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뉴스
"정부, 원격의료 결자해지(結者解之) 해야"
이평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 원격의료 현 상황은
정부는 1월 27일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6개 부처가 합동으로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원격의료의 우수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올해에도 시범사업을 확대해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힌 셈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들의 만족도도 80%이상으로 높고, 혈압이나 당뇨 등 증상도 호전됐고 결과를 기반으로 3차 시범사업을 확대해 실시할 뿐만 아니라 의료법의 개정을 서두르겠다는 모양새로 해석됐다.
이 발표에 대해 당사자와 여론은 엇갈린다. 일부 언론은 이렇게 효과적인 원격의료를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면서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의사단체와 의료법 개정을 반대하는 야당을 비난한다.
이에 반해 다른 일부 언론과 의사단체는 원칙과 방향성도 없이 밀실에서 진행된 시범사업의 결과는 물론 시범사업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 만족도가 높아지고 증상이 호전된 것도 원격의료가 아니라 어떤 방법이든 추가 서비스에 따라 나타나기 마련인 일반적인 효과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원격의료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6개 부처라는 외양적 힘과 시범사업이라는 도구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갈려 시큰둥하고 의사단체의 반대는 지속돼 혼란과 갈등의 지속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원인은 무엇이고 제공자는 누구인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것일까?
원격의료 갈등 제공자와 원인
현 제도인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는 국민의 양질의 의료서비스 요구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2002년에 별 이론없이 도입되었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는 2009년에 보건복지부가 의료취약 국민의 의료접근성 제고라는 명분으로 제안한 의료법 개정안에서 시작됐다. 이에대해 당시 의료단체와 경제단체는 여건 미흡과 정부의 일방적 추진에 반대하는 분위기이어서 입법과정이 중단됐다.
현재 논란 중인 원격의료는 2013년에 기획재정부가 의료의 접근성 제고라는 기존의 명분 외에 이용편의라는 명분을 추가해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의료 관련 업무의 소관 부처도 아닌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이 참석한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의료법의 개정안까지 제시하면서 원격의료는 범부처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이 돼 버렸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닌 기획재정부의 경제논리에 의한 원격의료 논란의 시작이었다.
보건복지부는 후속조치로 2014년에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 통과 후 국회에 제출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와 환자 간에 일어나는 모니터링을 포함한 진료활동 전반을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즉, 대면진료가 가능한 경우에도 원격진료를 허용해 대면진료와 원격진료를 동일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편의성을 강조하면서 원격진료의 우수성을 내세우고 있다.
원격의료 문제의 원인은 정부가 원격의료의 개념을 혼동하면서 원격의료가 활용돼야 할 경우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격의료,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의 개념을 구분하지 않고 원격의료라고 표현하는 것이 혼란의 일차적 원인이다. 게다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원격의료가 활용돼야할 경우를 한정하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대면진료를 원격진료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념과 활용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여 제도화 여부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원격의료 시범사업 현황은
시범사업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거나 실현 가능한 정책의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보다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시행된다. 두 차례의 사업이 종료된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사업의 목적이 불분명하다. 정부는 시범사업의 결과를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의료법개정과 연계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차례의 시범사업은 의료법개정을 위한 검증 수단으로 충분한 것일까. 의료법 개정안의 내용은 의사와 환자 간 직접적인 원격진료의 허용이다. 그러나 시범사업은 의사와 환자 사이에 간호사 등 코디네이터라는 중재자가 개입된 원격진료이거나 특정 의사로부터 지속적인 진료를 받는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이다. 무엇을 위한 시범사업인가.
원격의료를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를 연결하는 정보통신시스템과 환자 상태를 측정할 장비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시스템과 장비는 대면진료에서 사용되는 장비 등과 마찬가지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시범사업에는 이러한 것을 검증하기 위한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지금까지의 시범사업은 목적이 불분명하여서 그 내용과 방법을 물론 조건과 기준도 불분명할 수밖에 없는 사업을 위한 사업으로 보인다. 이러하다 보니 효과를 과장하고 결과를 의료법개정 근거에 연계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시범사업이 된 것 같다.
누가 무엇을 해결해야 하나
해결자는 당연히 현 상황의 문제 원인을 제공한 정부다.정부가 원격의료를 정책으로 계속 추진하겠다면 우선 개념부터 정리해야 한다. 원격의료, 원격진료 그리고 원격모니터링의 개념을 정의하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여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
개념이 정리되면 그에 따라 원격의료 활용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제시하여 당사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의료 이용자인 국민도 제공자인 의사도 의료법개정안과 같은 원격의료를 요구한 적이 없다. 정부는 관련 단체와 야당도 반대하는 원격의료를 정부는 6개 부처까지 동원하여 강행하는지를 이해시켜야 한다.
원격의료의 당위성을 토대로 원격진료나 원격모니터링이 활용되는 경우를 명확히 해야 한다. 대면진료보다 나은 원격진료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원격진료는 대면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만 활용한다는 것을 선언해야 한다. 동시에 원격모니터링은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이라는 것도 반드시 환기시켜야 한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와 변화가 선행된다면 의사단체를 비롯한 당사들과의 생산적인 논의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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