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mplaints 2008-12-15
  • 조회수: 2949 | 2008.12.15
여러 까페를 돌아다니다보면 신규 간호사들의 불만 섞인 토로글을 많이 보게 된다. 아마도 user 대부분이 신규들이기 때문에 신규들의 불만글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사실 senior들도 신규들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말이다. "병동 간호사들이 나만 괴롭힌다. 나를 못 잡아먹어서 난리다. 인격적인 모독을 한다."며 그만두고 싶다는 글들을 보며 나 역시 "아. 괴롭히고 인격적인 모독을 하는 건 옳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내가 신규를 받아보고 같이 몇 번 일해보고 나니 같이 일하는 주변 사람들이 누군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괴롭힌다면 거기엔 이유가 있어서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하루는 "본인은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라."라는 글을 남겼고, 그 후로 며칠간 인터넷에서 이름도 모를 신규들에게 된통 당한 적이 있다.

 물론 인격 자체가 아주 못 나서 모든 사람들에게 못나게 구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 병원 간호사들이 모두 다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못된 사람보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믿는다.

 만일 병동의 많은 사람들이 어느 특정 인물에게 배타적으로 나온다면 그건 그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특정 인물의 문제일 수도 있음을 생각해봐야 한다.

 문제는, "너는 이런 이런게 문제야."라는 걸 꼭 집어 꾸짖는게 아니라 대부분이 뒤에서 씹는다는 거다.

 그래서 feedback은 없고, 당사자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피해감정만 쌓이는 거다.

 이 곳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종종 생긴다. 

지난 이틀간은 근무중에 생긴 일들로 짜증이 아주 제대로 난 상태였다. 사실 오늘밤까지 일할 참이여서 그 짜증의 연속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첫 날 CDC(감옥소)로 assign을 받은 나는 Amy라는 간호사로부터 세 명의 환자를 받았다. 마침 그녀는 orientee와 함께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인계를 주는 내내 "얘가 지금 인계를 주는거야 마는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횡설수설 아주 난리도 아니였다.

 이 얘기 했다가, 저 얘기 했다가 도중에 orientee랑 "너 그거 했잖아. 이 일도 있었잖아. 그랬나?"하며 잡담하다가.... 적어도 인계라면 이 환자 어떻게 들어왔고, 어떤 history 있고, 어떤 시술이며 검사 받아왔고, 그래서 결과는 이렇고, 지금은 상태가 이렇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라는 식이여야 하는데 이건 중구난방 아는 사실 그냥 읊어대고 있으니 인계 받을 때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CHF 환자를 받고 나서 인계를 주는데, BNP(CHF 환자는 기본으로 나가는 검사, 수치가 높아지면 heart의 부담이 높아짐을 의미하고 Laxis를 맞는게 보통이다.)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Laxis 맞고 있냐라고 물으니 "응"이라고 대답은 하는데, 그 대답하는 폼이 대충 "그렇다."는 듯이 보인다. DBP가 100이 넘는데도 담당 Dr에게 전화도 안 하고 나중에 computer를 열어보니 assessment도 안되어 있고, 기타 다른 charting이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 이 환자가 CHF로 인한 Chest pain에 Shortness of breath(SOB)로 입원했음에도 high Diastolic BP에 대한 manage는 없고, O2가 4L로 올라갔는데도 그것조차 모르고, 병실에 들어가보니 침대는 flat. Liver biopsy 환자의 검사 여부에 대해서는 자기가 아침에 Noted by(내가 그 order를 확인했다는 뜻)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Dr에게 전화를 했는지 안 했는지 나에게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인계를 준다. 


 TURP 환자는 아주 bloody한 urine이 아주 찔끔찔끔 나오는데 urine output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인계는 없고 irrigation 두 번 했다는 언급 뿐. 환자방에 가보니 한국에서라면 계속 irrigation해야 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irrigation set은 clamp 상태. 환자는 3 way foley를 끼고 있는데, self voiding이 200ml이라는 charting까지. HOW GREAT !!

 이쯤되면 "너 도대체 뭐 했니?"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직전 되겠다.

 환자 3명 인계를 받는데 30분이 걸리는 걸 보면서 I GAVE UP!!!! 더 질문없냐는 Amy에게 "괜찮아."하고 빨리 일을 시작했다. 그 인계 계속 받고 있다간 나만 더 정신없을 것 같아 빨리 chart 뒤져보고 환자 파악을 해야겠단 생각이였다. 그러던 중 11시경에 응급실로부터 환자 한명을 더 받았고, 그렇게 그렇게 이 일 저 일 뒷처리 끝내고 나니 이른 아침 4시. SHOOT~!!!!!

