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그 의사는 마약상이 되었을까?
  • 조회수: 4734 | 2015.01.06

진료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젊은 여자가 환자는 아닌 것 같은 데 의사를 몹시 반기며 인사를 하였다. 옆의 medical  assistant(의사 오피스에서 의사가 환자 보기 전에 바이탈도 하고 오피스에 왜 왔는지도 기록하고 채혈, 심전도등을 하는 의사 보조 인력)가 이 여자가 누구냐고 궁금해 하는 표정을 내 얼굴에서 읽고는 그 전에 여기서 근무하다가 그만 둔 사람이라고 알려주었다.


의사와 깔깔대며 인사를 하던 그녀는 갑자기 스마트 폰을 꺼내서 의사에게 뭔가 보여 주는데 의사의 얼굴 표정이 이상하게 바뀌더니 눈도 휘둥그레졌다. 의사의 태도에 뭘 보고 저러나 궁금해진 나는 의사에게 뭔지 나도 좀 보자고 하였다.


스마트폰에는 마약 처방을 남발한 의사가 약사의 신고로 구속이 되었다는 것이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고, 혐의 내용인 즉 3년간 마약처방을 5000장을 남발 하였는데 마약의 수가 자그마치 60만 정이나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의사의 실명과 사진, 그가 프랙티스를 하는 동네 이름까지 자세히 나와 있었다. 나는 처음에 너무나 놀라고 가슴이 벌렁 거려서 기사를 자세히 볼 수도 없었다. 


의사: 아니,이 친구가 이렇게 되다니……….
나: 아는 사람이에요 ?
의사: 알다 뿐입니까? 학생때 실습 나왔을때 부터 내가 끼고 가르치고 졸업 하자마자 내가 프랙티스 하던 곳에 취직을 시켜 주었
        지요. 그런데 5년이 지나니까 계약도 어기고 나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만두는 것은 자유지만 나가면서 나한테 아주 고약
        하게 하고 나갔어요. (구체적으로 밝힐 수가 없습니다.)
나: 당신한테 트레이닝을 받았으면 고마와서 더 잘해야 할텐데, 고약하게 하고 나갔다니 사람이 경우가 없군요. 그게 얼마 전인가요?
의사: 10년이 넘었지요. 그때 내가 겪은 스트레스는 말로 다 할 수가 없어요.
나: 이제 이 사람은 의사하기 힘들겠지요? 이런 일로 구속까지 되었으니 말이에요.
의사: 그럴거에요.  

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그와 나는 약속이나 한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뻔 하니까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의사도 나도 함께 느꼈기 때문이리라.


나는 내게 일어난 일이 이나라도 의사가 겪었을 배신감과 분노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갔다. 과거에 많이 고맙게 해 준 자기에게 보답은 커녕 뒤통수를 제대로 치고 나간 그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에 연루가 되어서 매스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주인공으로 다시 소식을 듣게 되었으니 그의 기분이 어떨까? 의사를 찾아온 그녀가 즐겁다는 표정으로 한마디하였다. “당신에게 그토록 못되게 굴고 나간 사람인데 속이 시원하지요?” 의사는 한마디 하였다.

“나는  다른 사람이  안된 일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아, 멋있는 데. 속이야 어떻든 자기 감정을 저만큼 절제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는 또 한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세상에 NP되는 공부도 장난이 아니었는데 의대를 나와서 그 힘든 의학 공부를 마치고 트레이닝 과정은 또 얼마나 힘든가? 대부분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의사가 돼서 어쩌자고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였을까? 의사가 되어도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들 부러워하는 것이긴 하지만.


내가 NP프랙티스를 시작하기 전 마약 처방쓰는 권한을 갖고자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에 많은 등록비를 지불하고 certificate을 기다릴 때의 일, 그 등록비가 하도 비싸서 나는 그 사람이 그런 걸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가 의사라는 이유로 우리 병원 의사에게 툴툴대었다.   

