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 중요한 것은 Documentation
  • 조회수: 4284 | 2015.04.06


환자의 혈압은 200에 가까왔다. 의사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환자를 쳐다 보면서 환자에게 물었다.

의사: 혈압이 아주 높군요. 약은 잘 드셨나요 ?

환자: 약을 안 먹었어요

의사: 어째서요 ?

환자 : 약이 다 떨어졌어요.

의사:  약을 안 드신지가 얼마나 됐나요 ?

환자: 한 10일 쯤  됐지요.

환자의 대답을 들은 의사는 이번에는 내게  물었다.

의사: NP  K,  지금 환자가 한 말 , 10 일 정도 혈압약 안 먹었다는 소리 들었지요?

나: 네, 들었습니다.

의사: 이런 말은 받드시 기록해 놔야 해요.

나 : 알고 있습니다.

그날 오후 오랫만에 환자가 한 명이 왔는 데  접수를 하고 차례를 기다리라고 해도 막무가내, 접수를 하면 의사에게 진료비를 내야 하는데 그 돈이 없어서 접수는 못하지만 의사는 꼭 만나야 한다고 그야말로 떼를 썼다. 다른 일을 보고 있는 의사에게 와서는 자기가 의사를 꼭 만나야 한다고 의사 앞에 진을 친 환자에게 의사가 오늘 진찰비 내라고 안할테니 일단 접수는 하라고 했지만 그는 의사 앞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아, 참 별 사람도 다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다른 환자를 보러들어 갔다가 나오니 환자와 의사가 대화가 끝나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환자가 화가 나 있어 보이고 의사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환자가 돈을 안 낸다고 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환자가 나가자 마자 의사에게 물었다.

나: 무슨 일이에요?  환자가 화가 난 것 같아요.

의사 : 심장 혈관이 막혔다고 해서 stent 시술을 M병원에서 받았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가져 왔어요. 그런데 나한테 뭐라는 줄 알아요? 내가 정말 어이가 없어요.

나 : 환자가 뭐라고 했는데요?

의사 : 내가 자기 의사인데 어째서 자기 심장혈관이 이렇게 막히는 것도 몰랐느냐고 화를 내네요. 이 환자는 내가 2 년 전에 risk factor가 여러개 있으니까 심장에 대한 정밀 검사를 하자고 테스트를 여러가지 오더 했는데 테스트 약속을 하고 안나타난 환자에요. 내가 진료 기록을 뒤져서 여기 당신이 테스트 날짜 잡아 놓고 안 온 기록을 보라고 진료 기록을 보여 줬더니 아무 소리 못하지요. 당신이 와서 테스트를 했어야  당신 심장이 어떤 상태인지 내가 알지 어떻게 아느냐고, 당신 심장 혈관이 막힌 것 가지고 날 비난 하지 말라고 당신이 테스트를 제때에 받지 않은 책임까지 내가 져야  하느냐고 했더니 화를 내네요.

나 : 어머나,  세상에, documentation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네요.

미국은 환자가 무슨 권리가 그렇게 많은지 가끔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데 이환자도 자기가 의사 말 듣지 않은 것은 생각지도 않고 의사만 잘못 했다고 하니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변호사들이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면 도와준다고, 의료소송에서 이기지 않으면 변호사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니까 어서 와서 무료로 상담을 받으라는 홍수 같이 쏟아지는 광고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미국은 의료소송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다.   


나도 NP로 프랙티스를 시작하면서 간호사때 내던 malpractice premium 보다는 비교 할 수 조차 없을 만큼 프리미엄이 오르긴 했지만 의사들이 내야하는 malpractice premium이 워낙 비싸다 보니 의사가 진료비를 좀 덜 받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다음은 내가 다른 의사에게서 들은 실화.