 환자 상태가 나빠서 바빴다면 괜찮지만, 뒷수습하다가 바쁜 건 정말 용서가 안된다.

 나보다 경력도 더 많은데다 4개월 가까이 된 orientee를 데리고 day 근무 동안 도대체 한 일이 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니 옆에서 같이 근무중인 Laarni가 "너 Amy가 더 질문없냐고 했을때 없다고 대답했잖아." 그런다. 

 "너 그럼 인계를 그따구로 주는데 너 같으면 질문이 생기겠니? 묻는 질문에 대답도 버벅대는데 더 묻고 싶겠니? 포기하고 빨리 chart digging하면서 환자 파악하는게 더 낫지." 하고 버럭.

 아침에 인계를 주는데 너무도 다정한 Malen이 "How's your night?"하고 물어온다.

 "AWFUL....I was so busy backing up..... only 4 patients."

 "How come?"

 "I don't want to talk about it."

 "Who gave you a report?"

 "Amy."

 "oh.....I KNOW...." 하며 내 등을 토닥이는 Malen.

 Amy는 이미 이리저리 일을 잘 흘리고 다니며,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로 남에게 일을 미루기로 유명(!)한 터였다. 다른 간호사와도 이런 비슷한 얘기를 하면서 불평을 하던 중에 그 간호사 왈. 어떤 환자 아침 10시에 transfusion order가 났는데 그걸 아직 뭣 줬다며 인계를 주더랜다. blood bank에서 준비가 안됐다나. 그래서 그 간호사가 인계 받자마자 blood bank에 전화를 거니 30분 내로 2개를 맞춰 주더란다. 보나마나 전화를 안 했던지, 아니면 한번쯤 전화하고 말았을게다. 우리는 Amy라는 이름을 꺼내지 않았어도 "걔지?"하며 이미 서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건 이 곳은 한국과는 달리 옷자락 휘날리며, 밥 굶어가며 뛰어다닐 정도로 바쁘지 않기에 사람들이 덜 nervous하고 그래서 누군가의 실수에도 불평 불만을 조금 늘어놓을 뿐이지 그걸 가지고 "너 이걸 잘못했네, 저 이거 miss했네." 따지고 들지는 않는다. 그저 모두들 조금씩 배타적이 될 뿐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그녀의 문제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모두들 그 사람 뒤에서 속닥이며 불평 불만만 할 뿐 그녀에게 그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지 않는다. 그래서 feedback이 없다. 젠장. 오늘 또 걔한테 인계 받아야 하는데.

 아침에 staff meeting이 있었다. mandatory란다. 매번 mandatory라고 강조 또 강조를 하며 모두 참석할 것을 강요하면서 정작 가보면 chatting해가며 이 얘기 저 얘기 해가며 1시간 반에서 2시간을 끌어버린다. day 근무자가 근무 후 9시 9시 반까지 병원에 머물다 가기도 힘든데, 하물며 night 근무자는 오죽하랴.

 보아하니 9시나 9시 반에 끝날 것 같은데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내용들을 다루려고 mandatory, mandatory 노래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더군다나 나는 이틀 밤근무 연속에 오늘밤까지 3일을 일해야 할 판이였다. How about my life? 도대체 몇 시간을 자고 또 병원에 나오라는 소리야? 정신이 있어 없어?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마구 쌓인 중에 manager의 staff meeting 호출에 더더욱 화가 폭발해서는 <나 몸 안 좋아. 더군다나 I'm back tonight. I don't think I can handle that.>하고는 근무 마치자마자 집으로 왔다. 안그래도 속이 자꾸 울렁거리고 dizzy해서 더더욱 피곤한 터였다.

 나오는 길에 nursing superviser에게 전화해서 "내 이름 HMO list에 올려줄래요?"하고 요청한 터였다. 오늘 밤 우리 층이 over staff일 경우 병원에서 "너 일하지 말고 그냥 집에 쉬어."하고 전화를 주는데, 이 전화를 내가 먼저 받겠다는 일종의 요청이다.

 이리도 짜증이 북받치는 걸 보면 아마도 생리가 시작될 조짐인 것 같다.

 쉬어야겠다.

 아. 정말 나는 일 못하는 간호사가 제일 싫다.

 (그나저나 나는 일을 잘하고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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