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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헬스포커스
  • 2015.11.17

국가방역체계 개편안 용두사미 되나

국회 토론회서 전문가들 지적…보건당국 적극 해명

 

메르스 사태 이후 마련된 국가방역체계 개편안과 실행 상황이 ‘용두사미’ 꼴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그 동안 내놓은 대책 중 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하나도 없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춘진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이명수ㆍ김성주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5월 20일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총 186명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이 중 36명이 사망했다. 10월 29일 메르스 공식 종식 선언이 예정돼 있었으나, 80번 환자의 재발 논란이 발생하며 종식 선언이 연기된 상황이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지난 9월 1일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시키는 대신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독자적인 인사ㆍ예산권을 주기로 하는 내용이다. 또한 오는 2020년까지 음압병실을 전국 1,500개로 확충하고 역학조사관을 양성하는 등, 인프라 및 인력 개선에 관한 사항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김춘진 위원장은 “개편방안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킨다고 해서 조직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로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또한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정 확충이 우선인데, 정부 개편안에는 소요재정 확충 방안이 간과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정부가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인프라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게 되면 병원에 압박감을 주게 되고, 병원은 어쩔 수 없이 의료비를 늘리는 등 결국 모든 부담이 국민에게 가중될 수 있다.”면서, 인프라 지원 문제도 꼬집었다.

 

이외에도 메르스가 급속도로 퍼진 결정적인 이유였던 응급실과 병실문화 개선책은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도 “정부가 48개의 중점과제를 포함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한 후 3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감염병 관리 강화의 핵심 자원인 역학조사관 확충을 위한 2016년도 예산이 부처간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반영되지 않았고,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에 대해서도 예산과 시간 문제로 공회전 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추무진 회장은 “메르스로 국가가 총체적 난국을 맞이했음에도 국가방역체계 개편의 핵심인 전문인력 및 시설 인프라 대책이 무산될 위기에 있어 우려된다.”라며, “이와 같이 메르스 후속대책에 박차를 가하지 못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재정의 문제로 귀결되는 만큼, 의협에서 제안한 (가칭)감염관리기금 조성에 대한 논의를 우선순위에 두고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 역시 “지금 진행되는 메르스 대책과 수습과정들 보면 참 답답하다.”라며, “대통령이 메르스가 한창일 때 현장에 와서 제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고, 부총리가 와서 모든 걸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고, 황교안 총리가 임명되자마자 국가적 역량을 다 했다고 하는데, 대책을 보면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없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왕준 이사는 “그나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안건은 감염병대책협의회로 이관돼 논의 중인데, 거기서 느끼는 좌절감은 복지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오늘 토론회가 열린 것은 중앙정부와 청와대, 국회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문제의식을 만들어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왕준 이사는 “감염은 의료의 한 분야이지만, 사안 발생시 그 파장에 대해 생각해보면 단순히 의료의 한 분야로 취급해 소홀히 정책을 추진하거나 의료기관만의 의무로 남겨둬서는 곤란하다.”라며, “우리가 교육과 국방, 재난에 대비하듯이 감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관리는 의료기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를 확보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로 인식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왕준 이사는 “병원계도 감염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인력과 시설의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의료안전망의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감염관리를 바라볼 때 이를 규제당사자인 의료기관 측의 의무로 전가해서는 곤란하다.”라고 주장했다.

 

유경호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진료부원장도 감염관리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다인실 감축 등 국가방역체계 개편안 시행으로 병원이 받을 타격이 우려된다며 공공병원에서 먼저 시행해 본 후 민간병원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경호 진료부원장은 “정부의 6인실 축소 정책을 340병상의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적용할 경우 병상수가 28% 감소한다.”라며, “아무리 수가를 올려 준다고 해도 병실의 환자가 갑자기 30% 없어지면 그 손해분은 상상을 초월한다.”라고 강조했다.

 

직접 공사비만 30억원이 들고, 매년 266억원의 수입 손실이 예상돼 직원 200명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유 진료부원장은 “당장 급성기 병상의 30%를 줄이면 아무리 병상 간 간격을 조정해도 밀려오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고, 입원이 안되니 감염통제는 더 불가능할 것이다.”라며, “공공병원이 먼저 해보고 평가 데이터를 주면 민간병원들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은 다 맞는 말이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 달라는 것이다.”라며, “최일선에 있는 병원이 무너지면 안 되는 것이니 이해하고 비용, 보상적 측면에도 적극적으로 병원측 입장을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나라 감염관리 수준과 현황은 다른 의료 부문에 비해 열악하고 인프라가 취약하다며, 상시 발생하는 기존 의료관련감염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는 “적정 감염관리 대응체계가 구축돼야 신종 감염병에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감염관리 단기적 개선부문으로 ▲감염관리 인프라 및 기본시설 구축 ▲감염관리 소모품 급여화 ▲의료관련감염 전담부서 신설 ▲감염관리 교육 강화 등을, 중장기 개선 부문으로 ▲병실ㆍ병상구조 선진화 ▲환자당 진료인력 선진화 ▲감염 감시체계 운용 ▲감염관리 인증평가 규정 개선 등을 꼽았다.

