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r. Infantino와 진료일지
  • 조회수: 3489 | 2014.02.24

학생시절   SOAP ( subjective, objective, assessment, plan)  note 를 쓰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NP학생으로  간호학생 때 처럼 임상실습을 나갔는데 간호학생 때와 달라진 것은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를 보는 것이었다. 마지막 두 학기를 공부와 실습을 병행하였는데 일주일에 3개씩 써야하는 진료일지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처음에는 하나쓰는데 하루가 걸렸고 3일을 걸려서 써가도 3개중 2개는 퇴짜를 맞았다. 이 진료일지를 체크하는 교수가 3분이었는데 하필이면 나는 제일 깐깐하다는 우리 NP프로그램 책임자이신 Dr. Infantino가 내 담당교수가 되셨다. 두개를 다시 써야하면 그 다음주 분량 3개를 같이 써야 하니까 5개를 써야 하는데 이 노릇을 어찌하누?  너무 기가 막혀서 한숨도 나오지 않았다. 이 스트레스는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겪는 일이었고 다른 학교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한 학기에 대여섯개 정도만 쓰지 우리처럼 심하게 일주일에 3개씩 써내지는 않는다고 했다. 우리 학교가 제일 빡세게 공부를 시키나 보다고 우리들끼리 아무리 중얼거려 보았자 시간낭비일 뿐 시키는 데로 할 밖에 도리가 없었다. 


매 주마다 내 노트를 한 두개씩 늘 다시 써오라고 하던 지도 교수는 하루는 나를 부르더니 "아니 그 좋은 병원에서 preceptor ( Dr. Valeri)도 아주 잘 해주시는 것 같은데 왜 노트를 이렇게 밖에 못 써오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는 자존심도 상하고 열도 받아서 이렇게 쓰는 것도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신경질을 냈다. 지도교수는 내 노트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일일히 지적을 하면서 고쳐 주셨다. 그분의 지적을 토대로 더욱 심혈을 기울인 바 드디어 퇴짜를 맞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잘썼다는 평가도 가끔 받았다. 한번은 쓰다 쓰다 같이 일하는 의사가 써 놓은 것을 좀 베꼈는데 한군데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 빼버렸다. 노트를 쓸 때는 참고서를 여러 권을 보고 많이 공부한 후에 쓰는데 내가 마음에 안든다고 빼버린 부분이 책마다 빠지지 않고 나와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증상은 이 질병을 확진하는데 아주 중요한 것 이었다. 내가 얼마나 무식한지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고, 나혼자만 아는 사실인데도 나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책에서 본 내용을 참고하고 다시 써서 제출을 하였더니 아주 잘 썼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빼버린 부분을 첨가 해서 쓰지 않았으면 이 노트도 또 다시 쓰라고했겠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병은 중요한 질병이어서 시험 공부할 때 문제집에서 수도없이 보았고 나는 언제나 정답을 고를 수가 있었다. 나는 나중에 그 노트를 쓴 의사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면서 고맙다고 당신 노트 덕분에 이병은 내가 하도 공부를 해서 언제나 정답을 맞춘다고 했더니  “awesome!” 하면서 좋아 하였다. 


한번은  선생님께 노트 좀 봐 주십사 부탁을 드렸더니 갑자기 얼굴 표정이 이상해졌다. 내가 바보같은 소리 썼나보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환자가 아무개 환자인가 묻더니 약을 하나 찍어서 이 환자 한테 이 약이 들어가느냐고 묻는 데 흰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왜 저러시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대답을 못하고 있는 데 “이 약이 정말 들어 가느냐”고 언성을 한참 올라갔다. 언제나 모르는 것, 틀린 것은 부드럽게 잘 가르쳐 주던 분이 처음으로 소리 지르다시피 물어서 나는 좀 겁이 나서 “몰라요” 했더니 내가 그냥 만들었느냐고 다시 물어서 “예쓰” 하고 대답 했다. 그랬더니  예전의 부드러운 태도로 “그러면 됐어요, 이 약은 그 환자에게 contraindication이에요, 들어가면 절대로 안돼요”  하고 설명을 하셨다. 진료일지를 쓰면 환자에게 들어가는 약의 작용 부작용, 해야 된 혈액 검사 등을 쓴 페이지도 첨가해야 되는데 자꾸 새 약을 쓰면 내가 새로운 약에 대해서 또 여러가지를 써야하는 게 귀찮아서 확인도 안하고 “그냥 이 약 들어간다”고 하지 뭐 하고 썼다가 망신살이 허드슨 강가까지 뻗친 날이 되고 말았다.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깔깔 대면서  “무식이 튀기는 구나” 하며 나를 놀렸다. 이 일 후에 나는 진료일지를 쓸 때 매우 조심 하였고 잘 썼다는 평가도 여러번 받았다.


