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 환자와 마약처방
  • 조회수: 4227 | 2017.12.05

그분은 70세 가까운 할머니 환자였다. 계속 드시는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받으려고 나를 만나기를  그야말로 학수고대하고 계신 분이어서 나도 처방을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환자가 언제 이런 진통제 처방을 받았는지 반드시 확인을 해야하는 뉴욕주 법을 따라서 확인을 시작하였다.

 

이 법대로 환자 앞에서 환자의 정보를 입력하여 언제 이 진통제를 받아 가셨는가 확인을 하였더니 앞으로도 3주치가 남아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고 하여서 어찌된 일인가 물었다. 그랬더니  만성허리통증이 너무나 심해서 이미 약을 다 먹었고 하나도 남지 않았으니 꼭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하셨다.  왜 이렇게 한꺼번에 한달치를 다 먹었을까 의아하게 생각하며 기록을 자세히 보니 그 전에는 하루에 세번 드시도록 처방을 해드렸지만, 정형외과 전문의가 하루에 한번 드시는 것으로 바꾸었다.

 

 환자가 약을 하루에 한번 먹는 것으로 바뀐 것을 알았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환자는 이미 약을 다 먹었고 내게 자꾸 약을 달라고 하셨다. 나만 만나면 약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한 환자가 가엾어서 또 몇달째 계속 먹던 진통제니까 약을 처방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 인정보다 한참 위에 있는 뉴욕주 법을 따르지 않았다가는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다. I stop (아이 스톱,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할때 들어가서 확인하는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정보가 뜨고 거기서 확인했다는 번호를 주는데 그 번호를 꼭 기록에 남겨야 하므로 확인을 안하고 그냥 주었다가는 근무태만으로 내가 걸릴테고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매스컴에서 심심찮게 떠들어 대는 것도 큰 부담으 로 느껴졌다. 그냥 넘어 갈 수도 있겠지만 audit에 걸렸다가 그 다음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환자는 당장 많이 아프니 약을 달라고 계속 사정을 하였다. 나는 웹사이트 정보를 환자에게 보여 주면서 여기에 앞으로도 3주치가 더 있다고 나와서 내가 약을 드리고 싶어도 정말 드릴 수가 없다고, 이런 약은 정부에서 심하게 통제를 해서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나는 정부의 법을 따라야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을 하였다.

 

그러고보니 3주전에 만난 환자가 떠올랐다. 이 환자도 하도 마약성 진통제을 달라고 떼를 쓰다 시피해서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니 처방을 해줘도 되서 약을 주면서 약을 실제로 먹고 있는지 확인을 위한 소변 검사 오더를 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소변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야할 성분들은 안나오고 처방해 주지도 않은 다른 controlled substance가 두가지나 나와서 나는 이것을 medical director에게 보고를 하였고, 환자에게는 더이상 마약성 진통제를 줄 수 없다고 통고를 하였다. 추측컨대 환자가 이약과 다른 controlled substance와 바꿔 먹은 것 같았다. 내가 준 진통제가 제일 비싸게 암시장에서 거래가 된다니까. 소변검사 결과를 알려주면서 더이상 약을 줄 수 없다고 하였더니 그녀는 뒤집어지면서 화를 냈다. 혹시나 싶어서 다시 또 소변검사 오더를 했더니 이번에도 주지도 않은 controlled substance 한가지가 또 양성으로 나왔다. 나는 그 검사결과들을 환자에게 보여주면서 이 검사 결과를 나한테 설명을 해보라고, 어째서 나와야 되는 약 성분은 소변에서 안나오고 나오면 안되는 약 성분들이 소변에서 나오는가 따졌더니 환자는 소리소리를 지르고 울면서 자기는 나처럼 공부를 많이한 의사가 아니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빈정 거리면서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얼마나 소리를 지르면서 우는지 이렇게 들볶이느니 차라리 마약처방 하나 약국으로 보내 주고 말까?  잠시 갈등도 했지만 나는  곧 마음을 고쳐 먹었다. “검사 결과가 처방해 준 약을 안먹고 있는 것으로 나왔는데 환자가 소리지른다고 넘어가지말자.” 할 수 없는 것을 해주고 그 뒷감당이 자신이 없는 일은 하지않는 나는 약을 주지 않았다.

 

이 일이 있고 얼마 후에 우연히 뉴스에서 접한 사연, 마피아 두목의 손자가 이 제일 비싸게 거래되는  마약성 진통제 다량을 손에 넣고 약 한 정에 26달러씩 받고 팔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우와 돈 많이 벌었겠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감옥에 가야하는 저 청춘은 어찌 하나……” 그 손자에게는 이 약이 그의 마약밀매 비지니스의 주력 상품인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보고 배운다고 그래서 아이들 앞에서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수도없이 들은 나는 대를 이어 가업을 계승하여 마약 밀매를 하다 체포가 된 손자를 텔레비젼을 통해 보는 마음이 착잡하였다. “쟤가 저 집안에 안 태어났으면 29살이라는 나이에 마약 밀매상으로 전락하지는 않았을텐데……”

 

할머니 환자는 기어이 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고 나는 그날 오후내내 이 환자 걱정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환자가 정말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그러나 서슬퍼런 뉴욕주 정부 법을 내가 어찌하랴…… 난 애써 잊으려고 해 보았지만 별소용없이, 계속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2주반 정도가 지났을까? 근무를 안하는 날 회사에서 받은 환자노트를 쓰는 컴퓨터에 들어가 보니 환자 딸이 엄마가 많이 아프다고 약을 달라고 전화를 다섯번이나 걸었다는게 눈에 띄었다. 날짜를 따져보니 그날은 내가 처방을 약국에 보내도 될 것 같았다. 나는 약국에 처방을 컴퓨터로 보내주고 환자 딸에게 처방을 지금 보냈으니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가라고 전화를 걸어 주었다. 그날은 주말이어서 내가 약 처방을 안보내 주어도 그만이지만 내가 조금 가외로 수고해서 환자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면 기꺼이 해줄 수 있다고 늘 생각하는 내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처방을 보내주고 일부러 전화까지 해준 내게 전화선 너머로 감격에 겨워하는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닥터, 탱큐, 탱큐, (나 의사 아니에요) 나는 속으로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환자 딸의 감격에 겨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나를 배려해 주던 내 의사를 떠올렸다.

 

몇년 전 내가 특수한 혈액검사(나쁘게 나오면 많이 나쁠 수도 있는)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 데 사실 나는 결과가 좋게 나오리라 믿고 있어서 결과를 별로 기다리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밤 9시 40분에 “전화걸기 너무 늦은 시간 아니지요?” 하고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검사 결과가 잘 나와서 너무 기분이 좋아서 늦은 시간임에도 전화를 걸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깔깔 웃으면서 전화를 해서 나는 고맙다고 하면서도 속으로 많이 놀랐다. 이렇게 밤늦게 환자 집으로 전화까지 해주는 것을 보니 당사자인 나보다 그녀가 내 걱정을 훨씬 많이 했던 것 같았다. 아니 이 시간까지 퇴근도 안하고 있었나? 그녀는 우리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좋은 의사로 하도 소문이 자자해서 찾아갔는데 이 일로 나는 이 의사가 환자를 참으로 배려하는 의사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내 환자의 딸도 약을 처방해 놓았으니 약국에 가면 줄 것이라는 내 전화를 받고 그날의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English for healthcare professionals 에는 의학영어 회화뿐 아니라 ......카더라 통신이 아닌 미국에서 간호사 로 근무하는 저자가 쓴 미국 간호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수록 되어 있습니다. 책 구입을 원하면 click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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