한번은 환자가 내게 자기가 심장에 구멍이 있다고 하더군요. 젊은 여자였는 데 심장에 구멍이 있는데 임신하면 위험하니 절대 임신 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이가 없는 사람도 아니고 이미 아이가 셋이나 있었거든요. 그리고 일년인가 후에 다시 만났는 데 배가 잔뜩 불러 있어서 깜짝 놀라서 물었지요. 왜 임신을 했냐고요. 그랬더니 워낙 좋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많고 의술이 많이 좋아져서 상관 없다고 해서 임신을 했대요. 그런데 분만 도중에 문제가 생겨서 결국 산모는 사망 하고 아이만 살았대요. 아이 엄마가 이렇게 되니까 산모 가족들이 그녀가 다녔던 의사를 그녀에게 의사로서 임신의  위험 부담을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아서 임신을 해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모조리 소송을 걸었는 데 거기 나까지 낀 것있죠. 

“임신 하지 말라고 충고 하셨다면서요?”

“했지요. 그런데 소송을 담당한 법률 회사가 안 믿더라고요. 그래서 그녀의 진료 기록을 찾아서 내가 이런 충고를 했다고 써 놓은 것을 제출해서 내이름은 결국 법률 회사가 빼주었는데 그게 3년이나 걸렸어요. 그때 스트레스 받은 것은 말도 못해요. 그래도 documentation을 확실하게 해놓았으니 무사했지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이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그날 오후 하루종일 documentation, documentation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다.

하루는 내가 환자를 보고 노트를 쓴 것을 읽던 의사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뭐야, 내가 뭐 엉터리로 해놨나?'  속으로 약간 껄끄러웠다.

환자가 가고나자 의사가 “이 사람이 지금 허리가 많이 아파서 왔다고 했는데 Musculoskeletal에 다 정상이라고 쓰면 어떻게 합니까? 이 노트는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 노트에요. 항상 주의해야 해요.
하고 특유의 차분한 톤으로 내게 말했다.

'어머나, 내가 이런 쉬운 것들을 실수를 하다니………' 나는 쑥스러워서 헤헤 웃으며  "sorry" 라고 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 하루는 의사가 더 참을 수 없다는 듯한 말투로 내게 질문을 한가지 하였다.


왜 heart murmur가 있는 환자들을 전부 정상이라고 쓰나요? murmur 안들려요?

…………… 좀 자신 없어요.

“그래요? 청진기가 이상한가? 청진기 좀 봐요.”  나는 청진기를 건네 주었다. 

청진기는 좋은 거네. Cardiologist 들이 쓰는 청진기인데………. Murmur가 있는 사람을 없다고 하면 안되니까 내가 먼저 쓴 진료 기록을 참조하고 쓰도록 해요.

(아, 자존심 상해……….) 내가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멀쩡한 내 청진기에 일단 혐의(?)를 두고 물어 보는 의사의 배려가 고마웠지만 자존심이 많이 구겨진 것은 사실, 그 날 집에 가서 유튜브에 들어가서 심잡음을 수도 없이 듣고 또 들은 나는 얼마 후에는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심잡음을 확인한 나는 의사에게 가서 “이 환자 심잡음 있지요? 나 들었어요.” 하고 약간 들뜬 표정과 말투로 의사에게 물었더니 맞았단다.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것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심잡음은 정말 심장 박동 소리가 깨끗하지가 않고 뭔가 직직 끌리는 여운을 남겨 주었다.

아직 심잡음 환자를 100% 맞추지는 못하지만 소리가 약간 이상하다고 느끼면 대부분 심잡음이 있으니 이것도 좀 발전한 것이 아닐까? 아, 나는 왜 이런 것도 제대로 못 듣나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것 보다는 이 편이 훨씬 내 정신 건강에 좋을듯 하여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nglish for healthcare professionals 에는  의학영어 회화뿐 아니라  ......카더라 통신이 아닌 미국에서 간호사 로 근무하는 저자가 쓴 미국 간호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수록 되어 있습니다. 책 구입을 원하면 click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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