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정을 내려야 할 때 2009-04-24
  • 조회수: 3599 | 2009.04.24
"Mindy, 여기 surgical unit은 간호사의 assess 능력을 아주 떨어뜨리는 곳이야." 



어느 날 나란히 앉아 일하던 중 Hilda가 이런 말을 하며 가능한한 빨리 Tele나 다른 unit으로 자리를 옮기라는 조언을 건넨다. 안그래도 요즘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지면서 다른 unit으로의 transfer를 고려하던 중이였다. 보통 New Grads나 New Nurses들은 적어도 Med/surg에서 1년 일하며 일을 배운 뒤 다른 파트로 transfer 가기 마련인데 내 자만심인지, 아니면 자신감인지 혼자 일 시작한지 6개월만에 이 정도면 다른 곳 가서 적응하는데에 큰 문제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아무리 한국에서의 경력이 6년 가까이 된다 해도 미국에서처럼 환자 몇 명을 detail하게 보는 간호를 해본적이 없으니 assessing skills이 많이 떨어진다는 거다. 늘 그렇지만 이 부족한 skills 때문에 환자 잡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요즘 나는 병동에 불만이 많다. 일에 익숙해지면서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참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discrimination이며 매니저의 태도, 그리고 일부 필리피노 간호사들의 태도....

언제고 어느 미국 간호사 포럼에서 discrimination at work places에 대한 주제로 이런저런 글들이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어느 백인 간호사가 그런 글을 올렸었다. 

"다들 우리 백인들이 차별한다고 난린데, 사실 차별당하는 건 우리다. 필리핀 간호사가 shift leading이라도 하는 날엔 자기들끼리 쉽고 좋은 파트 알아서 나눠갖고 우리들은 힘들고 어려운 환자들만 맡아 간호한다. 감정의 골이 쌓이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 

그 간호사가 어떤 기분으로 글을 올렸는지 이제사 이해가 된다. 사실 나는 처음 이 곳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모두들 너무도 친절히 대해줘 동병상련에서 오는 그 관심과 보살핌에 너무도 감사했었다. 하지만 늘 내 앞에서 따갈로그로 말하고, 내가 무엇인가 지적이라도 하면 얼굴 벌개져 "뭘 그리 잘못했는데?"하며 항변하며, 무슨 일이 생기면 어쨌거나 똘똘 뭉치는 그 민족성(!)에 질리는 요즘이다.

며칠 전 Laarni나 결혼을 앞두고 피자를 쐈다. CDC에서 일하던 나를 포함한 RN 3명과 1명의 care partner는 모두 모여 피자를 나눠먹는데....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필리피노였다. 같이 피자 먹자고 할 때는 언제고, 피자 한 조각 물었는데 자기들끼리 따갈로그로 신나게 웃고 떠든다.

 "Am I visible?......"

늘 이런 식이다. 나만 느끼는게 아니라 이 병원 모든 non-filipino 간호사들이 느끼는 바다. 같이 입사한 Edwin도 이게 싫어 다시금 백인들이 많은 ICU로 가려고 생각중이였고, 타층 Med/surg에 일하는 (이 층도 필리피노들이 많은가보다.) Patricia는 "They own this hospital!!!!"하며 흥분해했다.

나 역시 minority 중 하나다보니 늘 어울리는 간호사들은 Hispanic이나 white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구 떠들며 어울릴 정도의 영어 실력은 못 되지만 말이다.

최근 매니저가 경력 2년 정도 된 Laarni와 Richelle에게 shift leader 교육을 받으라고 했단다. 이제 병원 들어온지 몇 달 안된 Malvin은 자기가 shift leader를 해보겠다고 apply까지 했다. 병원 경력이 꽉 찬 Lupe가 보기엔 필리피노 매니저가 가까운 필리피노 간호사들에게 이런 기회들을 주는게 not fair하다며 나만 봤다 하면 이들 욕이다. 그도 그럴게 Shift leader는 모두에게 faire해야 하고, 어느 누가 문제가 생기면 달려가 도와줘야 하며 응급시에 도맡아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이 Laari, Richelle, Malvin은 그런 일을 수행할 능력이 아주아주아주아주 딸리는 간호사들이다. 더군다나 모두 필리피노인지라 보이지 않는 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Malvin이란 간호사에 대해 좀 더 얘기해보자면..... 다른 곳, 다른 병원에서 꽤나 일하다 온 간호사라고 하는데 일하는 태도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늘 환자들을 웃게 하며 즐겁게 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그래서 늘 Malvin을 볼 때마다 "어쩜 저렇게 에너지가 넘쳐날까."하며 부러워하곤 했는데 요즘 보는 Malvin은 time manage 못하고 늘 남에게 부탁하는, 아직은 경력이 부족한 간호사다.

