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urscape에서 글을 몇 읽어보았다. 대부분이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신규들의 글이였는데, 일 시작한 지 두 달만에 지겹고 힘들어서 그만두고 시골 내려가 환자와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병원에서 일하겠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대학병원에서 6년 가량 살아남은(!)데서 오는 오만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두 달 가지고 뭘 그리 성급히 판단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배짱을 부리나 싶다. 적어도 1~2년은 일하고 결정을 해도 늦지 않은데 말이다. 이런 조급한 태도며 decision making은 미국간호사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6개월~1년 안에 영어 점수를 따야 하고, 1년 안팎으로 병원 자리 구해야 하고, 어떻게 해서든 영주권을 신청해야 할 것 같아 서둘러 에이전시 찾아 계약 맺어버리는 간호사들을 보면서 나는 안타까움이 많이 든다. 왜 그리 서두르나. 마치 한국에 종말이 온다고 해서 그 전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오는 것만 같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이미 이 곳 미국내 많은 간호 잡지에서 언급했듯이 적어도 2020년까지는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더군다나 새 대통령 Obama의 의료개혁에 따르면 간호사가 더더욱 필요할지도 모를 실정이다. 문제는 지금 전세계적인 불경기 탓에 이 곳 병원들도 경기를 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감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불경기는 아마 1~2년간 더 지속될 것이며 다시금 회복선을 타기까지 최소 4~5년이 걸릴 꺼라는 게 이 곳 반응이다. 불경기가 나아지면 병원 재정이 다시금 회복될 것이며 그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취업의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인터넷으로 만나본 한국 간호사들 대부분은 지금이 아니면 취업이 영영 안될 것 같아 안절부절인 모습이다.
예전 학교 다니던 시절 국립 정신병동에 실습을 나갔을 때다. 그 곳에서 연세대 다니다 입원한 젊은 환자가 있었는데, 너무도 멀쩡해 보이고 똑똑하기까지 한 이 사람은 1년 재수해 학교 들어간 데 대한 피해의식과 자괴감, 자기학대가 너무 심해 입원을 한 터였다. 이게 한국이라 가능한 일이다.
지나친 비교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한국 간호사들.... 저 사람은 벌써 저렇게 자리잡고 일하는데 나는 여기서 이게 뭐야....라는 마음으로 너무 조급히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행을 결심해 오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내 나이 벌써 서른이고, 마흔이고....하는 자기 소개는 이 곳에서 필요 없다. 어차피 간호사 평균 나이 49세인 이 곳 미국 땅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빨리 가서 일 배우고, 적응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기보단 언제 어떻게 나가야 돈 아끼고, 안전할까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1~2년 단축해보겠다고 충분한 준비 없이 후다닥 이 곳으로 넘어왔다가 되려 맘고생하고 돈은 돈대로 나가 1~2년 더 퇴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니 충분히,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자료를 구하고 준비를 한 후에 미국에 오라고 권하고 싶다.
영어 점수 있는 상태로 국내 수속하는 간호사들의 글도 곧잘 보인다. 3년...5년.... 언제나 들어갈 수 있으려나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간 되지 않겠는가. 나는 1년이면 나온다는 영주권이 지금 1년 6개월이 되고도 나오질 않고, 이민국 website를 보면 향후 1~2년 사이에도 나올 것 같지 않다. 벌써 한국을 떠나온지 3년 3개월째고 한국에 나가지 못해 가족 한 명 없이 신랑과 둘이서 조용히 결혼식까지 올렸다. (travel permit을 써도 되지만 나갔다가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해서 조심하고 있는 중이다. Who knows?) 모두들 <둘만의 결혼식 in Hawaii>하며 부럽다, 로맨틱하다 말들 하지만 부모 없이 하는 결혼식 좋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신랑도 영주권 수속 때문에 원하지 않는 직장에서 지금 2년을 붙들려 일하고 있다. 그래도 언제고 나오겠지 하는 기대로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사이 영어 공부를 더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IELTS 영어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을 갖추었다는, 영어 배울 준비가 되었음을 뜻하지 병원에서 일할 준비가 되었음을 뜻하지 않는다. 영어가 안되어 해고 당하는 간호사들 얘기가 솔솔 들리는 이 곳이다. 국내 수속 지연으로 인한 기다림에 지쳐하기 보단 언제고 닥칠 미국에서의 생활에 대비해 계속해 영어 공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모르는 게 있으면 누구 하나 붙잡아 묻기보단 여기저기 검색부터 해 볼 일이다. 이미 영주권 수속이며, 서류 준비, 병원 지원에 관련한 글들이 여기저기를 통해 수차례 올라온 터다. 기본적인 검색도 해보지 않고 "어느 병원이 좋냐", "어떻게 미국 가냐"는 질문을 던지는 건 성의없어 보이고 터무니없기까지 하다. 심지어 "나는 미국 가고 싶은데 남편은 반대한다. 어쩌면 좋냐"는 질문글도 받았다. 인터넷상에서 질문에 답변해주는 현지 간호사들의 수가 얼마 안됨은 바쁜 미국 생활 탓도 있지만 어쩌면 이런 어이없고 성의없는 질문에 지쳐 떠나는 걸수도 있다.
미국이란 곳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만치 크고 넓은 곳이다. 인종도 다양하고, 법도 다양하며 사는 법도 다양하다. 그래서 case by case도 참으로 많다. 그러니 무작정 누군가의 말만 듣고 어느 병원, 어느 대학을 가야겠다 결심하기보단 어느 주가 먹고 살기 만만한지, 인종 구분은 어찌 되는지, 학교는 몇이나 있는지등등을 알아본 뒤에 RN-BSN은 있는지, 근처 병원은 있는지, 일은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일이다.
체계적으로 공부하는게 학습효과도 높다고 했다.
체계적으로 정보를 모아야 미국에 오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ps.바쁜 와중에도 늘 관심 놓지 않고 좋은 조언들 아끼지 않으시는 여러 현지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