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rd day
  • 조회수: 2978 | 2008.10.07
오리엔테이션이 끝난지도 벌써 한달이 다 된 시점. 병원일을 시작한지 여섯달 째 접어들고 있다. 그 사이 제법 많이 늘긴 했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던지, 조금이라도 까탈스럽게 행동하는 환자, 보호자를 보면 마냥 힘들다
 지난 주에는 3일을 연속으로 일했다. 워낙에 낮에 잠을 잘 못 자는 성격이라 3시간 겨우 잠을 자고 이틀째 근무를 나갔는데, 전날 본 환자랑 전혀 다른 환자 다섯명을 assign 받았다. 보통 전날 근무를 하고 나면 같은 환자들을 계속 보기 마련인데, 그 날 shift leader가 누군지 몰라 혼선이 있었고, day근무를 뛴 shift leader가 헐레벌떡 짜고 난 뒤에 보니 전혀 다른 환자들을 받게 되어버린 것이다. 새로운 환자들을 다시 새로이 assess하고 파악하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실 이런 일이 생기면 모두가 짜증을 낸다. 하지만 컴플레인해서 새로 스케쥴을 짜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듯 해서 그냥 다섯명을 받아 일을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쏟아지는 환자, 보호자들의 컴플레인. 제각각 다른 문제점들을 호소하고 있고, labs들은 엉망이고, 혈압은 막 떨어지고, 통증약 주자마자 한시간 뒤에 다시 달라 하고.... 정신없이 약을 주고, 혈압 체크하고, 수술 준비하고, 의사에게 전화걸어 notify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아침 6시가 되어버렸다. 지난 밤 30분 겨우 앉아 쉰게 전부였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뻗어버렸고, 그렇게 또 3~4시간을 겨우 자고 나서는 근무에 나섰다.
 
같은 환자들을 받았다. Erik이라는 travel nurse에게 인계를 받았는데, 이 놈에게 인계를 받을 때마다 나는 늘 ”오늘은 또 뭘 흘렸니.”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람은 늘 친절해서 좋은데, 인계 받고 일을 시작하고 나면 사람 좋다는 생각은 어느새 싸악 사라지고, 저런 놈이 우째 간호사가 되었노라는 생각만 가득해진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의사의 처방은 모두 다 받았다고 sign은 들어가있는데, order를 받은게 하나도 없었고, 아침 8시 반에 난 약이 아직도 안 들어가고 있었다. Mg이며 K protocol은 있으나 마나였고, TPN 막 시작하는 환자의 TPN fluid 수액 속도도 엉망으로 맞춰져 있었다. 이렇게 질질 일을 흘리고 다니는데도 별 문제없이 여전히 병원 잘 다니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travel nurse기 때문에 또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도 든다. Travel nurse들은 병원을 자주 옮기기 때문에 병원 system을 대충 파악하는 정도로 일을 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그들이 일하고 난 뒤엔 은근한 구멍들이 좀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Erik은 그게 좀 심하다. 아니 상당히 심하다.
 
”이 사람은 전에도 자주 입원했던 사람이야.”
 새로이 인계받은 사람. Wife가 늘 bedside에 있으며 모든걸 관장한다며 조심 또 조심하라고 한다. 어쨌거나 최종 결정권은 환자에게 있기에 나는 무조건 환자에게 먼저 설명을 하고 보호자에게 설명을 한다. 그 날도 환자에게 ”내가 지금 어떤어떤 약을 줄께.”하고 설명을 하니 wife 대뜸  말하길
 ”그 사람에게 말할 필요 없어요. 나에게 다 설명하면 내가 알아서 설명할께요.”
 말투가 굉장히 bossy하다. 내가 주는 약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모두 캐묻는 태도가 완전히 "I’m ready to sue you. Be careful."이다.
그 전날 나는 다섯명의 환자에게 완전 탈대로 탄지라 shift leader인 Christna에게 ”나 이 사람 handle 못하겠어. 환자 바꿔주면 안될까.”라고 말하니 자기가 보호자에게 따로 설명해서 협조를 구할테니 그냥 보란다. "이런 제길. 좀 바꿔주지. 넌 내가 어젯밤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 전혀 모르잖아." 꿍시렁대며 다시금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새벽 4시에 일이 터졌다.
 
바로 앞 병실 할머니가 foley removal 이후 8시간이 지나도록 소변을 보고 있지 않아 행여나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어 할머니에게 소변을 보도록 권했다. Cervical을 심하게 다친지라 bedside commode가 필요하다 생각됐고, Care partner(조무사)인 Mary Lou에게 bedside commode를 가져오라 말했다. 세번을 얘기했는데 소식이 없어 다시금 빨리 가져오라 말하니 그제서야 어디서 구해왔다.
 뒷처리를 모두 다 마치고는 charting을 하고 있는데 30분쯤 지났을까. 그 까탈스러운 wife가 병실에서 나오더니 말 좀 하잔다.
 ”Mindy. 너는 RN이잖아. Contamination에 대한 개념이 있는 사람 아니니? 어떻게 CP를 시켜서 우리 남편의 bedside commode를 가져가서 다른 환자에게 쓸 수 있는 거야?”
 그러면서 하는 말.
 ”너 license에 문제 생길 수도 있는 거 알지?”
 자초지종을 듣고보니 Mary Lou가 바쁜 나머지 그 까달스러운 병실 bedside commode를 갖고 나와버렸고, 보호자가 그렇게 다른 환자들과 share하면 안되지 않느냐며 막 다그치자 당황스러움에 내가 시켰다고 둘러댄 것이였다. 그 보호자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꺼라고 몇 번이나 설명을 하고 나서야 보호자는 화를 풀고는 병실에 들어갔다.
휴우... 하고 어찌나 한숨이 나오던지.
 
 7시 50분경이 되어서야 겨우 일이 끝났고, 무거운 발을 질질 끌며 집에 와서는 씻지도 못한 채로 그대로 쓰러져 잤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1시에 기상. 잠이라도 제대로 잤다면 좋겠는데, 나는 늘 3~4시간 이상을 못 견디고 눈을 뜨고 만다. 이놈의 예민증. 이래갖고 1~2년 나이트 근무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사실 마지막 날 근무 시작하고 2시간만에 울고 말았다. needy한 다섯명의 환자들. 인계를 받자마자 전화는 울려대고, 어느 보호자는 다짜고짜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 너 일은 제대로 하고 있는거냐?”며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막 따지고 들고, 다섯명의 환자들 모두 BP는 오르락 내리락, 그 와중에 아프다고 약 달라고 call bell은 울리는데.....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 씩씩대며 뛰어다니는데 저쪽에서 걸어오는 Joseph이 ”Hey, Mindy, how are you?”하고 너무도 다정스레 물어온다.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막 울어버렸더니 ”What happened?”하고 급하게 supply room으로 데리고 들어가서는 어쩔 줄 몰라하는 Joseph. 만만한게 동기라고 너 앞에서라도 이렇게 울며 기분 좀 풀련다~하고는 배시시 웃고는 급히 눈물을 닦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눈물이 날 때는 빨리 울고 마는게 상책이다. 참으면 참을수록 나중에 그 눈물이 터졌을 때 제어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언제고 몇 년 전 이 곳 Bakersfield에 먼저 와 자리잡은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경력이 많은, 아주 smart한 선생님이셨음에도 불구하고 한 일년은 눈물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아~ 나는 이제 6개월째 접어들었으니 이제 6개월 마저 눈물 달고 살면 나아지려나. 힘내자. Mindy. 그래도 여기까지 온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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