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뉴스
병원 인수ㆍ합병법, 의료영리화 시작인가
의료법 복지위 통과…시민단체와 병협 의견 엇갈려
의료법인의 인수ㆍ합병 근거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의료영리화 논란이 거세다. 대한병원협회 등 찬성 측은 경영 악화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의료법인의 합병을 인정해 의료서비스 질 저하를 막고, 타 법인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측은 대자본에 의한 의료법인 대형화 및 경쟁 촉발, 중소의료법인의 종속,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을 우려한다. 특히 시민단체는 야당이 해당법의 상임위 통과에 동조한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만 앞두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봤다.
▽이명수 의원, 2014년 병원 인수ㆍ합병법 발의
우리나라 영리법인의 합병은 ‘상법’을 기본으로 은행ㆍ보험ㆍ증권 등의 금융회사는 개별법에서 규정하고 있고, 비영리법인의 합병은 일반법 없이 개별법(농업협동조합법ㆍ노동조합법ㆍ사회복지사업법ㆍ사립학교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
||
실정법에서 법인의 합병을 인정하는 규정이 있는 경우 그에 따르면 되나,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법인 성립 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합병을 할 수 없다.
‘의료법’은 의료법인에 대한 합병 관련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민법’ 역시 비영리법인에 대한 합병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실정법에 따를 때 의료법인의 합병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2014년 12월 9일 의료법인의 인수ㆍ합병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의료법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법인은 다른 의료법인과 합병하는 경우 해산을 허용하며, 의료법인은 이사 2/3의 동의를 얻고 시ㆍ도지사의 허가를 받으면 합병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합병 후 존속 또는 신설된 의료법인은 합병으로 소멸된 의료법인의 권리ㆍ의무를 승계하도록 명시했다.
이명수 의원은 현재 의료법인 합병절차에 관련된 규정이 미비해 의료법인의 합병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그에 관한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법상 의료법인 간 인수ㆍ합병 규정이 없어 경영상태가 건전하지 못한 의료기관도 파산할 때 까지 운영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의료서비스 질 저하 및 경영악순환으로 인한 지역 내 의료제공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다른 의료법인과 합병하는 때 등을 해산사유로 명시하고, 합병의 절차 및 합병에 따른 효과 등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의료법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의료법인 합병을 통해 의료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건전한 의료기관의 운영과 원활한 의료서비스 공급을 도모해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라며,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복지부장관 협의로 수정돼 상임위 의결
이 법은 지난해 11월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처음 논의된 이후 올해 4월 29일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일부 조항이 수정된 안으로 가결됐다.
당초 이 의원의 개정안에서는 시ㆍ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의 합병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으나, 복지위 논의과정에서 나온 ‘시ㆍ도지사가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 후에 합병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수정안에 반영된 것이다.
![]() |
| 4월 29일 열린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모습 |
의료법인 합병근거 마련에 대한 찬성 측은 “경영 악화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의료법인의 합병을 인정해 피 합병의료법인의 고유목적 사업을 신설법인이 승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비영리법인인 학교법인 및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합병근거가 마련된데 반해 의료법인의 합병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입법적 흠결이므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병원협회는 “현행 의료법에 의료법인 합병제도가 없는 것은 그 필요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입법적 불비사항이다.”라며, “의료법인이 파산시까지 운영돼 의료서비스 질 저하 및 경영 악순환으로 의료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의료법인 간 합병에 관한 규정을 두는 개정안에 찬성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경영 악순환으로 인한 지역 내 의료제공 문제를 의료법인 간 합병을 통해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대자본에 의한 의료법인의 대형화 및 경쟁 촉발, 중소의료법인의 대형법인에의 종속,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 악화 등이 우려된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병원 경영악화의 근본 원인인 건강보험 수가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복지부와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도 사실상 찬성 측에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는 검토의견을 통해 “복지위 대체토론 내용을 반영해 시ㆍ도지사가 의료법인 합병 허가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복지부장관과 협의하도록 법안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일부 조항 수정을 전제로 찬성 입장을 전했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도 “비영리법인 합병에 대한 근거규정이 없어 의료법인은 해산 및 청산절차를 거쳐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데, 해산ㆍ청산 과정에서 의료법인의 재산상태가 악화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채권자를 비롯한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라고 인정했다.
전문위원실은 “합병을 인정하게 되면 존속 또는 신설법인에게 재산의 포괄승계가 발생하고, 분할 전 법인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게 됨으로써 종전 법인의 이해관계자들의 지위를 인정하면서 조직의 변경이 가능하게 돼 그만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비영리법인의 합병 필요성이 발생하고 있으나, ‘민법’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바, 사회복지사업법이나 사립학교법 등 개별법을 통해 비영리법인의 합병을 인정하고 있는 타 비영리법인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기관 대형화와 관련해 의료법인 합병을 위해 시ㆍ도지사의 허가를 요건으로 하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그 밖에 흡수합병의 경우를 고려해 해산사유를 ‘합병해 소멸한 때’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 이 같은 내용이 수정안에 반영됐다.
한편, 복지위 소위 논의과정에서 중소병원의 난립으로 인해 의료전달체계의 기능 분화가 미흡한 상황에서 합병을 허용하는 경우 병원의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2014년 12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은 6만 2,055개로 이 중 의료법인 의료기관은 2.1%에 해당하는 1,287개다.
