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자사용 2009-02-03
  • 조회수: 3070 | 2009.02.03
2시간째 끓고 있는 소꼬리탕 냄새가 참으로 구수하다. 한국에서는 만들어본 적은 없어도 소꼬리가 비싸다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 감히 엄두도 못 내봤는데, 이 곳 미국에 오니 소꼬리 구하기도 쉽고 생각외로 가격도 착해서 곧잘 끓여먹곤 한다. 사실 우리 Fredrik군이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소꼬리탕 노래를 해대는게 가장 큰 이유다. 한국에서는 기껏해야 5~6천원, 비싸야 1만원 가량 하는 탕종류들이 여기서는 무조건 10불이 넘어간다. 팁까지 주고 나면 거의 1만 5천원 정도가 나가고 두 명이 가서 먹고 나면 3만원은 그냥 나가버린다. 소꼬리 한 팩에 8불 정도 하는데, 이 한 팩이면 5~6인분은 족히 나오다보니 이제는 밖에 나가 탕 먹는 일이 없어졌다.  
 사실 어제 좀 바쁘게 일을 한 데다 work permit 연장신청건이 좀 꼬이는 통에 심신이 지친 터였다. 8월 초에 병원과 변호사로부터 연락을 받고는 work permit 연장신청을 했더랬다. 1년이면 나오는 영주권이 계속 지연되어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지난 7월 quota가 열렸을 때 신청자가 폭주한 탓이다. 처음 받은 work permit은 1년 짜리였는데 새로 나올 permit은 2년짜리란다. 아마도 영주권 진행이 더 느려질 것만 같은 예감이다. 아무튼 지금 갖고 있는 work permit이 이달 말에 expire 되는데 아직 새 work permit을 받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이달 말까지만 일을 하고는 집에 근신해야 할 판이다. 안그래도 driving license까지 expire되어 정말 말 그대로 집에 콕 처박히는 꼴이 되어버린다. (Driving license를 renew하기 위해선 new work permit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Human Resoure(HR,인사부)를 찾아갔고 언제나처럼 Mike와 Georgia가 도와주어 큰 문제없이 work permit을 받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이민국 website를 뒤져보니 내 filing이 이제 막 끝나 card를 만들고 있단다. 하여튼 이 놈 미국은 늘 이런 식으로 내 인내심을 시험하곤 한다.
 
  
 이 곳 미국 병원에서 일을 시작한지 벌써 8개월째가 되어간다. 그 사이 이 곳 시스템에 너무 많이 익숙해진 탓인지 한국에서 내가 어떻게 일했었나 싶을 정도로 그 때 기억이 희미하기만 하다. 그저 막연히 한국에선 너무 힘들게 일했다는 느낌만 들 뿐이다.
 지난 밤엔 환자 세 명 중 두 명이 isolation cases였는데, 한 명은 shingles로 contact isolation이였고, 다른 한 명은 chicken pox로 airborne/contact isolation이였다. 한국에선 이런 환자들을 받으면 어찌했나 싶다. 사실 shingles로 환자 두 명 정도 받은 기억이 나는데 병실이 없어 4인실에 받아 다른 환자들과 함께 같이 간호했던 기억이 난다. 같은 병실 다른 환자가 찝찝해서 같은 방 못 쓰겠다는 걸 contact이랑은 관련없는 피부질환이라고 설명하며 상황정리했던 기억도…. 다행히 그때 당시 그 환자 상태가 그닥 심하지 않았고 수포도 터지지 않은 상태였다. 정말 다행이였다.
 다시 얘기로 돌아와 shingles로 입원한 환자는 그저 gloves만 끼고, 가끔 gown만 입어주면 되는데 이 chicken pox는 좀 다르다. Airborne이기 때문에 특수 마스크를 써줘야 하며 방 안에는 특수 공기 정화기가 있어 소음이 가득하다. 한국에선 어떻게 했을까?과연 이런 1회용 특수 마스크를 쓸 수 있게 해주었을까? Gown을 맘대로 입게 해주었을까? Gloves는? 그러고보니 한국에서 일하는 5년 5개월간 airborne isolation case를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아무튼 아껴써라 아껴써라 물자를 왜 그리 쓰냐 쫓아다니며 잔소리하는 수선생님이 없으니 그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어 좋다.
  
