정 시간이 차야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를 쓸 필요도 없었다.
그러고보니 한국에 있을 땐 기껏해야 5일 휴가 받는게 전부였다.
그 5일 휴가 받는 것도 윗분들! 눈치를 봐야 했고,
같이 일하는 다른 간호사들 스케쥴까지 모두 살펴보며(!) 계획을 짜야했다.
그래도 그렇게 매년 5일씩 휴가 받아 친구랑 필리핀이며 태국 놀러다니곤 했었는데,
여기 와서 일주일 3일씩 근무하다보니 가끔 5~6일 연속 off도 나오고,
그렇게 또 여기저기 놀러다닐 여유가 생기곤 해서 스케쥴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다.
멀고 먼 타국에서 온 간호사들은 3~4주씩 휴가를 신청해 자기 나라에 다녀오기도 한다.
(PTO를 충분히 모아 그 PTO로 3~4주 휴가 신청을 하게 된다.)
나 역시 Med/surg에서 SDU으로 막 옮기기 이렇게 PTO를 이용.
3주 휴가를 받아 스웨덴에 있는 시댁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럼 그 사람이 그렇게 긴 휴가를 다녀오는 동안 인력충원은 어찌 되는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테다.
일단 미국 병원, 특히나 캘리포니아 병원엔 간호사수가 많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간호법이 있어 간호사대 환자수가 따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med/surg의 경우 간호사 한 명이 환자수 5명까지만 받을 수 있고 그 이상은 절대 받을 수 없다.
그렇다보니 각 부서에 몸담고 있는 간호사 수가 일단 한국에 비해 많은 편이다.
내가 일하던 경희의료원은 1200 베드가 훨씬 넘는 그런 종합병원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일하는 간호사 수는 800이 넘는.... 900명이 좀 안되는 수였다.
지금 일하는 병원은 160베드밖에 안되는 한국으로 치면 동네 준종합병원 규모지만,
그 종합병원 수준만큼이나 specialist들이 모두 있고, 병실들도 모두 1인실이며
그 안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500명이 넘는다. 실로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미국은 한국에 없는 float pool이라는 부서가 따로 있다.
더불어 travel nurse도 있고 floating이라는 시스템까지 있어 언제든 부족한 인원이 충원된다.
float pool은 부서는 부서지만 자기 home ground가 없는 부서다.
이 곳 부서 간호사나 조무사들은 그 날 그 날 일하는 부서가 다르다.
인력이 부족한 부서에 무조건 불려가 일하게 되는 것.
언제 어디에서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 하니 대부분이 ICU나 tele 경력자들이다.
자기 home ground가 아닌 늘 다른 부서에서 일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이들은 다른 간호사들에 비해 시간당 4~5불 이상을 더 받게 된다.
그래서 돈이 궁한 간호사들은 일부러 float pool에 지원해 일하기도 한다.
travel nurse는 일단 병원 소속이 아니다.
외부 업체에서 따로 채용한 간호사들로 이 간호사들은 간호사가 부족한 병원들을 투어하며
단기간. 보통 14주에서 몇 달간 계약을 맺고 일을 하게 된다.
그렇게 여러 병원 다니며 여러 시스템 속에서 빨리 적응해 일을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이들 역시 높은 페이를 받는 편이긴 하지만 불경기 때문에 이도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들린다.
병원마다, 또 부서마다 따로 룰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하는 부서에는 데이타임, 나잇타임 travel nurse가 각각 한명씩 있는데,
부서에 환자가 적어 누군가 다른 부서로 float(한국의 helper 개념이다.)을 가야 할 경우
이 travel nurse가 일순위가 된다.
마치 float pool 간호사처럼 여기저기 다른 부서로 많이 다녀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ICU 출신들이다.
몇 년 전만해도 간호사가 하도 많이 부족해 med/surg 출신이며 경력없는 간호사들이
이 travel nurse를 하는 경우를 곧잘 보곤 했는데 최근 와서는 ICU 경력자들밖에 못 봤다.
불경기 탓이다.
float 시스템은 병원의 이 인력충원에 유연함을 보여주는 시스템되겠다.
어느 한 부서에서 환자수가 적고 대신 일할 간호사수가 많은 경우, 그 일부 간호사는
환자수 많고 상대적으로 일할 간호사가 적은 부서로 떠나 일을 하게 된다.
보통 Med/surg는 surgical 이나 Tele로 가게 되고,
ICU는 tele나 SDU,
Tele는 ICU나 SDU, Med/surg로 가기 마련인데,
요즘 같아선 뭐..... 간호사의 그 competency (능력, 지식 정도?) 상관없이
ICU던 ER이던 마구 보내는 눈치다.
사실 Med/surg에서 일하는 간호사로선 cardiac monitoring 할 기회가 없는데,
이런 간호사가 ICU에 가서 중환 두 명 맡아 12시간 cardiac monitoring하며
약까지 다루려면 이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닐 뿐더러 환자 safety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간호사 전원에게 cardiac monitoring 및 EKG reading,
기타 교육을 계속해서 추가로 제공하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공부를 해 지식을 쌓는다 해도
실질적인 경험 없이는 그 지식을 활용하기 힘든 법.
나 역시도 Med/surg에서 SDU로 옮겨 오리엔테이션 받던 중에
ICU로 float을 가게 되었는데 가서 받은 환자가 ICU에서도 acuity가 높은 그런 중환이였다.
보통 float을 가게 되면 그래도 나름 acuity 가 낮은 환자들을 주곤 하는데,
그 날 따라 vent 단 환자들 투성이였고, SDU에서 간 나로선 competency 때문에
vent 환자를 받을 수가 없어 대신 vent 없는.... 하지만 acuity가 더 높은 이 환자를 받게 된 것이다.
"이런 케이스를 다룬 적도 없고, 이런저런 기구들을 다룬 적도 없어 난 이런 환자 못 맡겠다."고 refuse했지만
결국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 환자를 보는 내내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그 말을 다른 어느 경력 간호사에게 하자 다음에도 그런 일이 있으면
환자 refuse를 적극적으로 해서 맡질 않던지 아예 아프다고 해서 그 자리를 떠나라고 하더라.
환자 safety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만일 네 가족이 중환자실에 있는데
지식과 경험 없는 간호사가 맡았다고 생각해보라고....
더불어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네 면허가 날라갈 수 있음을 꼭 명심하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정신이 버쩍 들었다.
예전에 어떤 게시판에서 보니 어느 Med/surg 간호사는 (한국간호사였다.)
ICU 경력이 없는데다 일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ICU로 가게 되어 refuse 했다가
결국 병원을 관두게 되었다는 글이 있었다.
병원마다 또 floor마다 rule이 있고 policy가 다르니 만일 이런 상황이 닥치게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꼭 한번 생각해보고 차분하게 지혜롭게 대처하는게 좋겠다.
그러고보니 float 간지도 몇 달째 된 것 같다.
MEd/surg에 있을 땐 정말 매 주말마다 ICU랑 ER로 float가곤 했는데.....
그땐 그래도 나름 경력이며 경험 쌓아보겠다고 열심히 다녔는데 ER은 왜 그리도 가기 싫던지.
일단 시스템이 너무 다르고, paper도, 챠트도 모든게 다르다보니 참 일하는게 쉽지 않다.
ER은 지금도 가고 싶지 않은 부서 1위다. -_-;
다른 간호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다들 ER로 float 가라고 하면 한마디씩....
"너 나 싫어하지? 그래서 ER 보내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