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나누기
  • 조회수: 882 | 2018.06.01
3주가 넘게 병원에 머무는 젊은 환자가 있습니다.
긴 시간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지만 그 사이 high tolerance가 생겼는지
sedation이 잘 안 먹히더라구요. 약을 충분히 주고 있는데도 멘탈이 너무 alert합니다.
할 말이 있으면 사이드레일을 톡톡 두들기고 아무런 불편없이 콜버튼 누르고,
또박또박 이쁘게 글씨도 쓰며 필요한 것들을 적어보여주네요.
환자들이 피곤하고 힘들어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pain>, <poop> 그런식으로 
간단하게 적고 마는데 이 환자는 너무 젠틀해서 늘 정중한 표현으로 긴 문장을 적어 부탁을 합니다.
대단한 멘탈리티다....싶더군요.
 
 
 
 
암튼 긴 방을 같이 보내고 아침에 모닝케어를 하고 나왔는데 조금 있으니 RT가 부릅니다.
저 환자 anti anxiety 약 뭐 줄게 있냐고... 아티반이라도 줘야할 것 같다고 그러네요.
보니 호흡수도 맥박도 마구 뛰고 있습니다. 한눈에도 불편해보이더군요.
그래서 괜찮냐....호흡에 집중해라.... (이 환자에게 그런 에피소드가 있다는걸 알고 있었어요.)하고 
팔 쓰담쓰담해주고 손 잡아주고 하니 글을 쓰네요.
"나는 괜찮다. 옆에 잠시만 같이 있어줘."
어차피 아침일을 마치고 인계 주기전까지 모니터링할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어서 bedside에 머물렀고요.
RT도 크게 바쁘지 않았는지 환자 옆에서 이것저것 주섬주섬 정리를 합니다. 
그래서 그냥 이런저런.... 개인사 얘기도 하고, 주말 계획도 얘기하고...
그러면서 은근슬쩍 환자에게도 개인사 물어보고 했더니 종이에 막 적으면서 자기 얘기를 하네요.
비지니스로 여기저기 많이 다녔던지 할 얘기가 참 많은 환자였습니다. 재밌었구요.
와이프 얘기를 하다가, 우리나라 기업 얘기를 하다가, 통일 얘기를 하다가,
요즘 뻥뻥 터지는 총기사건 (이틀 전엔 중학교에서 총격으로 또 사람이 죽었습니다.ㅜ_ㅜ) 얘기도 하다보니
제 개인사도, RT 개인사도 막 나왔죠.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계속해서 환자 모니터링을 슬쩍슬쩍 올려봤는데 아직도 맥박이 빠릅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가슴이 벌렁대지는 않느냐 (palpitation)고 물으니 벌렁대고 불안한 느낌도 있다고 하네요.
제 가족력에 COPD, lung Ca가 있어서 그런지 제가 호흡기 감염에 참 잘 걸리는 편인데,
기관지염에 자주 걸리면서 오래전 albuterol을 처방받은 적이 있습니다.
두 퍼프 쓰고 나니 55던 맥박이 바로 140대로 뛰어오르고 palpitation과 anxiety가 엄청 심해졌죠.
아마 공황장애 환자들이 이런 증상을 앓지 않을까...싶을 정도로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겠더라구요.
(그후론 albuterol 안 쓰고 있습니다. allergy라고 하긴 좀 그렇고 굉장히 poor tolerance가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이 환자가 그런 느낌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그 경험에 대해 얘기를 했죠.
그랬더니 옆에 있던 RT가 자기는 천식이 있어서 자기관리를 하다보니 RT까지 됐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렇게 셋이서 이런저런 얘길들을 나누다보니 40분이 훌쩍 지나 인계까지 딱 10분 남았더라구요.
모니터를 보니 환자 바이탈이 모두 정상입니다.
환자가 이제 괜찮아졌다....고 활짝 웃네요. 
그 아침에 그 여유가 허락되어 그렇게 환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고,
그게 그 환자의 anxiety control에 도움이 된 것같아 더 흐뭇했습니다.
빨리 회복해서 인공호흡기 떼고 퇴원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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