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oping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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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5
대부분의 주요 수업들이 끝나고 요즘은 매주 수요일마다 looping class를 갖는다.
미국 병원의 다른 점 하나가 간호사들이 다른 병동으로 floating을 간다는 것이다. A 병동의 간호사 수에 여유가 있고, B 병동의 간호사 수가 부족할 경우 A 병동에서 B 병동으로 지원을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간호사를 마구잡이로 빈 자리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부서끼리 보내기 마련이다. 아직 floating을 가본 경험은 없지만 내가 일하는 Med/surg에서는 주로 타층 med/surg로 간다던지, tele, 가끔 ICU로 간다고 한다.
다시 looping class 얘기로 돌아와, 이런 floating의 경우에 대한 준비의 일환으로, 더불어 타과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내가 일하는 unit 과는 어떻게 interact하는지를 보고 배워 효과적으로 병원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모든 orientees는 일주일에 한번 전 부서를 돌며 2~4시간씩 보내게 된다.
특별히 이번 주에는 ER과 Mock code에서 looping time을 갖게 되었다.
아직은 이 orientation program (병원 자체 내에서는 Versant program이라고 부르며, 보통은 residency라고 부른다.)이 이 병원에서는 처음 운영하는 터라 타 부서 간호사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ER에 들어서서
”My name is Mindy and I’m following Versant program. I’m supposed to have a looping class here for 2 hrs.”
하고 인사를 하자 “So what?....”하는 분위기.
그래. 모두 이 program에 적응하는 단계니 내가 이해하자~하고는 좀 더 설명을 하자 저기 저 charge nurse한테 가보란다. 이 charge nurse는 그래도 program에 대해 들은 바가 있는지 자리를 권하면서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으며 뭘 할 거라고 설명을 간단히 한다. 그리고는 지 할 일만 하고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어차피 내가 그 곳에서 하는 일은 observation이니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
ER은 일반 병동과는 chart도 다르고, 시스템도 많이 달랐다. 워낙에 tough한 케이스가 많아서인지 환자를 대하는 간호사들의 태도도 좀 완고하고 tough한 느낌이었고, 여러 staffs들이 오고 가는 곳이다 보니 복잡하게만 보였다.
“옆 방에 code 떴으니 한 번 가봐.”
Code라고? 얼른 가보니 방 한 가운데엔 배가 아주 불룩한 (한 눈에 보기에도 복수가 가득 찬 배였다.) 어느 한 남자가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그 주위로 13명이 넘는 staffs들이 돌아가며 CPR을 하고 있었다. 문득 한국에서 이른 아침 4시에 preceptor와 단 둘이 CPR을 하던 기억이 났다.
몇 분이 지나고 Dr.는 time of death를 불렀다.
삶이 흑백논리와도 같이 “살고”, “죽고”로 나눠지는 순간.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늘 환자에게 잘 가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ER에서의 시간은 참으로 awful했다. ER이 다르다는 것은 대충 봐서 알겠지만,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어떤 식으로 일반 병동으로 환자를 transfer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했을뿐더러 그 charge nurse는 자신이 해야 할 order 입력을 나에게 해보라며 던져주고는 사라져버렸다. 만일 order 입력에 이상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나를 그리 믿고 사라져버렸는지. 옆에 보이는 care partner에게 수업이 따로 하나 더 있으니 가야겠다고 charge nurse에게 말 좀 전해달라고 얘기하고는 mock code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주 가졌던 Nancy와의 wound care class가 너무도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Mock code에 대해서는 이 program을 시작할 때부터 들어왔다.
Krystal이라는 instructor가 이 program 총 지휘자면서 가장 많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데, 워낙 교육적인 열의가 대단한데다 지식과 경력이 상당한지라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code blue, EKG, ICU management에 관련한 모든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이 Mock code는 아무 병동이나 찾아가 몰래 마네킹을 침대 위에 눕혀놓고 code 상황을 만들고는 그 병동 staffs들이 이 상황에 얼마나 신속히, 적절하게 반응하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Marc와 나는 Krystal을 따라 OBGY에 갔고, 간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틈을 타 빈 방에 몰래 들어가서는 세팅을 시작했다. 세팅을 마치고는 Krystal이 외쳤다.
“I need a help in here!!!”
조금 있자 간호사 두 명이 들어왔고, “what are you guys doing in here?” 하며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쳐다본다. Krystal이 “We are having mock code.”하고 설명하자 두 사람이 실제 상황인 양 Code 처치를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코메디가 시작된다.
실제 상황과는 달리 마네킹을 갖고 하는지라 긴장이 덜 된 탓일 수도 있겠다.
Chest의 오른쪽에 손을 대고 마사지를 하고 앉아있고, 서로 “5:1이야? 15:1 아냐?” 그러고 있다. Krystal이 pad를 주며 마네킹에 붙여보라고 하니 서로 멀뚱멀뚱 쳐다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데. 그 사이 시간은 훌러덩 가버렸고, 마네킹은 소생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You guys are doing good, though, honestly….. your CPR was awful.”
Krystal은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지적했고, 다시금 간단히 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는 마네킹을 챙겨들고 5층 Surgical unit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일하는 층…. 모두들 잘 해야 할 텐데 하며 빈 방에 들어가 마네킹을 세팅했고, 같은 방법으로 외쳤다. “I need a help in here!!!”
조금 있자 care partner 2명이 들어왔고, mock code라 설명하니 다른 한 명이 침대높이를 낮추며 상황을 이끌어갔다.
“Mr. Jones…. Are you okay? There’s no pulse here.”
그러자 다른 care partner 어슬렁대더니 “I’m gonna check vital signs.”하며 기계를 끌고 온다. Oh my god. Are you insane? 속에서 뭔가 불끈~하고 솟아오르는 느낌. 그러자 다른 care partner가 간호사를 불러~하고 외쳤고, 그 어슬렁대던 care partner는 간호사를 부르러 나갔다. 1분이 지나서야 간호사가 들어왔고, chest massage를 시작하는데, 이 사람들 code blue 버튼과 ambu bagging은 아주 까맣게 잊고 있었다. 2분이 훨씬 지나 Krystal이 “버튼을 누르고 시작하시죠~”하고 속삭이자 그제서야 code blue 버튼을 누르고 그리고는 다른 간호사들이 더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황은 8분만에 종료됐고, Krystal은 OBGY에서 한 것처럼 옳고 그른 것을 하나하나 지적해주며 재교육을 시작했다.
Mock code를 마치고 나오면서 Marc와 나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How do you feel?”
Krystal은 이게 처음 겪는 상황이 아니라고, 다른 병원에 가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Think about your family. That mannequin can be your family member. How do you feel if they react like that to your family member? You guys should prepare for that. Their life is on your hands.”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이 두 손에 삶이 왔다 갔다 하는구나 하는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한편으론 누군가의 삶을 되돌릴 수 있는 치료의 능력이 내 이 두 손에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하나님이 내 이 두 손에 축복을 주셨음이다.
이 축복을 헛되이 쓰지 않겠노라 약속하며 감사 기도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