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증관리의 허점
  • 조회수: 3562 | 2008.07.01
미국에서 한창 인기몰이 중인 medical drama가 있다. 

 
Grey’s anatomy. 한국에서도 방영되고 있다고 들었다.
 먼 옛날(!) 우리나라의 <종합병원>이란 드라마와 별 다를바가 없지만 나름 재밌다.  종합병원을 즐겨보던 이라면 이 Grey’s anatomy를 추천하고 싶다.  
 이 드라마 Season 1편에 drug addiction에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 Dilaudid에 중독된 환자가 입원해서는 ”나는 Dilaudid나 Demerol밖에 안 맞아.”하며 대놓고 약을 요구하고 이 환자를 받은 Dr. Karev는 환자를 약물에 찌들은 Junkie라고 부르며 약 주기를 거부한다. 이에 상관인 Dr. Shepherd는 열받아 소리지르는데.
 ”Anyway, his pain is real. Start Central line and give him medication~!!!”
 
 Surgical unit에 일하다보니 늘 pain 환자를 끼고 있기 마련이다.
 “What’s your pain level right now? From 0 to 10….”
 “How do you rate your pain on the scale of 0 to 10?”
 “Do you need medication for that?”
 통증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늘 pain level을 묻고, 약이 필요한지를 물어본 뒤에 chart를 뒤져 PRN medication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리고는 약을 준다. 그리고는 30분 뒤에 pain assessment를 해서 그 정도가 나아지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pain 정도를 알아보고 약을 주는 과정에서 늘 어색함이 남는다.
 “이렇게 약을 막 줘도 될까?”하는 어색함.  정확히 말하자면 feeling of guilt겠다.
 나는 2시간마다 3시간마다 Dilaudid를, Morphine을 줄 때마다 내가 꼭 환자를 망쳐놓는 듯한 feeling of guilt를 경험한다.
 
  그제 밤근무를 들어갔다. 병실 다섯개를 assign 받아 인계를 시작하는데 day 근무자가 나와 내 preceptor에게 “Lucky you. You got her again.”하며 놀렸고, 내 preceptor는 이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씁쓸하게 웃는다.
“Again?....and then I’m gonna be sued.”
 이 백인 여자가 떨어지고 난 뒤에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데 모두를 sue 걸겠다고 난리고 검사 결과 나오는 건 없고 어쩌구 저쩌구 떠드는 소리를 듣던 중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며칠 전 ER로 looping을 돌았었는데, 그때 wheel chair에서 떨어져 X-ray를 찍으러 갔던.... 참으로 아름다웠던 젊은 환자.
 ”Did it happened in the ER?”
 “Yeah, do you know?”
 “I think I saw her in ER.”
 