의료법인의 의료이익률은 연평균 3.0% 수준이나, 2009년 이후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당기 순이익은 2013년도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상임위 통과에 시민단체 ‘발끈’
시민단체는 의료법인의 인수ㆍ합병법이 의료영리화와 병원 사유화의 도구가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야당이 총선 민의를 철저히 왜곡하며 법안 통과에 동조했다고 비난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이하 시민단체)은 지난 3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병원 인수ㆍ합병이 허용되면 병원이 사실상 사고 팔리는 상품이 되고, ‘상품’이 된 병원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영리행위에 몰두하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 |
|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진행된 시민단체 기자회견 |
해산 시 일정 재산을 자산 기부자에게 돌려주는 해산이 아닌, 상법상 합병과 같이 청산절차 없이 진행되는 합병은 병원에 사실상 시장가격을 매기게 된다.
특히 병원의 경우는 건물, 부동산, 장비 같은 부동산 외에도 외래환자와 입원환자의 규모 같은 무형의 가치들까지 상품화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외래 및 입원 환자 숫자와 상태가 사고파는 상품화 되는 것은 심각한 의료 영리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환자들 자체가 병원을 사고파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라며, “여기에 진료와 상관없이 특정지역에 병원을 설립하여 매도, 매수해 차익만을 남기려는 세력이 존재하게 될 것이고, 이는 병원의 영리화를 당연히 촉진하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해당 개정안은 의료법인은 물론 개인병원의 영리화까지 촉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과반수 이상의 병원이 개인병원의 형태로 남아있으며, 무엇보다 의료법인이 가지는 세재혜택의 유혹 속에서도 병원을 사고파는 과정의 유리함과 영리적 운용의 유용성 때문에 법인화가 안된 측면이 컸는데 병원 인수ㆍ합병은 이런 개인병원들이 합법적으로 네트워크화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병원을 사고팔 수 있기 쉽게 해주는 법인화의 물꼬를 터준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해당 개정안은 병원의 체인화를 통한 이윤 지상주의 거대 프랜차이즈 병원의 탄생과 병원폐쇄, 대량해고를 일으킬 것이며 그 결과로 의료 서비스 질이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소송중인 ‘1인1개소법’은 지난 2011년 치과계 불법 영리네트워크에서 개인이 수 백개의 의원을 소유하고 있어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해소 법안이었다.
시민단체는 “당시 치과네트워크는 법인화할 경우 각각의 네트워크 병의원을 사고팔지 못할 것을 우려해 탈법적인 이면계약방식으로 수 백개의 개인병의원만을 보유하고 있었고, 만약 병원 인수ㆍ합병이 허용된다면 이들 탈법적 네트워크들은 모조리 합법적으로 의료법인화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런 네트워크는 과잉진료는 물론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노동착취 등 수많은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의료공급 환경을 완전히 왜곡시킨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
시민단체는 “의료법인 합병은 투기자본의 병원진출을 막지 못하게 되고, 투자수익(자산수익) 창출에 병원이 매달리게 될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라며,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별로 또는 광범하게 부실화된 병원들을 인수하는 경영행태도 기승을 부릴 것이고, 이는 모두 ‘네트워크 병원’ 혹은 ‘체인 병원’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도 체인병원의 폐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 인수합병 허용은 기름을 붓는 법안으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이 OECD 최저 수준의 열악한 의료인력 수준인 상황에서 인수ㆍ합병에 따른 인력구조조정은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며, 병협이 정부에 의료법 개정 의견을 내면서 ‘의료기관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 등을 위해 인수ㆍ합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는 “병원 인수ㆍ합병은 지역 의료기관을 폐쇄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라며, “법안 추진자들은 ‘법인이 퇴출될 뿐, 의료기관은 존속한다’거나 의료기관이 강화되고 국민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합병으로 합병 이전에 운영되던 의료기관이 폐쇄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돈벌이를 위한 구조조정이므로 미국 영리병원의 사례처럼 필수의료시설을 줄이거나 없애고 상업적 의료시설만을 남겨놓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민단체는 “병원 인수ㆍ합병은 박근혜 정부가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병원의 영리자회사 허용, 부대사업 확대와 함께 발표한 대표적 의료영리화 정책으로, 이 법안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계속 국회에 상정됐던 병원협회의 지속적 민원사항이기도 하다.”라며, “그러나 강력한 반대여론 때문에 여권 의석이 180석을 넘던 18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한 법안이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병원 인수ㆍ합병, 영리자회사, 부대사업 확대가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 함께 제시된 이유는 이들 법안(법안,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등)이 모두 합쳐졌을 때 진정한 수익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 부대사업 확대 시행규칙 등이 강행처리된 상황에서 병원 인수ㆍ합병 허용은 한국의 의료행태를 완전히 뒤바꿀 모멘텀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으로 절대 통과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특히 “그 동안 입으로는 의료영리화에 반대한다고 말해 온 더민주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강력하게 심판받은 20대 총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병원 인수ㆍ합병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보건복지위에서 통과시켜 줬다. 더민주 집권 시절 의료 민영화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하게 한다.”라고 꼬집으며, “병원 인수ㆍ합병 법안에 끝까지 반대하고 투쟁할 것이며, 만약 이를 통과시킨다면 모든 국회의원들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그 여죄를 물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오늘(11일) 오전에는 대한병원협회 앞에서 개정안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오는 19일 19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돼 있으며, 법사위는 본회의를 앞두고 한 번 더 전체회의를 열어 계류법안들을 심의할 계획이다. 거듭되는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가 법사위 논의과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이 시각 가장 많이 본 뉴스
· 돌봄인력 부족…‘간호사→간호조무사’ 촉각 2026.07.21
· 간호사 타 업무 금지·당직 전문의 24시간 상주 의무 2026.07.20
· ‘중환자실 부하지수’ 도입…중증 많으면 ‘더 보상’ 2026.07.22
· 전담전문의 제도 개선…연말까지 보상체계 개편 2026.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