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질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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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오리엔테이션 5주째다.
첫 몇 주간은 병원 교육실에 나가 컴퓨터 앞에 앉아
ECCO라는 critical care self study program을 갖고 공부를 했는데,
이제 슬슬 병동 floor orientation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지난주는 특별히 3일 연속 day 근무를 뛰었다.
나는 이미 ICU로 몇 번 float을 간 적이 있는데다,
워낙에 SDU에 있으면서 critical care를 조금이나마 접한 적이 있어,
med/surg에서 온 다른 간호사들에 비해 속도도 적응도 좀 빠른 편이다.
그래서 다른 간호사들이 모두 환자 한명씩 맡아 간호하며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동안,
나는 처음부터 환자 두 명을 모두 안고 오리엔테이션을 받기 시작했다.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면서 time management 를 배워야 한단 생각도 있었다.
물론 바빴다. 하지만 SDU 에서 night time에 죽어라 transfer 보내고 신환 받으며
일하던 workload와 크게 다를바 없단 생각에 할 만 했다.
그런데 지난 이주간 받는 환자들이 내 nerve를 굉장히 많이 건드렸다.
A-fib with RV으로 HR이 150~200 널뛰는 환자.
echo니 CT니 하는 검사 족족이 뭔가가 발견되어 의사에게 전화걸어 추가처방을 받아야 했고,
다른 heavy한 환자는 일단 체중부터 상당히 heavy.....
intubate부터 시작해 각종 tube란 tube는 다 끼고 있었다.
CT 검사가 나서 이 무거운 환자를 gurney에 싣고 CT 실 내려갔다 오기를 반복.
160킬로가 넘는 환자라 6명이 달려들어 환자를 옮겨야했다.
그 와중에 이것 새고 저것 새고, wound nurse 와서 엉덩이 체크하고,
cooling blanket이 새서 bed linen 확 다 또 갈고....
엉덩이 wound 때문에 한시간마다 turn을 하는데 아마도 이 모든 activity 가 무리였었듯 하다.
오후 5시가 되어 I/O를 체크하려고 chest tube 앞에 쪼그려 앉아있다가 현기증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짧은 몇 초간이였고, 옆에 있던 보호자가 얼른 잡아주어 별 일 없이 나왔는데,
걸어 나오고 나서도 한참동안 어지러워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나름 탈수되지 않으려고 수시로 물을 마시려 노력했는데도..... 지난 3시간동안 물을 마신 기억이 없다.
그러고보니 그렇게 쉴새없이 걸어다니면서 지난 10시간동안 화장실 간게 한번밖에 없다.
급히 물과 쥬스를 들이키고 좀 앉아있는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프리셉터가 괜찮겠냐고 물어왔지만.... 나름 일을 확실히 끝내고 싶은 마음에 괜찮다 하고
일 마치고 병원밖을 걸어나오는데 정말 걸을 수가 없었다.
ER에 가야 하나..... 고민하다 집에 왔는데, 문을 여는 순간부터 기어들어와
침대에 쓰러지고 말았다. 머리는 깨질듯이 아팠고 천장이 핑핑 돈다.
약이라도 먹어야지 하고 일어나다가 너무 어지러워 다시 쓰러졌다.
그리곤 침대 옆에서 막 토했다. 먹은 것도 없어 올라오는 것도 없이 신물만 자꾸 올라왔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있다가 Ibuprofen을 먹고 나니 Headache도 nausea도 조금 나아지는 듯 했다.
그리곤 겨우 걸어나와 일회용 즉석 북어국에 물을 추가로 더 부어 밥과 함께 푹푹 끓였다.
그리고는 반컵씩 조금조금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어시간 지나니 살만해졌다.
그런 내 모습이 너무 걱정됐는지 남편이 "너 내일 그래갖고 일 못해. sick call 지금 미리 해둬."한다.
그래. 이런 상태로 내일 일 나갔다간 정말 floor에서 쓰러지지 하고 그 길로
Nursing supervisor와 ICU charge에게 전화를 걸어 sick day를 쓰겠다 했다.
혹시 모를 일에 쓰기 위해 아껴둔 sick day인데.... 오리엔테이션 중에 쓰려고 하니 너무 아까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온 몸이 아팠다. 두 다리가 여전히 후들후들했고, 기운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열받게도 체중이 늘어있다......
이 모든게 저질체력탓이란 생각에 스스로에게 화가 좀 났다.
늘 건강한 간호사가 건강한 간호를 하는 법이라 믿고 스스로를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다짐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생기고 말았다.
체중이 늘어서인지 유난히도 무릎과 발목이 시큰거렸다.
다음주면 남편이 엠마를 데리고 스웨덴 시댁에 간다.
두 사람 없는 동안 나는 매일 운동이나 하며 몸관리하고,
체중도 좀 줄이고, 그동안 못다한 공부를 좀 할 계획이다.
사실.... LA에 있는 지인들 만날 생각에 좀 들떠 있었는데,
지인들 만나 맛있는 것 먹으며 즐기는 건 다음으로 미뤄얄 듯 싶다.
그나저나.... 30대 후반이 되어가니 정말 몸이 예전같질 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