  인계를 받자마자 그 환자의 병실에서 호출이 들어왔고, 들어간 병실에는 그 ER에서 봤던 환자가 누워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환자는 back pain으로 힘들어하고 있었고 당장에라도 통증약을 줘야 할 것처럼 보였다.
 Chart를 보고는 Dilaudid를 주었다. 그런데 그동안 이 환자가 받은 검사 결과들과 medications들을 보니 마음 속에 이상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나 아픈 걸까? 정말 이 약들이 효과가 없는 걸까?”
 2시간마다 들어가는 Dilaudid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계속해서 약을 요구했고, 그때마다 나는 손을 잡고 soothe her하기 바빴다. 참으로 다행인 건 이 환자가 다른 간호사며 의사들에게 “I’ll she you guys.”하며 reject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받아들였음이다. 나를 받아들였다기보단 내가 쉬워보여 조종하기 위함이였을지도 모른다. 환자는 조금씩 안정되어 보였고 3시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4시쯤 되었을까. 환자는 자고 있는 남편을 전화로 깨우고, 가족들을 깨웠고, 울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통증이 너무 심하다며 다른 약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12시와 3시 사이 이 환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는 이 통증이 허리에서 오는게 아닌 마음에서 오는 거라 생각했다. 분명 이 환자가 병원 밖에서 많은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vulnerable해졌다고 생각했다. “My life is miserable. I’m messed up.” 하며 흐느껴 우는 환자의 손을 잡고 기도해주고, 강해지라고 이겨내라고 얼마나 많은 응원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4시에 약을 주면서 본 그 환자의 반응은 내 그 sympathy를 확 깨버렸다.
 “내가 약 때문에 이러는게 아니에요. 정말 아프다구요.”하고 말하더니 Dilaudid를 주는 순간 “Don’t give it slowly. Push it so I can feel it.”하며 순간적으로 악을 쓰더라.
 그러면서 Demerol을 달란다. 결국 그녀가 원한 건 좀 더 high dose의, 더 많은 양의 narcotic drug이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100ml/hr로 들어가야 할 NS가 두번이나 500~600ml/hr로 되어있었던 것도 (나는 내가 실수한 줄로 알고 재빨리 속도를 고쳤더랬다.) Dilaudid를 맞고 그 약이 몸 안에 빨리 퍼질 수 있게 infusion pump를 그리 만져놨던 것이였다. 그 순간 드는 생각은 괘씸하다는 것 뿐이였다.
 나는 당신을 믿고 도와주려 그리 노력했는데, 결국 당신은 약 때문이였어? 하는 환자에 대한 배신감. 더 화가 나는 건 이 환자가 병원 내에서 낙상사고를 입었기에 그에 들어가는 모든 치료비를 병원에서 대야 한다는 것이다. 
 옆에서 다른 간호사들이 그런다.
 “ER에서 일부러 넘어졌는지도 모르지. 저런 사람들 통증 있다 하면서 무조건 입원해서는 오늘은 허리 아프다, 내일은 다리 아프다….하면서 약 맞다가 퇴원당하면 다른 병원으로 입원하러 다니면서 또 약 구하러 다니거든.”
  
 결국 on call Dr에게 연락을 해서는 Demerol 하나를 주었다.
 만족에 찬 환자는 3시간이 가깝도록 호출이 없었고, 중간에 괜찮나 싶어 들어갔더니 아주 흐뭇해하며 좋단다. Shoot!! 만일 내가 미국인이였다면 그 순간 Shoot이 아닌 F로 시작하는 단어가 나왔을 테다.
 그 날 밤 이 사람과 같은 다른 환자가 있었다. 23살의 이 여자는 완전 약에 쩔어 제 정신을 못 차리는 상황에서도 Demerol 노래를 부르고 있단다.
 “나는 내가 이렇게 약을 줘본 적이 없어서 너무 당황스러워. 약을 줄 때마다 죄의식이 생길 정도야. 내가 환자를 망쳐놓는 것 같아서…..”
 “나도 필리핀에서 와서 환자를 처음 봤을 때 넘쳐나는 마약 처방에 아주 놀랬었지. 하지만 말야. 환자가 달라면 줘야 해. 안그러면 네가 아주 trouble에 빠진다. 얘네들은 약을 주지 않으면 neglect했다며 sue를 걸어버려.”
 안그래도 내가 보던 이 환자 역시 neglect를 원하는 약 처방을 주저하는 모든 Dr들에게 sue 걸겠다며 협박을 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5명이 넘는 의사들이, 심지어 작은 의료 group이 이 환자를 case off해버렸고, 다른 의사들조차도 “내가 handle 못하겠어.”하며 consult 핑계로 6시간 간격으로 떠넘기고 있었다.
 
  사실 pain management의 기본은 수술 후 환자에게 약을 주어 조기 운동을 시키고, 그로 인해 회복을 돕는….. 더불어 나중에 정말 심한 통증이 왔을 때 약을 double dose로 쓰지 않도록 미리미리 심한 통증을 예방하는데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 pain management가 drug abuser들을 더 양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Fake pain을 핑계로 ER 통해 입원을 할 테고 원하는 마약을 모두 맞고 나서는 또 다른 병원을 찾는…. 병원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구글
  • 네이버블로그
로그인 후 댓글 읽기 및 등록이 가능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