 
 미국에서 일하면서 좋은 것 중 하나가 이런 물자에 대한 stress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땐 IV며 IM은 맨 손으로 놨었다. 항생제나 기타 다른 약제를 주사기에 잴 때도 맨 손으로 했었고, 심지어는 항암제 mix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바쁜 나머지 그냥 마구 항암제를 mix한 적도 있다. 그래서 이 곳 미국에서 처음 일했을 때 언제 어떻게 gloves를 껴야 하는지 그 감이 오질 않아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 곳 병원 대부분의 병실은 1인실이다. 병실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gloves가 S,M,L 사이즈별로 걸려있고 그 바로 옆에 hand sanitizer가 걸려있으며 그 바로 밑에 아주 큰 쓰레기통이 있다. 그래서 병실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마다 바로 gloves를 낄 수 있고, 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쓰레기통에 넣고는 hand sanitizer로 마무리하면 그만이다. Gloves에 대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자면, 오리엔테이션 중 Mark라는 신규 간호사는 덩치가 아주 커서 L 사이즈도 빡빡할 정도였는데 특별히 그  한 친구를 위해서 간호부에서 특별히 XL gloves를 신청해 마련해주었다.. 어쨌거나 간호사가 일하기 편한 현장이여야 한다는 마인드다.
 2005년이였나. 병원에서 infection control을 위한다며 hand sanitizer를 곳곳에 부착했었는데 수선생님이 이게 적잖이 비싼 거라며 아껴 쓰라고 늘 강조했었다. Gloves며 gown은 생각도 못했다. 그저 늘 조심, 또 조심하라는 강조 뿐 어떻게 조심하라는 detail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곧잘 일하는 중에 TB에 걸려 치료를 받는 간호사들을 보곤 했다. 그러고보면 한국에서는 모든 환경이 infection에 노출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기타 다른 물자 사용에도 제한이 없다. CDC라고 감옥소에서 오는 inmates들을 간호하는 unit에서는 환자 상태를 모두 paper에 기록하고 chart 일부분을 복사해 each facility로 보고해야 하는데 보통 한 환자당 적게는 4~5장의 A4용지가 쓰이며, 많게는 15~20장도 쓰인다. 이른 아침 4시에 이 모든 기록들은 fax로 보내어지고 바로 폐기가 된다. 한국에서라면 자르고 오려서 메모용지로 쓴다던지 아니면 뒷장을 이용해 다시 A4용지로 쓴다던지 하겠지만 이 곳 미국에서는 환자 기록이 조금만 들어가도 무조건 폐기시켜버린다. HIPPA라고 환자 privacy를 위한 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Linen 사용은 어떠한가. 한국에서 내가 몸담고 있던 병동은 장단기 수술이 참으로 많은 과였다. Day surgery 보통 2개에 2days 수술이 보통 4~5개, 그리고 일주일 걸리는 수술이 2~3개 되곤 해서 turn over가 굉장히 빨랐고, 그래서 입퇴원 준비로 늘 바빴다.
 문제는 쓸 수 있는 linen에 한계가 있어 새 입원 환자에게 새 이불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늘 발생했다. 행여나 이불에 피가 묻었어도 바꿔줄 수 없었고, TURP 수술 후 ice water로 bladder irritagion하는 환자가 춥다며 이불 한 장 더 달라고 하는데도 아주 빌다시피 하며 얇은 린넨 한 장 겨우 건네던 기억도 난다.
 이 곳에서는 이불을 더 달라고 하면 아낌없이 준다. 그냥 준다. 하물며 linen실에는 몇 장의 린넨을 늘 따뜻하게 데펴주는 특수기계가 있어 환자가 춥다고 하면 바로 따뜻한 린넨을 덮어줄 수도 있다. 수술 바로 다녀온 환자에게 pain medicine 하나 주면서 이 따뜻한 린넨을 덮어주면 환자 만족도가 막 상승한다.
“It feels good…. Really good…..”
 

한국에도 이런 기계가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한국에서 보지 못한 기타 물자들도 많다. 그 중 하나가 IS(incentive spirometer)라는 건데 수술 후 deep breathing을 격려하기 위한 물건(!)되겠다. 한국에서는 그저 환자에게 심호흡 많이 하세요. 기침도 하세요. 그래야 폐합병증 예방합니다....라고 격려하곤 했는데 이 곳에서는 IS를 내밀며 매 시간 10번씩 하도록 가르치고, 수치를 늘 체크해주곤 한다. 욕창이라도 생길라치면 바로 heel protector라는 걸 대고, seizure하는 환자는 seizure pad를 대주며, 수술 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DVT(deep vein thrombosis) 예방을 위해 양 다리에 compression massage 기계를 대준다. 환자 간호에 대한 거라면 아낌이 없다.
 
                  
<heel protector> 

각 병실에는 medication cart가 따로 있다. 적어도 세 네개의 서랍장이 있는데 첫째 서랍장은 그 병실 환자에게 들어갈 약이 들어가고, 둘째는 syringe, needle등이 들어가며, 세번째는 약컵, 일회용alcohol sponge, 기타 plastic bags들이 들어간다.
 약 줄 시간이 되면 chart만 들고 들어가 환자 바로 앞에서 약을 꺼내 주고 필요에 따라 plastic bags이며 paper bags을 주면 된다. 이 syringe와 needle은 일정 시간 맞춰 약국에서 올라와 자동으로 채워넣어 준다. 한국에서는 늘 charge nurse가 간호조무사와 함께 물품 정리하고, 세고 해서 공급실에 청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면 한국에선 간호사가 정말 이것저것 안 하는게 없는 것 같다.
 
 
 문득 어느 날 밤 환자 한 명을 위해 gloves를 세 번이나 바꿔 끼는 중에 물자 사용에 대한 주제가 생각나 이렇게 글을 써본다. 물론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보이지 않는 차별로 힘든 이 곳 미국 간호사 생활이지만 물자 사용면에서는 아주 feel free하다는 advantage도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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