알고 보니 이 친구. 필리핀에서 의사하다 왔단다. 그래서인지 기본 지식은 많으나 간호사 경력은 충분하지 않은지 IV도 늘 남에게 부탁하고, PCA 달거나 suction set up하는 그런 것들이 모두 늦어 늘 shift leader를 불러 부탁한다. 그래놓고 스스로 일 잘 한다고 코 세우고 다니는 꼴이란.

그제 surgical unit에서 환자 5명 맡아 일하던 중 Shift leader인 Christina에게 부탁을 받았다.

"Mindy 미안한데.... 이 환자 5명 다른 간호사에게 주고 CDC가서 신환 받아주면 안될까?"

거의 일 다 끝나가는 마당에 이 환자 다른 간호사에게 다 주고 다시 신환을 받아? 왜 하필 나야? 오늘은 경력있는 Candie도 있고 Laarni도 있잖아......이 말 저 말들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늘 나를 챙겨주고 봐주는 Christina의 부탁이다. 따지고 보니 Christina가 부탁한다고 해서 자기 환자들 남 주고 다시 신환 받으러 CDC갈 Candie며 Laarni가 아니다.

가서 신환 두 명 다시 받고 다른 두 간호사로부터 환자 두 명을 받아 네 명 간호를 하는데....

이 Malvin 묻길 "어떤 환자 줄까?" 그러길래 내가 일하는 곳에서 가까운 방 환자 달라 했더니 먼 방 주려고 한다. 보아하니 그 먼 방 환자 까탈스레 구나보다. 그래서 한 마디 툭 던졌다.

 "그 방 너무 멀어. 제일 가까운 방이 어디야? 거기 줘." 그랬더니 제일 가까운 방은 아니고 그나마 가까운 방 환자를 준다. AAA(Abdominal Aortic Aneurysm)으로 입원한 환자였는데 상태가 많이 경해져 퇴원을 앞두고 있는 환자였다. 그간의 간호 기록이 엄청나 차트가 엄청나게 두꺼웠다. 이거 파악하려면 오늘 밤 새겠네 싶었는데..... 중간 궁금한게 생겼다.

환자는 퇴원 앞두고 있는데 여전히 IV로 6시간마다 약을 주며 혈압을 조절하고 있었다. 혈압은 늘 150대였고, 중간중간 160이상 올라 Hydralazine이라는 약을 주고 있는 터였다. 재밌는건 환자는 intake에 문제가 없다는데 억지로 soft diet를 주고 있었고,(왜 regular diet를 주지 않는지 물으니 머물머물....) 혈압조절 위해 먹고 있던 home medication도 일주일 넘게 안 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차트 들고 들어가 물었다.

 "이 M1 (home medication) 이 clarify가 안됐어. 무슨 일인지 아니?"

 "우리 Vasotec IV 주고 있잖아."

 "내 말은 이 환자 먹기 시작한 이후로 M1이 clarify가 안됐고 (24시간 내에 되어야 함) 여전히 혈압은 높은데 Vasotec IV밖에 안 주고..... 문제는 환자가 다시 감옥소로 돌아갈 건데 빨리 PO로 바꿨어야지."

 "아. 몰라. (차트 뒤적대더니) 여기 M1 clarify 되어 있네. 챠트 보면 되잖아."

 "이건 수술 전 된 거잖아. 당연 bleeding으로 BP 낮으니 의사가 HTN 약 안 주겠다고 표시했지만 지금 수술 후고 혈압도 높은데 다시 체크됐어야지. 그리고 너 나보고 아침에 foley 제거하라고 인계줬잖아. foley removal 오더가 없어."

 "아. Dr가 progress note에 적었었어. 챠트 좀 봐."