노트 쓰기로 한참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추수감사절 연휴 아침 , 나는 “오늘은 밀린 숙제하는 날, 신난다. “ 새벽 6시 부터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한참 노트를  쓰고 있는데 아들이 부시시  일어나서 ‘엄마 밥줘’ 하였다. 나는 마음이 급하나까  ‘밥? 냉장고에서 대충 꺼내 먹어 , 엄마 공부 하잖아.  했더니’ 공부,공부, 공부,  잘난 척 하지마. 오늘은 가족들끼리 맛있는  것 해 먹는 날이야 밥 내놔. 오늘은 공부 하는 날 아니야’ 하고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다. 할수없이 나는 장을 좀  봐다가  아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여러가지를  만들어 주었는 데 이것도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학기에 우연히 내가 쓴 노트를 읽어보니 나름대로 실력이 늘어서인지 너무나 형편이 없었다. 아니, 이거 내가 쓴것 맞아? 나는 너무 부끄러웠다. 다른 사람 것 실수로 가져왔을지도 모른다는 내 소박한  바람과는 달리 노트위에는 내 이름이 씌여져 있었다. 내가 지도교수라면 이런 수준은 통과 안 시켜 주었을텐데  다 다시 써오라고 하면 내가 훌떡 뒤집어져서 못 하겠다고 할까봐 통과 시켜 주었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지도교수가 마음이 고운 사람이라고 처음 생각 했다. 자꾸 다시 써오라고 할때는 왜 이렇게 사람을 들볶나 ? 왜 나는 이  깐깐 한 교수에게  걸렸을까?   속상했는데 한 학기 뒤에는 내가 읽어도 이렇게 형편이 없으니………  내가 쓴 노트 위에 지도교수께서 연필로 처음에는  “revise”  라고 썼다가  다시 지우고  “OK”  라고  쓴 것을 여러번 보았는 데 그 분이 얼마나 고심을 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두번째 학기에는 다시 써오라는 소리가 별로 없이 잘  통과가 되는 때가 많아서 스트레스가 훨씬 덜했다. 실습중에 우리학교 졸업생을 우연히  만났는데 우리 지도 교수 이름을 대면서  “마음씨가 아주 고운 분”이라고 했고 나는 그 말에 온 몸으로 동조를 했다. 이진료 일지를 나는 졸업 할때까지 각 과 별로 다 합쳐서 70 여개를 써야 했고  새 환자가 왔을때  쓰는 장장 10 페이지 정도의 노트는  4개를 썼는 데 지금은 그저 꿈만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힘들게, 힘들게 쓴  진료 일지는 내 책 English for Healthcare Professionals 의 초석이 되었다.


학생때 그렇게  힘들게 진료일지 쓰기 연습때문인지 나와 같이 일을 하는 의사 P는 내게 환자 노트 를  써 보라고 하더니  환자의 문제점과   plan 을  딱  정리해서 깔끔하게  쓴  내 노트를  읽고 잘 쓴다고 칭찬해 주었다.  노트는 전부 컴퓨터에 입력 되어 있는 데   그 많은   내용들이  학생때   하도 보아서 친숙하게 느껴지니  NP로 일 하면서 공부 할 것 투성이 인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 겠다. 다시 얻은 진리 “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Dr. Infantino,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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