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소통(Communication)
  • 조회수: 7076 | 2014.07.10

다른 병동에서 나를 찾는 전화가 급하게 걸려왔다. 이브(Eve)였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 나와 같은 병동에서 일했는데 부서를 옮겨서 일하고 있다.(부서 옮기기의 룰은 이렇다. 채용된지 1년 후에는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대개는 일반병실에서 좋은 경력을 쌓기 위해 중환자실이나 응급실로 옮긴다. 혹은 동료와의 관계가 불편해서, 좀 더 육체적으로 쉬운 곳(less workload)을 찾아 부서 옮기기가 이루어진다. 나도 지금 일하는 병원에서 5년간 일했는데 한 번의 부서 옮기기가 있었다. 이전 병동의 몇명의 간호사가 함께 일하기 불편하기로 악명이 높았었다.) 나를 찾은 이유는 그녀의 한 한국인 환자가 주치의의 동의 없이 집으로 돌아간단다.(AMA; against medical advice,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들은 이렇게 의사의 조언에 반대로 퇴원하면 의료보험이 적용이 안 된다. 환자들은 그 점을 제일 두려워한다.) 


환자가 영어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가능하면 빨리 와서 통역을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이 병원에서는 한국인 환자가 아주 가끔 입원하는데(Once in a Blue Moon is a common way of saying not very often) 반갑기도 하고 해서 이래 저래 많이 한국인 환자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 병동으로 향했다.


 
▶ 사진설명; 가끔씩 환자의 성이 한국인이면 반갑고 누굴까 궁금해진다. 얼마전 홍씨 성을 가진 한국인 환자가 입원했었다.
 
 
그 한국인 환자는 굉장히 화가 난 상태였고, 스스로 정맥주사를 뽑아 피가 바닥과 옷에 마구 묻어 있는 상태였다. 환자복은 이미 벗은 상태였고 자신의 옷과 신발을 입은 채 병실을 나서고 있었다. 이브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왜 그러는지 물어봐 달라고 한다. 


일단 나는 상황 파악에 나섰다. 나는 그 환자에게 내 소개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아! 한국말로 이렇게 항상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처음에는 환자는 굉장히 화가 난 상태였고 무조건 집으로 가겠단다. 나와 한국말로 소통하는 것도 화를 진정시키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듯 보였다. 


이브에게 환자의 병력을 물어보니 이랬다. 어젯밤에 가슴통증이 있어서 입원했고 Pace Maker가 이미 있는 심장질환 경력환자였다. ER에서 병실에 올라 온지 불과 몇 시간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내일 Stress Test가 잡혀있는 상태였다.


그 환자에게 진정하시라 달래며 원하시는게 뭔지 여러번 지속적으로 질문했다. 그는 서서히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이곳 병원에 와서 식사를 전혀 못했는데 저거들끼리는(간호사들과 직원들) 밖에서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자신은 쫄쫄 굶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만 누워있는데 무슨 치료가 되겠냐는 거다. 이럴 바 에야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거라는 거다.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환자가 이렇게 화가 나고 AMA를 하기를 원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언어장벽으로 인해 자신의 건강 상태와 그리고 치료계획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스페인 언어를 쓰는 환자의 비율이 약 환자의 30% 정도 되기 때문에 스페인어 전문 통역사가 있지만 그 외의 언어는 전화를 통해서 통역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간호사들은 편의상, 시간상 전화통역 서비스를 꺼리고 그저 손짓과 표정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래서 담당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현재의 피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입원 이유와 그리고 치료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현재 Cardiac Enzyme은 다행스럽게 정상이었고 그 다음날은 Stress Test가 예정이 되어 있음을 설명했다. 만약 지금 집에 돌아간다면 심장마비가 올 수 있는 위험이 높으니 하루만 잘 참으시라고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했다.


꼼짝도 하지 않을 것 같은 그 환자는 마침내 멋쩍어 하면서 자신의 침대로 돌아갔다. 이브에게 또 문제가 생기면 전화를 하라고 하고 병동으로 나는 돌아왔다.


마침 아내가 한국 가게를 들리면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한국음식을 간식으로 먹고 싶지 않냐고...(아내는 가끔 간식과 식사를 외부에서 조달해준다. 한국음식을 먹는 날은 정말 입이 호강하는 날이다.) 당연히 먹고 싶었다. 오후 간식으로 김밥을 사 가지고 오라 부탁하면서 그 환자가 생각이 나서 일인분 추가를 부탁했다. 저녁식사를 기다리는 그 환자에게 올려질 식단이 한국인의 입맛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하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퇴근길에 다시 그 한국인 환자에게 들렸다. 다행히도 그 환자는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가져온 김밥을 그에게 건네면서 자신의 건강을 잘 챙기십사 부탁을 했더니 고맙다고 말한다. 나는 그의 손을 꼭 붙잡아 주면서 진심으로 건강하기를 부탁하고 병동을 떠났다.


오늘 그 환자의 사건은 분명히 의사소통이 발단이 된 거였다. 나또한 의사소통에 참 한심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부단히 노력한다. 특별히 가정에서는 아내에게 의사소통이 부족하다고 많이 혼나기도 하지만 병동에서 일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환자를 간호할 때면 입을 꾹 다물고 종종 하는데 그로 인해 환자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산적이 많았다. 환자들은 간호사가 말이 많으면 덜 불안해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환자에게 정맥주사를 놓아주는 일을 예를 들어보자.

"제 이름은 Enoch 입니다. 지금 제가 정맥주사를 놓겠습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피곤하거나 바쁠 때면 정말 이렇게 세마디만 말하고 빨리 일을 끝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수다쟁이가 되려고 노력한다. 내가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환자는 나의 간호에 대해 이해를 더 많이 하고 신뢰 형성이 잘되는 것을 경험한다. 이렇게 좀더 수다스럽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제 이름은 Enoch 입니다. 제가 지금 정맥주사를 놓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어느 쪽 팔에 다 놓고 싶으세요...토니켓을 묶겠습니다...혈관이 어디 있을까? 제게 3개 사이즈의 바늘이 있는데 제일 큰 것을 놔도 될 정도로 혈관이 좋네요...제가 혈관주사를 놓을 때 열에 아홉은 성공하는데 가끔씩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잘 되야 할텐데...어떻게 병원에 오셨어요? 옆에 계신 분은 가족인가요? 어디 사세요...멀리서 오셨네요? 그쪽 동네도 ...등등등" 


수다쟁이 간호사가 되는 것이 뭐 특별한 간호기술은 아닌 것 같다. 그저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간호사가 해주기를 바랄까라는 역지사지의 마음이겠다. 

글을 마치면서 다시 한 번 결심해본다. 

의사소통에 최선을 다하자. 수다쟁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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