 "아무리 봐도 없어. 그리고 progress note 적은 건 order가 아니잖아."

 "여기 있잖아. (뒤적뒤적...) 어...어디 있지? 봤는데...."

 "(이 자식이 정말)"

내 앞에서 차트 뒤적이는 꼴이 완전 한국에서 보던 레지던트들 태도다. 자기도 이제 막 환자 봐서 잘 모른다고 해놓고선 나중에 챠트 보니 바로 전날 이 환자 포함 3명 환자 보며 닐리리 밤새 놀았던 흔적도 있다. 자기가 이틀이나 간호해놓고선 환자에 대해 모른다고 하는게 말이 돼? 이 자식아!!!! 그래놓고 shift leader 하겠다고 난리냐. 넌 아직 멀었어. 아주 독설을 내뱉어주고 싶었다. 나는 늘 그렇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그러면서 일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그런 간호사가 제일 싫다.

하마터면 이 자식 말 믿고 order 없이 foley removal을 하는 대형사고를 저지를 뻔 했다.

같이 일하던 다른 간호사 Althea에게도 환자를 한 명 받았다. 늘 날 잘 챙겨주던, 내가 가장 좋아하는 preceptor이기도 한 Althea. 근데 그 날 밤 Althea 에게 환자를 한 명 받으며 "야. 너 이래도 돼?"하는 마음이 들었다. 환자 같지도 않은 (한국으로 치면 가짜 환자 수준), 치료 받고 감옥소로 돌아가기 위해 장기 대기중인 그런 환자들만 자기가 다 맡고는 나에게 paraplegic / GI bleed / Rectal mass with Colostomy bag and urostomy bag 환자를 줬다. ER에서 간호사가 이 환자 때문에 아주 힘들었다고 하던데, 이런 환자를 나한테 토스한 셈이다. 

 "Malvin, Althea 얘들아.... 나 이미 저기서 환자 5명 다 보고 여기 와서 다시 환자 4명 보는 거거든. HELLO!!!!!! 너네만 바쁜게 아니야. 바쁜 척 좀 하지마. 내가 너희 환자들 수준을 모르냐?"

중간에 파트를 옮긴 것 때문에 짜증이 나는게 아니라 이 둘의 태도 때문의 그 날 밤 아주 짜증이 제대로 올랐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자꾸 터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틀 전에는 ER로 floating을 갔다. 요즘 병동에 신규들이 너무 많아져 상대적으로 경력이 어느정도 생긴 내가 자주 다른 층으로 보내지고 있다. 모두들 <Mindy 안됐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어쩌랴. 언젠가는 ER floating 가야 할 참인데 당해도 빨리 당하는게 낫지 뭐.

surgical 에서 보지 못한 애기 환자들이 많아 이들 간호에 쓰이는 기구 익히느라, 전혀 다른 paperworks에 system 적응하느라 밤새 서있었더니 그 다음 날 잠자는 중에 다리에 쥐가 났다. 어찌나 피곤하던지. 일이 힘들었다기 보단, 새로운 병동에서 받는 tension이 더 문제였던 것 같다.

그제 병동으로 다시 들어와 일을 하면서 둘러보면서 드는 생각이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다른 층으로 floating 갈 판인데다, 이 보이지 않는 unfair함을 모두 감당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요즘 생각중인게..... step down unit이다. 곧 생긴다는 이 step down unit은 한국으로 치면 준중환자실에 속한다. New staffs들을 위한 새 training도 있을꺼라고 해서 귀가 아주 솔깃한데..... 요즘 병동 분위기에 아주 제대로 치인 Lupe(현 shift leader), Melinda(전 shift leader, 일에 짜증나 shift leading 그만두고 지금은 그냥 일반 RN으로 일하는 중)가 나에게도 고려해보라고 권해서 심각하게 생각중이다. 하지만 늘 걱정되는 건..... 글 처음에서도 밝혔듯이 나의 poor assessment skills이다. 물론 가면 많이 배울 수 있고, 좋은 경력도 되겠지만 환자 잡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그런 나에게 Lupe 늘.....

"You can do it."

"Do you think I can handle it? I'm really interested in, but I'm not sure...about myself."

 "Yeah...I think you can handle it. It will be a good chance for sure."

하며 웃어준다. Lupe....너 믿고 함 지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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