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shift로 근무가 바뀐 후로는 주 2회 강의실에서 수업 받으랴, 주 2회 밤근무 뛰랴 생활리듬이 불규칙해지면서 피곤이 더해진 느낌이다. 한국에서처럼 <제발 오늘 밤도 무사히~>를 기도하며 병동에 들어갔고 assign받은 환자 병실과 이름을 확인하려고 컴퓨터에 로그인을 했다.

그 순간 좌악 뜨는 별들.....
”이게 다 뭐야. 하나, 둘, 셋, 넷.....” 별이 모두 아홉개가 떠 있었다.
전에 이 별에 대해 설명했었지만 이 별들은 VIP를 상징한다.
좋은 이유의 Very Important Person일 수도 있지만 그닥 좋지 않은 이유의 Very Important Person일 수도 있는데, 한꺼번에 아홉명이 입원한 걸로 보아 아마 감옥에서 패싸움(!)이 벌어진 것 같았다. (나의 상상력은 아주 코믹하기 그지없다.) 보통 감옥에서 1~2명이 오기 마련인데, 그 날은 우연의 일치였는지 4~5개 되는 지역 County 감옥들에서 모두 9명의 prisoner들이 입원을 했다.
병명들이 Pneumonia, Abdominal pain, Cellulitis인 것들로 보아 패싸움은 없었던 듯 하다. 전에 한번 prisoner를 간호하면서 ”저들도 같은 사람인데....”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벽을 쌓고 다른 시선을 가졌던 데 대해 반성했었다. 그리고는 또 다시 prisoner를 간호하게 되면 ”이번엔 제대로~”라는 마음으로 임해야겠다 결심도 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 orientation을 받으며 들은 얘기 탓인지 조금은 긴장이 되는 터다. 아주 온순하기만 했던 19살 남자 환자가 갑자기 몸에 달린 모든 lines을 뽑고는 길을 막던 간호사의 목을 조르며 협박했단다.
그때 현장에 있던 다른 orientee는 security를 불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단다. 공포가 극에 달하면 ”악~”소리도 나지 않는 법이다.
미국에 와서 간호 관련 에세이며 아티클들을 읽곤 했는데, 가끔 가다 죄수며 흥분에 휩싸인 환자들에 관련한 에피소드를 읽을 때면 한국에서의 경험보다 위험의 수위가 조금은 높은 듯한 느낌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어디에서건 충분히 칼부림이나 목조름같은 극도의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지만, 이 곳 미국에서는 총알이 왔다갔다하는 곳이여서인지 violation의 수준이 조금 다른 것만 같다.
나는 간호사 에세이에서 읽은 것 중 Nurse Wanda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ESRD로 자주 병원 신세를 지는 어느 한 젊은 african american이 이 Nurse Wanda를 참 좋아했단다. 그 이유가 그 환자가 자주 드나드는 스트립바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트립퍼랑 닮았다는 것이다.
어느 고요한 밤, 이 환자가 갑자기 몸에 달린 모든 lines을 뽑고 foley만 달고는 나체 상태로 온 병동을 뛰어다니는 소동을 벌였고, 그 소동 끝에는 이 환자가 어느 여자 병실에 들어가 할머니를 인질로 잡고는 편지봉투를 열 때 쓰는 칼로 그 할머니를 죽이려하는 장면이 벌어진다.
모두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Wanda는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옷을 벗으며 환자에게 다가서고, relieved 된 환자는 Wanda를 따라 병실까지 들어가 침대 위에 눕고는 제 정신으로 돌아와 Wanda 가슴에 묻혀 엉엉 울었다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지만 전혀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거나 이 곳엔 약물 중독자며 알콜 중독자가 많은데다, 몸이 아프면 보험이 있건 없건 너무도 쉽게 병원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계를 받고 병동 복도를 둘러보니 여기도 Guard, 저기도 Guard..... 무늬만 병원이지 무슨 감옥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한 prisoner 환자당 Guard가 두 명이 필요하다보니 모두 열 여덟 명의 Guard가 병동 한 쪽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실에 들어가기 전 Preceptor가 다시금 주의를 준다.
