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뉴스
“의사 확충대신 일부 업무 타직종에 넘기자”
이기효 교수, 보건의료인력 세미나서 의사인력 해결책 제시
“의사를 무작정 많이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는 기존 의사들도 불만일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인제대 보건의대학원 이기효 교수는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보건의료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의사의 부수적인 업무를 다른 직종에 넘기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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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CTV소비자연구소 등 4개 노동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5일 소비자연맹에서 개최한 ‘의료서비스 요구 변화에 부응하는 보건의료인력 정책 세미나’에서다.
이기효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염병과 급성기 질환 같은 단기ㆍ급성 치료병상 위주로 공급 과잉되고 있어 건강증진이나 예방 및 만성질환관리 서비스 등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의원급과 병원, 종합병원이 규모만 다르고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경쟁 체제가 되고 자원은 비효율적으로 쓰여지며, 공급자와 환자도 불만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 종사자가 OECD 국가 평균 8~10%에 비해 한국은 3~4%에 불과하다며, 사회 양극화를 막으려면 서비스업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업의(의원)와 급성입원시설(병원, 종합병원, 전문병원, 상급종합병원), 요양병원에 국한돼 있는 천편일률적인 1950년대식 공급 패러다임에서 탈피해 국민의 다양한 의료욕구에 적합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규 공급자로 외래진료기관, 아급성 진료기관, 간호시설, 가정진료기관 등을 예시로 꼽았다.
특히 이 교수는 보건의료 분야 인력 증대라고 해서 의사를 무작정 많이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며, 의사에게는 핵심업무를 맡기고 부수적인 일부 업무를 다른 직종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규 보건의료 전문직종의 창출은 의사 및 간호사 등 의료전문직의 업무를 분담함으로써 기존 의료인력 수 증대에 관한 과다한 압력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보건의료 관련 직종이 다양하지 않다면서, 미국에 존재하나 한국에는 없는 보건의료직업은 총 71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보건의료 서비스의 적정 제공을 위해서는 보건의료 인력의 수를 적정하게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다양하고 변화하는 보건욕구를 적정한 질의 비용효과적 서비스로 충족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종별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보건의료 직종들이 우리나라에 없는 것이 아니라 활성화돼 있지 않은 것이다.”라며,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개선에 필요하다면 정부가 법으로 최소인력기준을 설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병원이 고용을 안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본은 해당 보건의료 직종을 고용하면 가산금을 준다. 이처럼 사회적 보상체계가 있으면 활성화될 텐데 뒷받침되지 않아 활성화가 안 되는 것이다.”라며, “꼭 필요한 업무와 직종은 사회적 보상체계와 연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인력 확충은 다양한 의료서비스의 제공과 일자리 창출에 앞서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진석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간호인력의 수와 숙련도는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라며, “환자당 간호사 수가 많으면 환자 사망률과 병원 기인성 사망률이 유의하게 낮으며, 간호사 당 환자수가 많으면 의료과오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의사가 많은 병원은 그렇지 않은 병원에 비해 사망률과 중환자실 사망률이 각각 29%, 39% 낮고, 재원기간도 5~42% 짧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2009년 기준으로 1990년 대비 의사수는 2.3배 증가한 반면, 병원과 병상 수는 4배 증가했다.”라며, “병원과 병상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00병상 당 의사인력 OECD는 지속 증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떨어지고 있는데, 만약 우리나라 병상자원이 OECD 평균 증가율에 맞춰 조절됐더라면 100병상 당 의사인력이 2000년대 초반 45%에서 58% 수준으로 상향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와 같은 병상 증가를 그대로 두고서는 병원이 충분한 인력을 갖추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상당한 제한이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사인력의 병원-의원 분포는 1990년과 2010년 모두 60대 40 정도로 일정 비율이 유지되고 있지만, 급격한 병상 증가로 인해 병상당 의사수는 하락했고, 이에 반해 인구당 동네의원 의사수는 크게 증가해 병원의료에 대한 국민 불만과 동네의원의 경쟁 격화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외에도 의사 인력의 종사자 비율은 면허자의 83%에 달하지만, 의료기사와 간호사는 전체 인력의 45%만이 보건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자원(병상)의 공급 과잉과 병상당 의료인력 부족, 국민의 과도한 의료이용량 등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질 높고, 친절하고, 안전한 의료 제공을 저해하고 있다.”라며, “양질의 안전한 의료를 위해서는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료자원 공급 과잉의 경우 정부가 병상 수급 조정기능을 확보해 총량을 관리하고, 신규 병원 신설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존 병상의 합리적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사람 값’에는 박하고 ‘기계 값’에는 후한 보상을 하는 현행 건강보험 보상체계가 일자리 창출을 오히려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 값’에 후하고 ‘기계 값’에 박한 방향으로 상대가치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행과 같은 의료 이용량이 유지된다면 양질의 안전한 의료 보장은 불가능하다.”라며, “공급자 측면에서는 박리다매식 진료에서 탈피할 수 있는 보상체계를, 이용자 측에서는 합리적 의료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우리나라는 환자를 1분 보나 1시간 보나 진료비가 같지만, 미국의 경우 진료시간에 따라 비용도 달라지는 것처럼 환자 당 적정 진료시간 확보를 보장하는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의료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 과제로는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등 법적 근거 마련을 꼽으며, 법 자체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을 통해 국가적 과제로 확립하고 일자리 창출 관련 현황과 원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안정적 제도를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인정하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소개했다.
문상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인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두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특히 최근 다나의원 사건 등 여러 문제에서 보듯 질적인 부분에서의 고민도 필요할 때다. 외국은 갱신 등 여러 방법으로 면허관리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상준 사무관은 양적인 부분에서도 인력 관련 인센티브가 적다면서, 정부가 시행 중인 간호등급제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도입되면 간병과 간호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문 사무관은 또, 유휴 간호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복지부 내 취업센터를 설치해 재교육과 취업알선 등을 하고 있으며, 의료질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와 연관시키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입원환자 당 간호사 수나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잘 갖추는 곳에 인센티브를 지급해 인력공급과 연결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어 문 사무관은 지난 2012년부터 의료인 면허신고제도와 2014년부터 의료기사 면허신고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취업실태 등 통계를 확인하고 인력에 관련된 공급추계 정책의 기본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의사 수급과 전문과목과 관련해 의학회와 함께 전문역량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라며, “그 결과를 검토해서 어떤 인력을 필요로 하고 배출되는지 고민해서 실제 전공의 숫자와 의대 정원이 일치하는 정책들을 2017년까지 어느 정도 완성한 이후 어떻게 의료인력을 공급할지 고민하겠다.”라고 전했다.
특히 주당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전공의특별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병원 문화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인력 공백을 메꾸기 위해 호스피탈리스트나 PA 제도 등을 어떤 식으로 도입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4개 노동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제출된 의견들을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로 진행될 4월 임시국회에서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을 본격 심의할 보건복지위원회와 4월 22일 6차 회의까지 진행한 보건복지부 의료전달체계개선협의체(위원장 전병률)에도 전달해 법 제정과 협의체 논의에 적극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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