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이러고 삽니다.
  • 조회수: 1572 | 2018.06.01

제 나이 이제 만으로 41입니다. 

한국에서라면 베테랑 소리 들을 경력 꽉 찬 간호사겠지만 
미국에선 65세까지 임상일을 하는 간호사들이 꽤 있어 그런지
"응. 할만큼 했구나?" 소리 듣는 그냥 일반 스텝 널스네요.
더군다나 저의 경력 대부분이 med/surg고 critical care 경력중
ICU 경력은 이제 3년 겨우 되어가다보니 
경력많은 간호사들 틈 사이에서 눈치보며 일하느라 좀 그렇습니다. ㅎㅎ
seniority가 너무 딸려서 아직 휴가신청도 못하고 산다면 믿으시려나요.
미국내 모든 병원이 그런건 아닙니다.
제가 일하는 병원에 나이든 간호사, 경력 많은 간호사들이 많은 편입니다.
일하기 편하고 임금 좋은 병원이라 왠만하면 다들 안 옮기고 
한자리에 오래 머무르려는 사람들이죠.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고요. 
 
 
 
처음 미국에 왔을 때 Med/surg일을 하면서 저에게 롤모델이 된 간호사가 있습니다.
인도간호사였는데 그때 주임간호사였고요. 늘 저에게 일을 가르쳐주고 싶어 
안달이 난.... 그런 간호사였습니다. 그 간호사 따라 CMSRN을 땄고,
그렇게 주임간호사 트레이닝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마음이 바껴 
준중환자실로 떠났습니다. 그 간호사는 매니저가 되었던 것 같고요. 
몇 년뒤 북가주에 있는 큰 병원 특수부서 매니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 간호사 소개로 같은 병원에 면접도 보고 합격도 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그 병원 대신 현 병원에 자리잡게 되었네요. 
그 간호사를 보면서 아. med/surg에서 정말 일 잘하는 주임간호사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러다 준중환자실로 옮기면서 이 곳에서 주임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생각이 바뀌었고요.
병원에서 하라는 모든 교육 참여도 하고 committee도 참석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데 병원이 바뀌고 작은 우물에서 벗어나니 또 다른 세상이 보이더라구요.
 
 
 
지금 이 병원은 제가 너무도 보잘 것 없는 그런 간호사처럼 느껴지는 곳입니다.
저는 가끔 이 Nursing Field가 무림같다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정말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자기단련을 한.... 자신감 차고 목소리 당찬 그런 
무림 고수들이 주변 곳곳에 있다라는 생각에 저는 일할 때마다 늘 긴장을 합니다.
CCRN도 따고 CMC도 땄는데... 일할 때마다 늘 뭔가가 부족한 것 같고 실수할 것만 같고 그렇습니다.
자신감 문제일 수도 있고.... 자격지심일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일부러 더 돌아다니며 다른 간호사들 도와주러 다니고 그렇게 credits을 쌓던 중
둘째가 생겼네요. 몸이 많이 아팠고, 체력도 많이 약해졌습니다.
산후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땐 기억력도 많이 약해져서 많이 헤매기도 했습니다.
지난주에 배웠던 건데도 까먹어서 다른 간호사 찾아 "이거 어떻게 하더라?"하고 묻고 또 묻고...
아. 내가 ICU를 떠나 downgrade를 해야 할 때인가....라는 고민을 했죠.
그러던 중 지난 달 annual evaluation을 했습니다.
 
 
 
Annual evaluation은 여러 주임간호사 포함 주변 간호사들의 평가 포함해서 
제가 주어진 mandatory 교육을 시간안에 모두 이수했는지, 
일하면서 실수라던지 사고는 없었는지, 근무시간에 늦은 적은 없었는지,
챠팅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등을 모두 포함해 매니저와 1:1 상담을 하는 자리입니다.
매니저가 "주임간호사들이 너에 대해 모두 positive feedback을 주었다."고 하더군요.
"Thank you." 소리가 나와야되는데.... 
"정말? 나는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중이였어.ㅜ_ㅜ" 했네요.
이런 부족한 자신감으로 내가 ICU에서 얼마나 일할 수 있을까....란 고민에 빠진 요즘입니다. 
앞으로 공부해야할 것도 많고 트레이닝 받아야 할 것도 많은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나이 40 넘으니 이젠 체력도 예전같지 않고 기억력도 쭈글쭈글한데.
조금만 더 버텼다가 PACU같은데로 빠질까....Tele로 다시 돌아가볼까.
Tele는 너무 재미없었는데...ㅜ_ㅜ) 다시 가기 싫고....
 
 
 
그러던 중 Dr.가 되기 위해 다시 공부중이라는 동료이야기를 듣고,
또 이 곳에서 NP가 되었다는 선생님 후기도 읽고,
열심히 마취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중인 예전 동료의 페북사진을 보니,
아. 내 꿈은 뭐지? 나는 앞으로 뭘해야하지?하는 고민에 빠집니다.
아직은 bedside care가 너무 좋은데 체력이 가장 걱정이네요. 
제가 65~67세 은퇴할 때까지 건강할 꺼라는 보장도 없고 말이죠....
 
 
 
이 곳에서 만나는 많은 선생님들에겐 저의 위치며 경력이 부러움의 대상일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사는 저는 정작 이런 고민을 안고 쭈글쭈글 살고 있습니다. ㅎㅎㅎ
이 고민은 앞으로도 몇 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주식 공부중입니다.
워낙 집값 비싼 동네에 살다보니 집사기를 포기하고 집 사려고 모은 돈 주식에 많이 집어넣었습니다.
아직은 운이 좋아 수익이 좀 난 편인데.... 좀 더 공부해서 익숙해지면 
간호사일하면서 주식도 굴려서 투잡을 뛰어보려고요.
은퇴하고 나면 주식만 굴려서 day trader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ㅎ
저 요즘 이러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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