 

이어 메르스 감염의 온상이 됐던 병원 응급실 문제와 관련, 이강현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응급의료 감염 대책의 원칙으로 ▲조기발견과 조기격리 ▲선별진료소 운영 및 음압 격리실 확보로 접촉 차단 ▲개별공간 확대 ▲개별 이동경로 확보 ▲개인보호장비 착용으로 접촉자 감염 예방 ▲빠른 정보 공유 체계 ▲예산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강현 이사장은 특히 응급의료 감염 대책을 위해서는 응급실 시설개선 융자와 응급실 수가 개선, 응급의료기금 등에 소요되는 재원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방역체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감염병 문제를 재난 관련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감염병과 관련된 문제로만 보면 끝까지 해결이 안 된다. 사회적 재난으로 보고, 그에 걸맞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크로스 커팅 이슈(Cross-cutting Issue,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이슈)’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최재욱 소장은 “그 대표적인 예로 역학조사관 문제를 들 수 있다.”라며, “예산문제를 들먹이는데, 결국 복지부 내에서 해결이 안 되고 여러 부처가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크로스 커팅 이슈’다.”라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또, 안전관리 부서에 일하는 사람들은 재난이 발생하면 목이 날아가고, 발생하지 않으면 성과가 없는 꼴이라 ‘해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인사고과 시스템부터 시작해 관리체계를 확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전대응을 많이 할수록 예산낭비가 아니라, 잘 한것이라고 평가 시스템 바뀌어야 한다. 사고가 나면 깨지고, 안 나면 표 안나는 인사관리시스템을 사전예방대응원칙에 의한 인사고과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 인사혁신처가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국가방역체계 개편 이후 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없다고 강조하며,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이재용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9월 1일 국가방역체계 개편안 발표 이후 일정대로 세부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다만, 법령 개정과 추가 예산확보 사안들에 대해서는 법과 예산 확보 작업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의료기관이나 소비자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병원문화 개선이나 의료기관 시설기준 및 중환자실 기준, 격리병상 마련 등은 의료기관이 실제 부담하는 문제 있기 때문에 민관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국가방역체계 개편 문제는 복지부만의 이슈가 아닌 국가 전체적인 아젠다이므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부진한 과제는 독려하는 작업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과장은 “단언컨대, 오늘 나온 지적들 중 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하나도 없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라며, 역학조사관 충원과 관련한 예산 미반영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정부가 확보하기로 한 역학조사관은 64명이며, 올해까지 확정된 건 55명으로 이는 이미 행정자치부와 논의를 마친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장은 “인력이 확보되면 내년도 예산은 편성이 안 돼도 관계 없다. 인건비 지급을 복지부 예산으로 먼저 하고, 모자라면 다른 예산에서 추가확보 가능하므로 예산 편성이 안됐다는 걸로 본질을 흐트리면 안된다. 정부 내에서 인력 확보 협의가 됐다는 게 중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조직법에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둔다는 내용만 명시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법에는 원래 그 한 줄 이상 들어갈 게 없다. 차관급 기관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한 조직 및 인력확보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반영되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지자체의 방역체계 필요성과 관련, 시ㆍ도 역학조사관도 확충할 계획으로 지난 13일부터 행자부가 지자체 역학조사관 필요 인력을 조사 중이며 채용 등 추가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과장은 아울러 “의료기관 내 감염병 환자 리스트 정보가 제공이 안 됐다고 하는데, 모든 의료기관이 A가 감염병 환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여행이력과 감염병 정보 등의 정보는 해당 의료기관이 수진자 조회 및 DUR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80번 환자 재감염과 관련해서는 “왜 이렇게 됐는지 추가적으로 거의 모든 응급실에 대해 점검을 했다. 선별진료소에 감염병 의심환자가 오면 바로 격리실로 옮기는 것 등이 잘 안 지켜지는 부분이다.”라며, “의료기관 내 교육도 문제이고, 명확한 지침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지침과 교육, 점검을 통해 이런 문제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려하는 것처럼 국가방역체계 개편이 복지부만의 과제가 되지 않도록 국가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진행상황을 점검해서 우려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관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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