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정말 정말 간만에 주어진 6일 off 다.
신랑은 오늘 오후 예전 직장동료들도 만나고 친구 만나 하이킹도 하러 저 멀리 콜로라도로 떠났고,
엠마는 약 먹고는 소리없이 조용히 잔다. 나도 내일을 위해 자둬야 하는데,
지난 6일간 N N off N N N 근무를 뛰었더니 자정 넘은 2시가 되었는데도 말똥말똥하다.
가끔 사람들이 미국과 한국 중 어디가 더 살기 좋냐고 물어온다.
간호사로서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고, 더 많은 것들을 공부할 수 있고,
남이 어떤 차를 굴리고, 어떤 집에 살며, 자식에게 어떤 사교육을 시키는지 신경쓰지 않으며
내 맘대로 맘 편히 살 수 있어 이 곳 미국에서의 삶이 여유롭기는 하지만
신랑과 엠마를 제외하고는 기댈 가족이 없다는 건 아쉬움을 넘어 안타깝기만 하다.
미국에 건너와 사는 대부분의 한인들이 평생을 안고 사는 안타까움이지 않나 싶다.
(하나밖에 없는 딸내미 미국에 보내놓고 그리워하며 사는 친정엄니도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어제는 크리스티나가 둘째는 언제? 하고 묻는데....
사실 이미 지난 2.5년간 엠마를 임신하고 키우면서 우리 부부는 "We are done."을 외친 상태다.
하루 한두시간만이라도 아이를 대신 봐줄 친정엄니나 시엄니가 곁에 있었다면
아마 우리 부부 벌써 둘째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가끔 한국에 사는 친구들 블로그를 들여다보는데,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모여 산으로 놀이터로 놀러다니고,
부모님께 아이 잠시 맡기고 "잠깐 데이트"를 즐기는 그네들을 보면 참 부럽기 그지없다.
우리 부부는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고, 그래서 엠마를 가진 후로 참 많이 싸웠으며,
지금은 데이케어를 보내면서 한달 900~1000불(100만원) 가량의 돈을 지출하고 있다.
요즘같아선 한국의 보육시스템이 너무 그립다는.-_-;
엠마는 이번달부터 full time으로 데이케어를 다니고 있다.
데이케어 가고 나서 두세달은 콧물 기침으로 고생하고, 늘 데리고 가고 데리고 올 때마다 울고 난리를 치더니,
요새는 잘 울지도 않고, 데리러 가면 저 멀리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방글방글 웃으며 나에게 달려온다.
그 어린 딸의 밝은 모습이 얼마나 고맙운지 모른다. 더불어 같이 놀아주지 못하고
이렇게 데이케어에 하루종일 떨굴 수 밖에 없는 데 대해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곤히 자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에 뽀뽀를 해주었다.
나는 엠마에게 뽀뽀해주길 참 좋아한다.
그런데 가끔 내 코에 MRSA가 있는 건 아닐까.
나 때문에 엠마까지 MRSA에 거리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곤 한다.
이 곳 미국엔 MRSA 환자가 참 많다.
인구수가 많으니 상대적으로 MRSA 환자가 많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병원 전반적인 시스템이며 infection control 관련 시스템은 한국에 비해 월등함에도 불구하고,
C-diff 및 MRSA 환자가 많은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드는 생각은
한국에 비해 general hygiene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좀 less serious해서인 것 같다.
예를 들어 한국은 아이 키우는 집 바닥은 장판 아니면 나무.
늘 깨끗하게 닦아낼 수 있는 그런 바닥을 유지하며 아이가 감염에 노출되지 않게 조심하는데,
이 곳은 대부분이 카펫 문화인데다 아이가 옆에서 기어다니는데도
어른들은 신발을 신고 그 주변을 활보하고 다닌다.
대부분의 데이케어도 가보면 2살 이하반의 경우 기어다니는 아이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돌보는 nanny들이 대부분 운동화를 신고 여기저기 다 왔다갔다하고 다닌다.
보아하니 실내에서만 신는 신발이 아니다.
더불어 이 곳 미국도 빈부차가 심한데다 거지들이 여기저기 활보하고 다니니
(미국 왠만한 대도시 다운타운에 가면 죄 거지판이다. 정말 "거지만 있네." 싶을 정도다.)
모든 균들이 너무도 쉽게 spread되는 것 같다.
모든 환자들은 일단 병원에 입원하면 MRSA screening test를 거친다.
기존에 MRSA를 가졌던 병력이 없거나 한달 이전 입원한 경력이 없으면 일단 제외되는데,
환자가 퇴원한지 한달도 안됐다던지, 이전에 MRSA를 가졌다던지, BURN을 입었다던지 하면
간호사는 환자가 입원하는 동시에 코에 culture tip을 넣어 가볍게 swab.
MRSA screening test를 한다.
그래서 positive가 나오면 무조건 격리다.
요즘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몇 년전(2000~2005년)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MRSa 환자는 기타 다른 환자들과 2~5인실 방을 share하곤 했다.
그저 침대 머리맡에 MRSA 표딱지를 붙여 환자와 보호자에게 손씻기를 강조하고,
그 환자 케어하는데 쓴 (예를 들어 dressing change할 때 쓴 것들) 기구들은 따로 소독하고 썼던 기억이 난다.
이 곳에선 절대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다.
일단 MRSA 환자는 MRSA 환자끼리만 방을 share할 수 있으며
대부분이 1인실에 격리된다.
