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쓰는 일기다.
하고 싶은 얘기는 참 많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에 일단 제목 없이 글쓰기부터 시작한다.
지난 며칠은 정말 많이 바빴다.
우선 엠마가 많이 아팠고, 그래서 병원 데리고 가랴, 더 자주 씻기랴, 챙기랴 정신없었고,
지난 한달 간 매주 목요일마다 병원에 나가 3시간씩 chemo class를 들었고,
병원에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나름 틈틈이 오버타임도 뛰었다.
듣자하니 미국내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병원으로 돌아오는 간호사들이 많아지고,
병원 찾는 환자수는 줄어들면서 병원이 간호사를 call off (간호사대 환자수 비율이 떨어져
병원이 extra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서 쉬라고 하는 경우. 이 경우 당연히 pay도 없다.)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하던데, 그래서 집세내고 먹고 살려면 2 jobs을 뛰어야 한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지금 내가 다니는 병원은 최근 카이저와 계약을 맺고 근처 지역 감옥들과 계약을 맺은 이후로
엄청난 카이저 환자와 죄수환자들을 받아들이면서 되려 일할 간호사가 부족해
자주 간호사들에게 전화해 일하러 온다고 call을 하는 상황이다.
full time 간호사의 경우 일주일 3일 36시간을 일하면 되지만,
하루 extra로 일을 하는 경우 48시간이 되고 이 경우 법정노동시간 40시간이 초과되기 때문에
40시간분은 원래 페이대로, 나머지 8시간은 더블로 계산되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예를 들어 간호사가 시간당 25불을 받는다면 4일, 48시간을 일할 경우
(40시간 x 25불) + (8시간 x 50불)을 받게 되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몇몇 간호사들은 일주일 5일, 6일도 뛴다.
개인적으로 그런 간호사들 보면 "정말 체력 대단하구나."싶다.
내 체력이 그닥 저질은 아니지만 한 4일 나이트 근무 뛰고 나면
근무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며 체력적 한계, 집에 오면 살림하랴, 애 챙기랴....
그러다보면 잠도 제대로 못자고 해 몸이 망가지는게 막 느껴진다.
물론 한국에 비하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less stressful하다.
말도 안되는 딱갈이 노릇 안 해도 되고, 병실이 없는데도 들이닥치는 환자 일단 받아야 되는 상황도 없고,
무조건 "의사 불러, 병원장 불러. 간호사 주제에"하는 무례한 보호자 상대할 일도 없고,
(물론 여기도 이상한 보호자 꼭 한명씩 있지만....)
한국처럼 늘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닐 상황이 없다는 것.
예전에도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이 곳에서 처음 일 시작해 바쁜 마음에 종종 뛰어다녔더니
다들 눈이 똥그래져서 "You okay? What happened? you need help?" 하고 물어보더라는.
여기선 일단 환자 숨 넘어가는 초응급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뛸 일이 없다.
병원에서는 늘 시간을 갖고 생각하고, safety에 맞춰 환자 간호를 하도록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래야 의료사고가 덜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고는 늘 적은 인력과 부족한 시간이란 환경에서 터지는 법.
그러고보면 늘 적은 인력과 부족한 시간속에서 일하면서도 사고 터뜨리지 않고
그 순간순간 잘 이겨나가는 한국간호사들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지난 한달간 들은 chemo class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하자면.....
몇 달 전 병원에서 cancer center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느 날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지역주민으로부터 우리 병원이 다운타운의 그 땅을 사들여
cancer center를 짓겠다고 한건 지역사회에 대단한 공헌이라며 극!칭찬하는 소릴 들었다.
듣자하니 우리 병원이 그 땅을 사들이지 않았다면 그 땅에 술집이고 스트립바가 들어섰을 꺼라고.
그 얘길 들으니 괜시리 내가 그 병원 직원이라는 사실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chemo에 대해 얘기하자면.... 나는 한국에서 urology 파트에서 한 2년간 일했었다.
urology에서 일했다고 하면 대부분이 "흥미로웠겠네~"하며 슬며시 웃겠지만,
절대 흥미롭지 않은, 정말 빡시고 빡센 동네라고 대답하고 싶다.
대부분이 kidney, prostate, testicular cancer 환자들이였고, 수술 후 chemo까지 다루고,
continuous bladder irrigation(CBI)까지 해야 하는 정말 major 파트 못잖은 곳이였다.
졸업후 동기 중 한명이 아산병원 urology로 발령을 받았는데, 일년 뒤 만난 자리에서
"너무 힘들어 죽겠다."고 한탄하는 그 친구를 보며 uro가 힘들긴 뭐가 힘들어 했건만
내가 직접 일해보니 그 친구가 이런 심정이였구나 싶었다.
그 곳에서 chemo 를 다룰 때만해도 그저 chemo 약에 대한 basic knowledge만을 가지고 약을 다루곤 했었는데,
미국에 오니 chemo를 다루기 위해선 certification을 따야 한다고.
chemo를 안전하게 잘 다룰 수 있는지, 약을 다룰 줄 아는 지식을 적절히 갖추었는지를 검증받아야
그 약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까지는 간호사들이 늘 타병원에 가서 이틀간 교육을 받고 test를 받은 뒤
certification을 받고 왔는데, cancer center 건설 발표와 함께 병원에서
oncology NP(nurse practitioner)를 초청. chemo class를 열게 된 것이다.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싶어 얼씨구나 하고 신청해 듣게 되었다.