“왜 NP하고 MD하고 똑같은 등록비를 내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의사가 아니잖아요? 우리는 깍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긴 하지만 마약 처방은 누가 썼던간에 똑같은 마약 처방이니까 똑같이 돈을 내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마약처방으로써 똑같은 효력을 발휘 하잖아요.”
…………….  그의 말이 맞아서 나는 더이상 아무 말도 안했다. '괜히 말했다. 이사람이 깎아줄 것도 아닌 데…………'


그리고 며칠 후 나는 United States Department of Justice라고 쓰인 워싱턴에서 보낸 편지를 받았다. Department of Justice라는 이름이 주는 위엄(?) 때문인지 나는 갑자기 가슴이 철렁하였다. 처음 떠오르는 생각.
'엄마야, 내가 뭐 잘못한 일 있나? 이게뭐지? Department of Justice에서 나같은 사람에게 무슨 볼 일이 있으신가?' 속으로 생각하며 다시 찬찬히 발신인을 보니 DEA라고 밑에 쓰여 있었다. '아, 마약 처방 쓸때 필요한 서류가 들어있구나.' 나는 그제야 안심 하였지만, 이 certificate을 의료인들 면허 내주는 데가 아닌 department of justice에서 관장 한다는 데 속으로 많이 놀랐었다. 잘못하면 범죄자가 된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날 편지를 받으면서 마약처방 권한을 주는 대신 잘못 사용할 경우 내가 어떻게 되는지를 확실하게 배워서인지 지금도 마약 처방을 쓸때는 아주 조심을 하는데 이사람은 의사가 3년동안 마약 처방을 5천장이나 써 주었다니 잘 믿어지지가 않았다. 무엇이 이 사람을 이토록 위험한 일을 3년 동안이나 하게 하였을까? 

이런 일이 의사로서 자기가 평생을 걸려서 쌓아 올린 것들을 밑둥부터 한꺼번에 허물어 내리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았을텐데 정말 나는 그 의사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에와서 다시 구글을 통해 자세히 그의 체포에 관한 소식을 읽었더니 그의 기사 밑에 댓글이 100여개나 달렸다. 대부분 의사의 무모하고도 어리석은 행동을 비판하는 내용이고 돈이 없어서 그랬나보다는 동정파도 있었다. 비판하는 내용의 단골 메뉴는 “저질의 쓰레기 같은 마약딜러“이고, 무엇이 부족해서 의사로서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을 그렇게 다 망쳐버리냐는 훈계성 댓글까지 비난의 종류도 아주 다양하였다.


우리가 살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며 살지는 자기가 결정하지만, 결과는 고스란히 당사자의 몫. 어리석은 실수로 본인의 일생에 돌이킬 수 없는 나쁜 결과를 남기고 또 가족들에게도 아픔을 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가을날 오후, 퇴근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호숫가의 단풍은 호수를 배경을 삼아서인지 그날따라 아주 운치가 있고 고와 보였다. 곱게 물든 단풍에 마음을 빼앗겨 있는데 이번에는 바다에서 나와 유유자적 호수를 향해 길을 건너는 오리떼가 도로의 주인이 자기들인양 모든 차를 정지 시켰다. '신호등 치고는  참 느리네.' 속으로 생각하다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이리도 산재해 있거늘 이러한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탐심으로 인한 사람들의 그릇된 행실에 대한 소식은 지구촌 전체에서 끊이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있고 며칠 후 기차안에서 내가 쓴 클리닉 노트를 읽고 있는 데 옆의 백인 여성이 실례지만 nurse practitioner 냐고 물었다. 내가 노트 겉장에 대문짝만하게 내이름을 쓰고 board certified nurse practitioner라고 써 놓았는데 그걸 본 것 같았다. 웃으면서 그렇다고 하니 본인은 모 병원 Oncologist라고 소개를 하여서 우리는 이런 저런 서로의 프랙티스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가 내가 마약 처방때문에 체포 당한 의사 이야기를 꺼내니 그녀도 들었다면서 자기도 사실 좀 겁이 난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녀의 환자는 다 암 환자여서 마약 처방을 많이 해주는데 너무 바빠서 의료법대로 컴퓨터에 항상 들어가서 체크할 시간도 없지만 잊어 버리기도 해서 거의 체크를 못한다고 했다. 그녀는 나와 똑같은 소리를 하였다.
“이런 소수의 멍청한 의사들 때문에 우리들 일만 늘었잖아요. 그런데 DEA에서 나 쫓아올까봐 너무 겁나는 것 있지요.” 그녀의 말에 우리는 마주 보면서  호호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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