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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816 | 2011.08.25
이 곳에서의 간호환경, 그리고 혜택, 연봉등을 얘기하다보면 다들
"미국은 환상이군요. 너무 가고 싶어요."라고 댓글들을 달기 마련이다.
심지어 내가 지금 활동중인 미국 엄마들 까페를 보면 가끔 
미국에서 살려고 하는데 간호사 하면 좋담서요~정말인가요~하며질문글도 올라온다.
물론 한국보다야 일하는 환경이며 혜택, 연봉등이 훨씬 낫고,
아이 둘 셋 키우면서도 그래도 집 사고 먹고 살만큼은 유지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직업이겠나.
하지만 어느 것이든 pros가 있으면 cons도 있는 법.
("Pros and Cons" means both the primary positive and negative aspects of an idea)


앞서도 종종 밝혔지만 미국에서의 간호사일은 한국에 비해 책임이 더 요구된다.
예를 들어 환자 상태가 이러저러해 간호사가 의사에게 notify를 해서 약을 처방받았다.
그런데 환자가 이 약을 맞고 상태가 급 나빠져 중환자실로 갔다던지, 사망하기라도 하면
이는 이 약을 처방낸 의사의 책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간호사의 경우 약을 IV라인으로 주지 않고 ventriculostmy line같은 엉뚱한 라인으로
약을 주입하는 바람에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나 sue를 당하고 면허를 박탈당하게 된다.
환자 사망으로 바로 연결되는 대박 사건을 터뜨리지 않는한 짤리거나 면허 박탈당할 일이 없다는 거다.
위와 같은 상황이 미국에서 벌어졌을 경우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이 곳 대부분의 병원들은 응급실을 제외하고 상주의사가 없다.
그 응급실 의사들은 CPR을 할 때가 아니면 절대 병동으로 올라오는 일이 없다.
낮에는 의사들이 수시로 rounding을 다니며 (그래봤자 하루 한번 2~5분 정도 들러보고 갈 뿐이다.)
환자들을 체크하지만 밤에는 아주 몇명을 제외하고는 의사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환자 간호에 필요한 dictation이며 order 받는 일을 모두 전화업무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밤에 이 on call 의사들이 그 환자 담당 의사가 아닌한 그 환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고,
만일 간호사가 이 on call 의사에게 환자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잘 못한 상태로
처방을 받고, 이를 시행했다가 환자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간호사 책임"이 된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arrythmias가 있었는데 간호사가 EKG를 잘 읽지 못해서 이를 catch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치료가 늦어지고 환자 상태가 나빠진다던지,
환자의 의식변화를 간호사가 catch하지 못하고 notify를 늦게 해서 환자가 더 나빠졌다던지하는
이 모든 경우들이 의사 책임이 아닌 간호사 책임이 되는 것이다.
실례로 bedpan을 환자 엉덩이 밑에 두었다가 깜빡하고 치우지 못해 몇 시간뒤 확인했을 때
환자 엉덩이에 엄청난 bed sore가 생기는 바람에 간호사 바로 해고 당하고 면허에도 문제생겼던 일도 있다.
환자에게 치료를 할 때나 약을 줄 때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던지,
환자의 call light(환자가 도움 요청시 침상버튼을 누르면 방문 앞에 불이 반짝거리고,
간호사나 조무사는 이를 보고 병실에 들어가 환자의 부름에 재빨리 응해야 한다.)에 늦게 반응할 경우
negligence로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예전에 NCLEX 수업을 들을 때 강사 중 한 명이 기억에도 없는 환자에게 소송을 당해
court에 불려나간 적이 있다고 했는데, 사실 지난 3년 넘게 일하며 이런 일은 주변에 없었지만
툭하면 sue하는 나라다보니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는 patient confidentiality를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잡지나 인터넷에 보면 관련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한 예로 어느 간호사가 일을 하던 중 지인이 입원한 것을 보고 그 지인의 교회 사람들에게
"누가 입원해서 힘들어하고 있으니 와서 기도해주는게 좋겠다."고 알렸다가
환자 동의도 없이 신상을 알린 셈이 되어 confidentiality violation으로 인해
병원에서 바로 해고당한 일이 있다.
내 피 검사 결과나 내 가족, 친구 치료 경과를 보겠다고 병원 컴퓨터로 두들겨
그네들의 치료기록을 살펴보는 것 역시 confidentiality violation에 해당되며,
내가 보고 있는 환자 친구나 보호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저쪽에서
"누구누구 지금 어떻게 됐니? 검사결과는 어찌 나왔니?"하고 물어올 때
환자 동의나 PIN 넘버(환자에게 주어진 고유 번호 : 환자보호자가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환자 상태를 물어올 때 이 PIN 넘버 없이는 어떠한 정보도 구할 수 없다. 환자가 입원함과 동시에
환자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보호자나 친구에게 이 PIN 넘버를 주라고 꼭 교육을 시킨다.)확인 없이
"환자 잘 자고, 검사 결과 어땠고 저땠고...."하고 대답할 경우 이 역시 violation에 해당된다.
한국처럼 무조건대고 간호사실 찾아와
나 누구 친군데 그 사람 병실 어디냐, 어찌됐냐. 수술은 잘 됐냐....물어보고
이에 간호사가 대답하는 상황은 절대 벌어질 수 없고 벌어져서도 안된다.

 
언제고 하와이에 여행갔을 때 신랑과 길을 지나다 쓰러진 사람을 봤다.
옆에 다른 두 사람이 그 사람 의식을 확인하는 걸로 보아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가서 살펴보니 dehydration으로 쓰러진 듯 해 일단 hydration하도록 권하고 병원을 찾아가도록 했다.
미국에서는 옆에서 누군가가 쓰러지거나 다치거나 했을 때 간호사건 의사건 바로 달려가서 도와주어야 한다.
만일 내가 바쁜 일로 인해 그냥 그 자리를 지나쳤는데
그 옆에 내가 간호사라는 걸 아는 누군가가 그런 나를 봤다면
그 사람이 신고할 경우 나는 negligence로 면허가 박탈될 수 있다.
근데 이게 참.... 힘들다.
사실 내외과 경력으로는 소아과나 산부인과 환자를 볼 수가 없는데
(아무리 전문간호사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파트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다.)
일단 비행기 안이건 어디 산이건 들판이건 산모 포함 이런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면
뭔가 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뭐 하나라도 잘못할 경우 이 또한 malpractice로
소송(sue)당하고 면허도 뺐길 수 있다는 것.
언제고 어떤 간호사가 길을 지나다가 bleeding이 심한 사람을 보고 티셔츠를 벗어
출혈을 막았는데 이로 인해 감염이 심해져 그 사람이 어찌 되었는지,
암튼 그 간호사 소송을 당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나라가 간호사에 대해 굉장한 존경심을 표하고 있긴 하지만,
그 존경심엔 다 이유가 있다.
그 존경심만큼의 "책임이 요구"된다는 것.
 

미국간호사에 대한 기대와 꿈을 가지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책임에 응답할 각오가 되어있는지
한번쯤..... 스스로를 체크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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