”Mindy. 환자 만질 때마다 Gloves 꼭 끼고, 내가 1회용 청진기 가져다 줄 테니 네 것 쓰지 말고 그것을 쓰렴.”
”1회용 청진기?”
”응. Prisoner가 너무 많아서 여러 개 공급실에다가 신청해뒀어. 알잖니.... 저 사람들 감염의 기회가 많다는 거.”
조금 있으니 노란색 띠 둘러진 청진기를 가져다준다.
이 곳에서 일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정말 별의 별 것들이 다 있고, 정말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구나라는 거다.
Prisoner들이 감염의 기회가 많은 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Hepatitis C나 AIDS를 끼고 있다. (Tatoo가 많다 싶은 환자들 중에도 Hepatitis C가 정말 많다.) 그러니 적출물 관리며 IV 치료, 모든 접촉에 있어 늘 주의 또 주의해야 한다.
Assign 받은 두 환자가 그래도 나름 stable해서 큰 어려움 없이 아주 편안한 밤을 보내고 있던 중 4시쯤 되었나. 모르는 간호사들이 한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간호사 셋이서 옆 방에 자꾸 드나든다.
”무슨 일이야?” ”내 환자가 좀 안 좋아. ICU로 가야될 것 같아.” Pneumonia가 있어 들어온 젊은 prisoner였는데, AIDS 때문에 면역이 떨어진 상태였고 항생제가 들지 않아 결국 한쪽 폐가 아주 허옇게 되어버렸다.
그 모르는 간호사들은 ICU에서 올라온 간호사들이였다.
병동에서 중환이 떠버리면 그 담당 간호사는 ICU에 전화를 걸어
”우리 환자가 좀 안 좋은데, 좀 봐줄래?”하고 부탁을 하고, ICU에서는 이런 식으로 간호사를 보내 환자를 본 뒤에 ICU로 갈 건지 말건지를 결정한다.
Lab 결과가 너무도 안 좋다. 환자 얼굴을 보는 순간 ”얼마 안 남았구나.”라는 gut feeling이 드는데..... 나는 정말 이 느낌이 싫다.
결국 Guard들에 휩싸여 환자는 ICU로 갔고, 병동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5시 반.... I/O를 마저 채우고 Cardex를 정리하고는 인계 준비를 했다.
”너 약 필요하니?”,
”어디가 아프니?”등의 간단한 대화는 쉽지만 어느 환자가 어떻게 입원해서 어떤 치료를 받았고, 어떤 치료를 받을 참이고,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고 등등의 reporting은 아직 어렵기만 하다.
안그래도 필리핀 간호사 중 하나가 내 인계 때 영어가 poor한 것을 알고 못마땅해 하는 눈치다.
조금 지나자 Day shift 간호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Staffs이 부족한지 간호사 몇 명이 환자 6명씩 맡는 것 같았다. 간호사 한 명이 갑자기 call in sick으로 못 나온다고 했단다.
다른 병동에서 간호사를 데려오던지 아니면 travel nurse를 부르던지 하겠지만 그 사이엔 이렇게 6명을 봐야 한단다.
밤에는 간호사 수가 환자수보다 많아서 내 preceptor가 1시까지 일하고는 집에 가버렸는데....
그러고보면 이 곳의 인력 관리가 이런 식으로 아주 탄력적이고 flexible하게 운영되는 것 같다.
아마도 시간제로 임금이 계산되는 연봉제이기 때문이겠다.
한국에 있을 땐 아무리 내 몸이 아파도 근무 cover해줄 인력이 없으니 약 맞아서라도 ”무조건 일 뛰자.”였는데 말이다.
나오는 길. ”
아. 오늘부터 4일 쉰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기만 하다.
늘 그랬지만 3~4일 off를 앞두고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나올 때면 기분이 좋다못해 하늘을 날 것만 같다. 누구는 병원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 일을 즐긴다는데, 나는 아직 그 경지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