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한이 커지면 책임 또한 무거워진다.
  • 조회수: 4356 | 2014.02.24
7 년이라는 긴 세월, 재학기간 학사, 석사 합쳐서 6년,그리고 또 Board 시험공부에 쏟은 일년, 그 7년 간의 준비 끝에 갖게 된 새로운 타이틀, Board Certified Nurse practitioner.


NP가 되고나니 같이 일하는 의사들이 우리 NP께서는 이 환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둥 검사결과를 물어보면 "아니 NP가 그런 걸 직접 안 챙기고 왜 우리한테 물어봐요? 당신 정말 NP 맞아요?" 시시때때로 놀려 대서 나도 오늘은 한마디 했다. "앞으로 평생 내가 그 소리를 듣겠네요. 나 그렇게 놀리면 재미있어요?" 대답 대신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네들은 웃고 있었다. 환자들은 각종 서류들을 들고 와서 써 달라고 하고 대부분의 서류들은 그들의 salary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태반이었다. NP가 되면 허구헌날 각종서류를 fill out 해주어야 한다더니 그 말은 사실이었다. 


미국의 심각한 의료문제인 비만에서 비롯된 허리통증, 무릎통증, 고혈압, 당뇨 환자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데 간호사를 할 때는 “어쩌자고 이렇게 엄청나게 살이 찌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좀 비난을 하는 편이었는데 반해, 요즘은 “살다보니 이렇게 뚱뚱해져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이 가엾은 환자를 내가 어떻게 좀 도와 줄 수 없을까? 살만 빼면 많은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을 텐데, 어떻게 설득을 시켜야 될까?" 환자에 대한 생각이 180도 달라진 것이 제일 큰 변화 중의 하나이고 내가 좀 보기 좋게 날씬해야 살을 좀 빼셔야 되겠다고 공손하게 이야기를 하면 효과가 더 클 것 같아서 평생하는 다이어트를 더 열심히 하게 된 것이다.


젊디 젊은 사람들이 허리가 아프다, 무릎이 아프다 하고 진료실에 들어올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진통제 처방전을 들고 운동을 하고 exercise log book ( 운동하고 며칠 날 얼마나 운동 했는지 그걸 적어 오는 책)에 꼭 잘 적어 오시라고 하면서 속으로 언제나 하는 말, 다음번에는 살 좀 빼 오세요……


처음 처방전을 쓰기 전에 나는 내 생애 첫번째 처방전은 그동안 나를 가르치시느라 시간과 노력을 엄청 쏟아 부으신 선생님 닥터 발레리께 드리는 감사의 카드로 썼다. 선생님은 웃으면서 고맙다고 하더니 이제 이걸 어떻게 하느냐고 해서 액자에 넣어 드릴테니까 오피스에 놓고 보시면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했더니 그러겠다 하셨다.  그리고 그 다음장은 선생님이 처방이 필요 하면 선생님도 다른 의사한테 가서 받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 드리고자 내가 써드리겠다고 하고 또 떼어 놓았다. 처음 써 준 처방전은 Naprosyn 500 mg po bid for back pain patient인데 나는 속으로 "이 약국에서 안준다고 하지는 않겠지"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하였다. 


한번은 마약 처방을 써주었는데 좀 잘못되서 처방전을 한장 아끼려는 마음에 꺼멓게 지운 적이 있었다. 이건 마약  처방이어서 '이렇게 꺼멓게 지운 자국이 있으면 약국에서 약을 안줄지도 모르는 데..' 속으로 생각하면서 처방전을 주었더니, 역시나 닥터D 께서 한말씀. “다른 처방은 괜찮지만 마약처방은 이렇게 고치면 절대로 안돼요. 다시 쓰세요.”


마약 처방전이 수상해 보이면 써준 사람에게 전화로 확인을 하고 사실과 다르면 그 자리에서 경찰을 불러 체포해가라고 해도 된다니 마약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미국의 한 단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약 처방전을 처음 써주면서 아들애가 친구들에게 우리엄마 Oxycodone 같은 약도 처방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랑 했다는 말이 떠 올라서 나는 피식 웃었다.
아들이 봄닭처럼 들뜨고 즐거운 표정으로 우리 엄마는 보통 엄마들 보다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말을 해줄때 나는 아들에게 확실히 말해 주었다.


"에녹아, 권한이 커지면 그에 따라오는 책임은 그 커진 권한의 서,너배는 된단다. 남용하면 그 권한 주 정부에서 도로 가져가지. 조심해야 한단다. 엄마는 그 약은 정말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절대 처방전 안 써줄거야. 자기가한 모든 행동에는 아기일 때 말고는 책임을 져야 한단다."


학생때 교수님께서 NP가 마약성 진통제를 너무 환자가 써 달라는 데로 써 주다가 결국 환자가 addiction이 생긴 책임을 물어서, 환자의 통증을 제대로 manage해주지 않고 pain killer만 주었다고 NP의 면허가 취소된 사례가 있다고 해주신 말씀이 생각이 났다. 최근에는 다른 병원에서 NP로 일하는 친구가 집에 왔다가 같이 근무하는 의사가 마약처방을 남발하여서 경찰에게 체포가 되어서 유치장에 갇혔다는 겁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마약 처방을 쓰려면 정부기관에 거금을 납부하고 등록 번호를 따로 받아야 하는데 권한을 주는대신 책임도 확실히 묻는 미국사회 분위기를 다시 한번 느꼈다.


아직 철이 덜들은 아들이 권한이 커지면 책임 또한 무거워진다는 쉽고도 평범한 진리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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