사실 타병원에 가서 이 수업을 들으려면 최소 240불이란 거금을 들여야 했는데,
병원내 교육이기 때문에 이 돈을 내지 않아도 됐고,
이 교육을 받는 시간이 모두 근무 수당으로 나오니 그야말로 일석 이조.
교육을 받으면서 예전에 urology 근무하면서 주었던 약들에 대한 기억들이 새록새록한데....
수업 들으며 한국에서 내가 참 생각없이 약을 주었구나 하는 부끄러움과 함께,
이 방대한 지식을 어떻게 소화하고 응용해야 할지 좀 overwhelming한 느낌이 들었다.
수업도 마치고, test도 패스하고..... 며칠 뒤면 certification이 날라온다.
이 certification은 향후 2년간 유효하고 그 이후엔 계속 교육을 받으며 renew해야 한다고 하니
expire되지 않게 잘 관리해야겠다.
지금으로선 oncology보단 critical care에 더 관심이 많지만,
나중에 onco쪽에 또 관심이 생겨 그리로 옮기고 싶어질지 누가 아는가.
곧 병원에서 EMAR를 실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요즘 병원내 모든 간호사들이 EMAR 관련 의무교육을 듣고 있는데,
이 EMAR가 무엇이냐 하면 MAR는 medication administration record의 준말로
한국으로 말하자면 입원환자에게 처방되는 약 내역이다.
약 이름과, 투여경로(IV, IM...), 용량, 그리고 frequency 모두 포함한 그런 챠트내 속지인데,
지금껏 이게 프린트물로 매일 출력되어 챠트에 껴지고, 이걸로 환자방에 들어가 약을 주곤 했는데,
이제는 이걸 Electronic화 해서 컴퓨터로 약물 투여까지 모두 챠팅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몇년 전 한국에 있을 때 이미 이런 시스템을 이용해왔는데,
미국은 아직 그런 시스템 면에서 좀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물론 대도시의 이름난 병원들은 시스템도 잘 갖췄다 하지만, 내가 듣기론
많은 병원들이 아직 paper works에 시달린?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늘 의사의 hand writing을 제대로 읽지 못해 서로 들고 다니며 "이거 읽어줄래?"
"이거 무슨 뜻이지?"하며 머리 모아 해석하는 경우가 곧잘 있다.
poor hand writing으로 인해 투약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바라옵건데 이 order 시스템도 하루빨리 electronic화 되어 의사 처방을 프린트물로 받았으면 좋겠다.
암튼 이 프로그램이 8월 중순에 도입되게 되면 간호사 한 명당 컴퓨터가 주어지게 되고,
간호사는 환자 한명 한명 투약할 때마다 이 컴퓨터를 들고 들어가 환자 앞에서
MAR를 체크하고, 약을 꺼내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투약을 하게 된다.
물론 환자 방 입구엔 그 환자에게만 들어가는 약통이 따로 놓여져 있고,
하루에 몇 번씩 약국에서 알아서 올라와 그 약통에 환자 약을 채워놓는다.
지금은 한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몇년전 한국에서 일할 땐
아무리 EMAR 시스템이 있었어도 늘 약카드를 만들어야 했고,
그 약카드대로 17~18명 이상되는 환자들 약을 근무전에 미리 챙겨놔야 했었다.
심지어 항생제도 몇 시간전에 미리 mix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기도 했다.
미리 mix해둘 경우 약성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알면서도
시간에 쫓겨 일하다보니 그때그때 약을 챙겨 줄 수 없기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곳에선 약을 미리 챙기는 일이 없다. 무조건 투약 시간에 맞춰 환자 방에 들어가
그 자리에서 MAR를 체크하고 항생제를 바로 mix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준다.
약을 미리 mix해서 냉장고에 넣던지 다른 곳에 보관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가 없다.
그러고보니 한국과 비교해 다른점이 참 많은데,
지난 몇 년 사이 이 곳 환경에 너무 익숙해진 탓인지,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참 설명하기가 힘들다.
심지어 그 몇 년 전 한국에서 어떻게 일했나도 생각나질 않는다.
어렴풋.... 죽을만치 힘들 정도로 늘 뛰어다니며 일했단 기억만 날 뿐.
8시간 내내 물 한모금 못 마시고 day근무를 뛰고 난 뒤에
직원 체력검사인지 뭔지 한다고 해서 urine sample을 받아내는데,
같이 근무한 선배 간호사와 내 소변 색이 완전 amber였던 걸 보며
그 선배 간호사가 그런 말을 했다. "이게 노동자와 사용자의 차이지."
가끔 일하다가 break room에 들어가 물을 마실 때마다,
그리고 화장실 들어가 맑은 yellow color의 소변을 볼 때마다,
그 선배 간호사가 생각이 나고, 그때 그 소변컵 들고 피식 웃던 때도 생각나면서
내가 이 곳에 와서 일하니 이런 "여유"도 누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조용한 밤 11시 45분. 참 조용한 밤이다.
남들은 갈 곳 없고, 만날 사람 없고, 그래서 너무 심심하고 지루한 미국이라며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투덜대지만, 나는 이 심심함과 지루함이 여유로 느껴진다.
글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간만에 두서없이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