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간만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slumdog millionaire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가 사라진지 좀 되었는데도 오스카며 아카데미상 영향 탓인지 재상영이 되고 있었다. 안그래도 참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잘 됐다 싶었다. slum이란 단어는 빈민굴을 뜻한다. 최하층민으로 바닥 인생을 모두 경험한 Jamal이라는 청년이 퀴즈쇼를 통해 Millionaire가 되고 사랑하는 연인도 되찾는다는 영화였는데, love story는 둘째치고 이 청년이 그 퀴즈쇼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에 대한 background가 참으로 흥미롭다. 운(Luck)이였는지 아니면 운명(destiny)이였는지 이 청년은 어렵다는 그 퀴즈들을 어릴 적 경험을 통해 아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단순히 책을 읽고 암기를 해 알아나간 지식이 아닌 몸으로 배운 경험이였다.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늘 경험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대학병원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부서가 안과/재활의학과/비뇨기과였다. 나름 바쁜 곳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minor라며 인정해주지 않았고, 심지어 같이 일하는 올드 선생님들 조차도 "네가 major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하는데..."하며 걱정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곳에서의 경험이 그닥 나쁘지 않았다. 안과 비뇨기과는 장단기 수술을 요하는 당뇨 환자며 암환자가 많아 그에 관련한 경험을 많이 했고, 재활의학과에서는 이 곳 미국에서 치면 sub acute 및 rehab에 관련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일하는 med/surg에서 종종 보는 당뇨 환자며 수술 후 rehab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필요한 재활 간호가 무엇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고, 또 그에 관련해 교육도 적절히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안과, 비뇨기과에서 요하는 간호에 대해 지혜도 발휘할 수 있었다.
하루는 같은 감옥소 inmates에게 눈을 얻어맞아 들어온 환자가 있었다. CT상에선 특별히 bleeding이 보이지 않아 그저 pain control만 하던 중이였는데, 인계를 받으며 보니 diagnosis가 bleeding in eye 였던 것 같다. 환자 assess를 하면서 눈을 보니 anterior chamber 상에 피가 그득히 고여 있었다. 잘 보이지 않는 건 당연할 뿐더러 눈이 굉장히 아프겠다 싶었다.
안과에서는 이를 Hyphema라고 부른다. 이 경우 환자는 45도 head up position으로 ABR을 해야 하고 수시로 안압(intraocular pressure: IOP)을 재며 Mannitol을 준다던지 해 적절한 안압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환자가 vomiting을 할 수 있고, 심하게는 acute glaucoma(급성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게 길게 가면 실명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안과에서는 이 hypenma가 acute care가 필요한 응급에 해당된다. 그런데 그에 관련한 order는 전혀 없이 환자는 ambulate하고 있었고 아프다고 할 때마다 통증약을 주는게 전부였다.
그래서 환자 침대 머리를 올려주며 ABR을 teaching하고 담당 의사에게 환자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데 안압을 재보는게 어떻겠냐며 메세지를 남겼었다.
언제고 당뇨 환자를 받았었는데 혈당이 왔다갔다 난리였다. "혈당이 왜 이런거냐"며 묻는 이 환자는 당뇨를 이제 막 진단받은 터였고, 그래서 이에 관련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느냐, 어떤 음식을 자주 즐겨먹느냐는 질문에 이 환자는 chinese food를 즐겨 먹는다며 대답했다. 사실 나는 chinese restaurant에서 한 8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 체중이 거의 10 파운드 이상 늘어 나중에 체중 조절을 위해 아침마다 정말 열심히 달려야 했다. 나는 그 환자에게 나의 그 경험을 얘기해주며 중국 음식 어떤 어떤 것들은 어떻게 튀기고, 어떤 재료들을 써서 만들고.... 그래서 칼로리가 높고, 아무리 broccoli며 onion등의 야채가 들어간다 해도 전체적인 영양가가 떨어지니 삼가해야 한다고 얘기해주었다. 이 환자 정말 중국 음식을 좋아했던지 "그럼 이 음식은 어떻냐", "저 음식은 어떻냐"며 각종 중국 음식에 대해 물어왔는데, 그때 그 restaurant에서의 경험 때문에 나는 어렵지 않게 대답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환자들이 스파게티는 어떻냐, 샌드위치는 어떻냐고 물어오면 그에 대한 경험도, 지식도 없을 뿐더러 당장 내가 즐겨먹는 음식이 아니니 적당히 대답해줄 수밖에 없었다. 경험이 부족한 탓이다.
멀리 이 미국땅에 넘어와 quota를 기다리며 영어 부족에, 돈 부족에 맘 고생, 몸고생 하는 간호사들을 많이 보게 된다. 어떤 이는 돈을 아끼겠다며 아예 집 안에 눌러앉아 TV와 책을 벗삼아 영어 공부를 하고,
또 어떤 이는 나가서 돈 벌며 영어 배우겠다 열심히 돌아다니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내가 왕년에 간호사였는데 웨이츄레스 짓은 못하겠고....라는 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웨이츄레스라도 어디냐며 그런 자리 있으면 알아봐달라고 나서기도 한다.
이 곳 미국은 한국과는 사는 방식이 많이 다를 뿐더러 이제 막 미국 생활을 시작한 우리에겐 하물며 market에 가서 카드 하나 만들고, 장을 보는 것 하나도 모두 소중한 경험이다. 웨이츄레스라고 해도, 하물며 market cashier라고 해도 그 안에서 듣고 보고 배우는게 있는데 "왕년에~" 하면서 자존심 세우고, 걱정되고 무서워서 그런 일 못 찾아다니겠다며 앓기만 한다면 될 것도 안된다.
어쩌면 그 마음 속엔 "웨이츄레스나 캐쉬어는 질 낮은 사람들이나 하는 질 낮은 직업"이라는 해석이 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내가 웨이츄레스라면 그런 사람 곱게 접대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길고 요점 없는 글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미국에서 살아가려면 어떻게든 이런저런 많은 경험들을 하라는 것이다. 어느 병원에서, 어느 병동에서 어떤 어떤 경험들을 했네 하는 경력이 간호사에겐 더없이 중요하겠지만 이 곳에서 보게 될 환자들의 문화며 음식, 사고를 내가 얼마만큼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니 어떻게든 경험하고 또 경험하길 바란다.
더불어 영어 점수는 있는데 quota는 닫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하기보단 나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찾아보는게 좋을 것 같다. 그러는 와중에 좋은 사람들도 만나게 되고... 누가 아는가. 그들 통해 좋은 병원을 구하게 될지도. "밖에 나가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다."는 건 자신감 결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luck이라는 건 주어지는 것도 있지만 만들어가는 부분이 더 크다는 걸 늘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