이 곳 대부분의 병실이 1인실이라 방 밖에 isolation 가운이며 글러브를 따로 비치하고
방문에 contact/droplet isolation 딱지를 붙이는 걸로 isolation을 한다.

환자 방에 들어가기 전 간호사는 위와 같은 가운을 입고, 손에 글러브를 끼우고,
droplet isolation의 경우 마스크까지 쓰고 병실에 들어가게 된다.
청진기도 isolation 일회용 청진기를 써야 한다.
환자 케어 및 assessment를 마치고 병실 나오기 전엔 이 모든 것들을 다 벗고 나와야 한다.
만일 간호사가 가운을 입고 병실 밖에 나와 다닌다던지 하면 바로 report감이 되어버린다.
CMS라고 health department 기관에 보고될 경우 심하게는 병원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지난 몇 주간 맡은 세 명 환자중 적어도 한 명 이상이 MRSA 환자였는데,
(critical care unit에 있다보니 대부분의 환자들 general condition이 안 좋다보니 쉬이 MRSA에 노출되는 편이다.)
정말 30분마다 방문앞에서 저렇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차려입고" 들어가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Code라도 터지면 난리도 아니다.
아주 오래전 옆동네에서 code가 터졌는데 환자가 C-diff에 MRSA가 있어 isolation상태.
그 방으로 뛰어들어가는 모든 스탭들이 가운을 입고 들어가다보니 가운이 쉬이 동나버려
도와주겠다고 뛰어간 나는 병실에 들어갈 틈 없이
온 supply room들을 돌아다니며 가운을 모아다가 그 방에 던져주었던 기억이 있다.
이 곳에선 환자를 2~3일에 한번씩 total bath도 해줘야 하는데, (보통 15~30분 걸린다.)
격리 환자 total bath해주는 중에 다른 환자가 아프다고 통증약 달라고 부른다던지,
다른 스탭이나 의사, 보호자에게 중요한 전화가 온다던지 하면 모든 가운을 벗고 전화기를 집어들고 통화.
그리고 다시 가운 차려입고 들어가 bath를 해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
환자가 조용히 이것저것 요구하는게 별로 없고, demanding하지 않으면 괜찮지만
환자가 치매가 있다던지, confused해서 침대에서 자꾸 나오려고 한다던지,
bleeding이 있어 자주 체크해봐야 한다던지, CBI (continuous bladder irrigation)중이라던지,
환자 상태가 안 좋아 자주 체크해봐야 한다던지, 들어가는 약이 거의 hourly 로 있으면
그 날밤은 이 격리가운을 20번도 넘게 갈아입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간호사들이 격리환자들을 꺼려하는 편이다.
환자를 위해선 당연한 일이지만 간호사 입장에선 일단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MRSA에 노출될까봐 걱정되는 마음 때문이다.
나는 MRSa에 노출된 적도 없고,
병원 입원한 적이라곤 엠마 낳는다고 들어가본 적 밖에 없지만,
만약 무슨 일로든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MRSA screening test를 꼭 해달라고 요청할 참이다.
MRSA 환자들을 간호하는 입장에서 가끔 내 스스로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환자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게 내 역할이지만 나를 그들로부터 보호할 필요도 있고,
더불어 내 가족까지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TB 및 H1N1 환자들을 위한 airborne isolation에 대해서도 얘기하자면,
모든 병동엔 특수 격리병실이 몇 개 있다. 이 곳 병실들은 문이 두 개로 되어있고,
환자에게서 나오는 균들이 방문 밖으로 나가지 않게
negative pressure를 유지할 수 있는 특수 filter가 있는 그런 병실이다.
(Negative pressure시 공기가 문 밖에서 병실로 흘러들어온다.)
만일 이 모든 병실들이 꽉 찼는데 TB 환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
일반 병실에 hepa filter라는 걸 넣어 돌려 negative pressure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환자간호를 위해 병실에 들어가는 모든 스탭들은 N95라는 특수 마스크를 쓰게 된다.

요렇게 생긴 마스크인데 코에서 턱까지 모두 감싸는 마스크로 밖에서 나는 냄새를 느낄 수 없도록
호흡기 부분을 완전히 seal해준다.
병원에서 환자 케어를 담당하는 모든 직원들은 일년에 한번씩 이 마스크 테스트를 거쳐
S, M, L 사이즈 중 자신에게 맞는 마스크 사이즈를 점검해야 한다.
만일 이 테스트를 받지 않으면 일할 자격을 상실하게 되고, 테스트를 마칠 때까지 일시 휴직해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쯤되면 이 곳에서의 격리 환자 care 시스템이 얼마나 철저한지 좀 느껴질테다.
요즘 한국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주변에 TB 환자 간호하면서 TB 옮은 간호사들이 곧잘 있었다.
이론은 그야말로 이렇게 저렇게 "격리"해라 하고 강조 또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그런 허술한 시스템.
그럼으로 인해 메디컬 스탭이 병에 쉬이 노출되는 그런 한심한 상황.
솔직히 한국에서의 workload가 엄청나기 때문에 한국 돌아가 간호사 하기 싫은 이유도 있지만,
이런 허술한 시스템 때문에 환자 간호하다가 병에 노출되기가 싫어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다.
잠이 오질 않아 오늘은 특별히 isolation에 대해 떠들어봤다.
글을 쓰고 나니 벌써 3시다.
아침부터 설치고 다닐 딸내미를 위해 지금이라도 눈 좀 붙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