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주가 시작이다.
이번주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간 근무다.
하루 12시간씩 4일간 근무라면 주말을 견디기가 힘이 들겠지만 다행히 수, 목요일은 8시간 수업만 들으면 되는지라 어느정도 견딜만 하다.
사실 빨리 이 orientation이 끝나고 내 뜻대로 schedule를 굴리며 일을 해야 돈이 벌리는 법인데, 6월까지는 일주일 두 번 병동근무, 일주일 두 번 수업을 듣는 식으로 new grads(막 졸업한 간호사들)들과 함께 orientation을 받아야 하기에 영락없이 orientation schedule에 갇힌 셈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미국에서의 임상생활이 처음인데다 지난 2년간 병원을 떠나 있었기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18주간 나는 세 명의 preceptor들에게 orientation을 받는다.
첫번째 preceptor는 1~2년의 경험을 쌓은 간호사로 아주 기본되는 업무 파악을 주로 orientation을 진행한다.
두번째 preceptor는 4~5년된 senior로 좀 더 발전된 기술들을 가르치며, 마지막 세번째 preceptor는 환자 보는 눈을 가르친다. 이번주부터 두번째 preceptor와 새로이 orientation을 시작하는데, 이 두번째 간호사. 성격이 어찌나 급한지 뭐든 빨리빨리 해치워버린다.
병동에서 꽤나 일을 잘 하는 간호사로 통해 손이 많이 가는 환자들을 주로 맡는 것 같았다. 따라 다니고 관찰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닌데, 이 사람이 나에게 ”약국에 전화걸어서 이 약 좀 확인해봐라.”, ”의사 사무실에 전화 걸어서 비서에게 fax 받았냐고 확인 전화 해봐라.” 등등 전화 관련 업무를 시키면 문제가 된다. 이 곳 오기 전부터 ”가장 힘든 일이 영어”라는 말을 곧잘 듣긴 했지만, 직접 이런 일이 나에게 닥치고 보니 아주 간단한 일조차도 어찌나 당황스럽기만 한지.
약국에 전화를 걸어 약을 확인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약국 약사가 아주 친절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였다. 그 다음은 심호흡 한번 하고 의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Hey, this is Mindy...San joaquin community hospital. It is regarding to the patient, xxxx. We just faxed his test result. Did you get it?” 단번에 날라오는 말. “I cannot understand you. Anyone in there?” 그리고는 좌절했다. 물론 내 어투에, 억양에 문제가 있었겠지만 아주 귀찮다는 듯 거기 다른 사람 없냐는 질문에 자존심이 상했다.
오늘은 환자가 심한 nausea, abd pain을 호소해 담당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까 zofran이랑 morphine을 주었는데도 증상이 여전하다고 하는데 어쩔까?” 그랬더니 뭐라뭐라 떠드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Hold on sec. I’m a newbie here so I cannot understand what you are saying. Can you talk to my preceptor again?” 그러자 그 의사 바로 전화 끊어버리더라. 한국에서라면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하고 바로 전화 걸어 따졌겠지만 부족한 영어로 못 알아들은 내가 죄인이기에 그냥 속상해 하고 말았다. 어쩌랴. 미국에서 간호사로 자리잡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 의례인데. 어차피 예상했던 바 아니였나. 그래. 말로만 듣던 일을 이제사 한번 당하는구나~ 하고 허허 웃고 넘겨버렸다.
오전 7시에 시작한 근무가 3시가 되도록 끝이 보이질 않는다. 한국에 비해 일이 힘든 건 아닌데, 물 떠다주는 일까지도 모두 챙겨야 하는지라 여기저기서 환자들이며 보호자들이 불러대기 시작하면 일이 한도 끝도 없다. 겨우 3시 지나서야 점심을 뜨면서 preceptor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왔고, 한국에서 5년 5개월이나 일했지만 일 그만두고 2년간 아무 것도 안 해서 다 까먹었고, 미국에서 일하는 건 처음인지라 모든게 새롭기만 하다. 더욱이 영어로 환자 앞에서 떠들려니 입이 굳어서 말도 안 나온다…… 그러자 preceptor가 자기도 처음엔 이 사람들이 뭐라 떠드나~ 하고 지냈다며 모두가 똑같은 과정 겪어가며 커간다고 너무 걱정 말란다.
필리핀에서 온 이 간호사도 분명 처음엔 나와 같은 과정을 겪었으리라. 가끔 환자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신나게 환자 교육을 하고 나오는 이 preceptor를 보면서 마냥 부럽기만 하다. 나도 4~5년 후엔 저렇게 떠들어댈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물론 노력없이는 안될 일이지만 말이다.
Break time 한번 못 가지고 오늘도 하루를 마쳤다. 짐을 챙겨서 나오는데 이래저래 눈치보며 쉬운 약 하나 주는 것도 조바심내는 내 모습이 딱 신규같다는 생각이 들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그때처럼 매일 병원을 나서며 울 정도로 힘들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7시 반…. 병원을 나서며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Break time 가지게 해달라고 요구하지 그랬냐, 왜 그리 몸을 안 챙기냐며 나무라는 친구에게 “I’m fine. I’m a bit tired, though, I’m fine and I feel good now.” 하며 웃어주었다. 사실 오늘 내가 많은 일을 했구나, 그리고 내 한계를 다시 한번 경험하며 또 이렇게 배우는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문득 한국에서 일했을 때가 생각났다. 밥 굶어가며 죽어라 8시간을 뛰어다니고 퇴근 후 즐거운 마음으로 동료들과 양념통닭에 맥주 즐기던…. 병원 앞 그 둘둘 치킨집은 그대로 있으려나 살짜기~ 궁금하기도 하다.
"집에 오니 다리가 너무 쑤시고 저려서 한국에서 가져온 저주파 치료기를 다리에 붙이고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한국에서 오는 간호사들에게 꼭 가져와야 할 물품 중 하나로 이 저주파 치료기를 추천하고 싶다. 어쨌거나 이 곳에서도 간호 업무는 3D로 구분될 만치 몸을 많이 쓰는 일이라 몸을 아끼지 않으면 망가지기 쉽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