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용한다는 것 201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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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5
며칠 전이였다. 시작부터 환자수가 그닥 많지 않아 잘하면 집에 갈 수도 있겠다 싶어 시작과 함께 shift leader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Mindy인데.... 오늘 밤 overstaff 되면 나 집에 보내주면 안돼?"
"Okay."
한 두 시쯤 됐을까. Lupe가 지나다니며 아마도 overstaff 되어 자기가 타층으로 불려가 신환을 받을 것 같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오늘 밤 집에 가긴 틀렸군 하고 거의 반 포기하고 있던 중 Shift leader에게 전화가 왔다. overstaff됐으니 환자 23,24호 환자는 Lupe를 주고, 25호,26호 환자는 A 간호사에게 주고 가란다.
그래서 23,24호 환자를 Lupe에게 주고나서 A 간호사를 찾고 있으니 다른 간호사가 그런다.
"아. 지금 밥 먹고 있을텐데...."
보통 한 밤중에 이렇게 overstaff 되어 집에 갈 경우엔 clock out을 되도록 빨리 해야 한다. 쓸데없는 일로 병원에 머물면 머물수록 그 돈이 돈으로 환산되어 salary로 나오니 shift leader나 nursing supervisor 입장에선 그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간호사들에게 되도록 빨리 일 정리하고 가라 한다. A 간호사가 밥을 먹고 있다고 해서 break room에 들어가서 보니 이제 마지막 한 술을 막 뜨고 있던 참이였다.
"I'm gonna give you these two patients."
하고 인계를 시작하는데....
"Nasal/wound culture was positive to Staph. But Dr. 아무개 said It might be MRSA....so he is in contact isolation now."
“Where does he have MRSA?”
“It’s not MRSA and I said Nasal/wound culture was positive to Staph.”
“And then why does he in contact isolation room?”
“Cause Dr. 아무개 said we better put him in contact isolation.”
“Why?”
“Cause he said it might be MRSA.”
“Where?”
“From nose and wound.”
“I cannot have a contact isolation patient because I have surgical cases.”
“I cannot have this patient. He has MRSA.”
“It’s not MRSA. I said it might be MRSA and you can have this patient.”
인계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나는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거의 분노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나 싶은게.... 이 사람이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건가 싶기도 하고, 평소에도 다른 사람에게 이딴 식으로 인계 주고 받고 하나 싶기도 하고.... 온갖 상상 속에 심장은 뛰어대기 시작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아이고...>하고 한숨 쉬고 있는데 갑자기 열받은 표정으로 shift leader에게 전화를 거는 A 간호사.
"I cannot have this patient. This patient has MRSA. I have surgical cases."
자기 수술 후 환자들을 보고 있어서 격리 환자를 볼 수 없다며 이 환자를 거부하는데. 사실 Chemo therapy나immunosupressive therapy를 받아 WBC가 아주 낮은 환자를 보지 않는 이상 어느 간호사던 surgical cases와 격리 환자를 볼 수 있다.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가며 이 환자를 거부하는 A 간호사를 보고 있자니 답답함은 하늘을 솟는데.... 보아하니 이 환자가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아 받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더불어 내가 일부러 그 환자를 자기에게 준다고 생각하고 내 앞에서 더더욱 acting out을 하는 것 같았다.
인계를 다 주고 나오면서 shift leader에게 말했다.
"나는 저런 태도 받아줄 수가 없어. 인계 주는 동안 전혀 pay attention 하지 않아 같은 질문 계속 해대고.... 내가 이렇게 저렇게 말했는데 A 간호사 이렇게 저렇게 나한테 질문해대는데....내 영어가 문제가 있는거니?" 하며 위의 대화를 quotation 따 그대로 얘기를 해주니 shift leader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Care partner인 Tony가 주차장까지 에스코트해주겠다고 기다리고 있어 짐을 챙기고 나오는데 break room에서shift leader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불평중인 A 간호사. 내가 자기 밥 먹는데 들어와 인계주는 바람에 자기가 pay attention 할 수 없었단다. 그러면서 이 25호 환자가 너무 힘드니 받기 힘들다며 불평하고 있었다. 인계라는게 길어봤자 보통이 2~3분이고 길어봤자 5분이다. 거의 밥도 다 먹은 시점에서, break time을 가지는 중에 인계를 받는게 저렇게도 힘들었나 싶은게.... 그저 한심해 보일 뿐이다.
사실 내가 준 그 두 환자 중 한 명은 거의 할 게 없는 상태였고, 다른 환자는 assess가 좀 필요한 환자였다. A 간호사가 그렇게도 heavy(손이 많이 간다는 뜻)하다고 불평하던 그 환자를 나는 다른 네 명 환자를 끼며 이틀이나 본 터였고, 그 날 밤 집에 가기 전 투약이며 처치, paper works이 모두 끝낸 상황이였다. 뭐가 문젠가.
병동을 나서는데 shift leader도 황당한 표정으로 말한다.
"What's wrong with her? Mindy, you can write it up if you want."
"Absolutely."
듣자 하니 그 날 밤 그 손이 가는 25호 환자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위해 다른 간호사들에게 <너 환자 몇 명 데리고 있냐>며 묻고 다녔다 한다. 그리고 힘든 환자 받기 싫어하며 불평하던 것도 한 두번이 아니라고.
누구나 그렇다. 힘든 환자 받아 힘든 밤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assignment가 떨어지면 주어진 일에 대한 몫은 해내야 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New grads이였다면 모를까 ICU 경력까지 있었다는 사람이 Med/surg 경력밖에 없는 내 앞에서 그 야단을 떨었다는게 더 웃기다. 내가 아는 ICU 동기들은 늘 내 동경의 대상이였는데, 저 이는 도대체 ICU에서 배운게 뭔가 싶고.... 환자 assess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뭐 저리 freaked out되어 난리인가 싶은게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말했다. 힘든 인간관계 속에선 "언젠간 헤어질 꺼라는 믿음으로 버틴다."고.... 아마 그 A 간호사 역시 나같은 마음으로 나를 대할지 모르겠다. 상관하지 말자. 그리고 상관없다. 언젠간 헤어질테니 말이다. 참 슬프지 않은가. 옷깃을 스치는 인연도 인연이라는데, 이런 태도로 서로를 마주하며 일을 같이 한다는 사실이 정말 슬프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내 뜻에 맞는 사람만 만나며 살 수 없는 법. 가끔은 나와 전혀 다른 삶의 사람, 전혀 다른 태도의 사람.....전혀 다른 간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포용하며 살아야 하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