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경기, PCCN 그리고 부서이전
  • 조회수: 3539 | 2011.09.20
요즘은 새 부서 일에 많이 적응된 탓인지
"해야 할 일"들이 자꾸 눈에 보여 일할 때마다 너무 바쁘다.
지난 4개월?간 그래도 배운게 있다고 요즘은 환자들을 보면
한눈에 어떤 문제들이 생기겠구나 하는 insight이 생긴다.
그리고 어떤 어떤 것들을 해줘야겠구나 하는 plan들도 바로바로 잡힌다.
가끔 그런 스스로를 보면서 "아. 이런게 경력이라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내 불경기가 점점 심해지면서 최근 미국내 간호사 job 구하기도 쉽지 않아졌다.
미국엔 한국에 없는 travel nurse라는게 있는데, 이 간호사들은
간호사가 부족한 병원들을 돌며 12주에서 16주 이상 단기간 일을 하며 다닌다.
이 travel nurse들이랑 얘기하다보면 타주, 타지역 병원 수준이며 임금, 복지 수준은 어떤지,
job market 수준은 어떤지 대충 정보를 구할 수 있는데,
최근 들은 얘기로는 북부 캘리포니아. 흔히들 알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산호세 포함
Bay area쪽은 경력 최소 3년 이상이 되지 않으면 job apply자체가 안된다고 한다.
요즘 같아선 한국 경력은 알아주지도 않고, 미국내 nursing home 경력도 알아주지 않는다.
마치 한국에서 종합병원 경력을 제일 쳐주듯이 여기서는 acute care 경력을 제일 쳐준다.
특히 ICU, ER 경력은 아직까진 최고인 듯 하다.
사실 내가 Med/surg에서 4개월전 SDU(step down unit : 한국의 준중환자실 수준)으로
옮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간호사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이 병원에서 일하는 중에 영주권 받고 타주, 타도시로 옮겨 다시 병원을 구해야 할 때
과연 이 med/surg 경력만으로 취업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telemetry (cardiac monitoring이 필요한 환자들이 가는 곳) 이상 경력만 되어도 좋은데,
med/surg 경력만으로는 아직 취업이 그닥 쉽지 않다.
아무리 미국내 경력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SDU에서 critical care 일도 좀 배우고, 경력도 쌓고 하다보면
나중에 다른 병원에 apply했을 때 ICU던, SDU던, telemetry던.... 어디로든 지원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SDU 으로 옮길 때 목표가 하나가 더 있었다.
PCCN (progressive care certified nurse)을 따는 일이다.
PCCN은 많이들 알고 있는 CCRN과 비슷한 일종의 전문간호사 자격증이다.
CCRN이 ICU 간호사들이 따는 전문간호사 자격증이라면,
PCCN은 step down이나 telemetry 간호사들이 따는 전문간호사 자격증이고
CMSRN이나 CMSN은 med/surg 간호사들을 위한 전문간호사 자격증이다.
이 모든 시험들은 해당 부서에서 최소 1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한다.
이 자격증을 딴다고 딱히 대우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되려 주어지는 일들이 많아 바빠진다고 해야 하나.
med/surg에 있을 때 CMSRN을 따고 나서 charge nurse offer도 들어오고,
이런저런 중요 policy 모임에도 끼게 되고, 다른 간호사들이 물어올 때마다 가르쳐주고, 도와주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정말 큰 성장의 계기가 되긴 했지만,
어쨌거나 도움을 받기보단 주어야 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내 일은 내 일대로 하면서) 몸이 바빠지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자격증을 땀으로 인해 가슴에 전문간호사라는 뱃지를 달고 일할 때의 그 pride는 priceless.
더불어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나로서는 간호사 능력까지도 의심하는 이들을 향해
"My english is not perfect but I know what I'm doing." (나 그래도 내 할 일은 안다.)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계기가 된다. 
 

요즘 우리 부서에 이 PCCN 바람이 불었다.
최근 경력 2 ~3년 된 간호사가 이 PCCN을 땄었다.
(그녀는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간호사로 유명했다. 모두들 she deserves it! 할 정도.)
시험 보기 바로 직전 나와 같이 공부한 EKG 파트, 특히 12 leads EKG 로
infarction 및 ischemia reading 하는 곳에서 시험문제가 많이 나와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하는 걸 보아
EKG reading 및 그에 관련해 어떤 assess를 하고 어떤 약들을 주어야 하는지가 중점인 그런 시험인 듯 했다.
암튼 그녀가 그 PCCN을 따고 나서 모두들 자극이 되어
그녀가 공부하면서 모아둔 자료들을 모두 카피, 책으로 만들어 나눠가졌다.
이제 경력 4개월밖에 안된 나도 그 사이에 낑겨 카피본을 챙겼다.
보면 병원 분위기, 부서 분위기라는 건 참 중요한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이 이것저것 공부하여 배우려는 분위기면 그게 정상인가보다 하고
덩달아 같이 공부하고 배워나가게 되는데,
주위 사람들이 뭐하러 그런거 해. 이미 license 있는데.... 하며 안주하는 분위기면,
덩달아 같이 안주하게 되고 게을러지는 법.
요즘 부서원들을 보며 이 곳으로 옮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다음달? 쯤 되면 예전 부서에서 같이 일하던 간호사가 한 명 더 이 SDU에 합류하게 된다.
med/surg에서 같이 일할 때도 느꼈지만 그녀는 참 성실하고 꼼꼼하게 이것저것 잘 챙기는,
그래서 훌륭한 간호사로서의 포텐셜이 마구마구 느껴지는 그런 간호사였는데,
몇 번 만나면서 critical care로 옮겨 좀 더 경험해보는게 어떻냐고 설득을 좀 했더니,
자극을 좀 받았는지.... 그 사이 우리 부서 매니저를 만나 job interview도 받고 허락도 받았단다.
한국에서는 부서 rotation이라는게 있어서 매 5~7년마다 모든 부서 간호사들이 원하지 않는 부서로 떠나야 했다.
그래서 새 부서에서 새로 일을 배우며 고생하는게 정석이였는데,
이 곳 미국은 내가 원하지 않는한 부서를 옮길 필요가 없다.
모든 부서엔 부서장(manager : 일종의 수간호사, head nurse 되겠다.)이 있는데
내가 가고 싶은 부서장 manager를 만나 job interview를 하고 okay 허락을 받으면,
현재 일하는 부서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2~3주 후 떠나면 된다.
그러니 각 부서엔 그 부서에서만 10년 이상 일한 베테랑들이 있기 마련.
이 베테랑들은 그 부서의 중심이 되고 새로 들어오는 간호사들 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잠 안오는 밤 새벽 4시.
미국내 간호환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이것저것 두서없이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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