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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아과 의사·간호사들도 ‘갑질’에 멍든다
  • 2023.09.14

소아과 의사·간호사들도 ‘갑질’에 멍든다

 

 

일부 부모 상상 이상 갑질

마음에 안 들면 악성 후기

악성 민원으로 병원 폐업하기도

정신과 치료 받는 의사 상당수

소아진료 공백 대란 우려까지

 

 

#. 어디서 주워들은, 또는 인터넷에서 찾아본 정보를 토대로 ‘특정 약’ 처방만을 원하는 이들부터 아이를 달래가며 어렵사리 진료를 보는 와중 ‘아이가 아픈데 뭐 하는 거냐’며 악을 쓰는 부모도 있다는 게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넋두리다. 자식 귀한 거야 모르는 게 아니지만 본인 자식만 특히 더 소중하다고 여기는 부모들이 너무도 많다 보니 가슴앓이가 나날이 심해져 간다고 입을 모은다. 몸 고생, 마음고생해가며 진료를 마치면 지역 ‘맘카페’에 글이 올라오는 건 아닌지, 민원이 제기되는 건 아닌지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소청과 의사’라는 일에 대해 매일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푸념한다.

 

 

‘부모 마음에 걱정돼서…’라는 말로 포장한 갑질이 과연 옳은 일일까?

 

소청과 전문의 부족 현상은 나날이 심각해져 간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공개한 ‘2023년도 하반기 과목별 전공의 지원율’ 자료에 따르면 올 초 ‘폐과’를 선언했던 소아청소년과는 2023년 하반기 전공의 지원에서 143명 모집에 불과 4명이 지원했다. 지원율로 보면 2.8%다. 정형외과(385.7%)와 재활의학과(355.6%), 성형외과(320%), 피부과(200%) 등 인기과와 비교하면 그 격차가 매우 크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소청과를 기피하는 다양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갑질 또는 진상’이다. 대학병원의 한 소청과 의사는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와 소아과 등이 인기가 좋았다. ‘내외산소’라고 불릴 정도였다”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진료를 봐야 하는데 부모들의 과도한 개입으로 아이와 부모 모두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진료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악성 후기가 올라온다”며 “이런 일로 망하는 병원도 있고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소청과 의사와 간호사들은 부모들의 무례함이 상상 이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진료 하루 만에 병원을 바꾼다거나 같은 병원 다른 원장에게 다시 진료를 받는 일도 있다. 진료 내용을 몰래 녹음하는 이들부터 얕은 지식을 내세우며 그걸 써도 되냐고 따지는 이들까지 부모들의 갑질은 매우 다양하다.

 

소청과는 이른바 필수 의료에 해당한다.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료 분야라는 의미다. 가뜩이나 낮은 수가에 저출산까지 겹쳐 병원 운영이 버거운 상황에서도 ‘아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그들을 향한 갑질은 ‘폐과’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금강일보(http://ww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