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ppy doctor’s day”
  • 조회수: 3859 | 2014.07.02
내가 혼자 오피스를 지키기 사작한 지 3 주째 되던 날. 환자 한 분이 오신다고 연락이 왔는데 그분의 연세가 좀 부담스러웠다. 91세. 어떻게 하지? 이 연세가 많으신 분이 왜 오시나.. 나는 긴장이 되었다. 환자가 오셔서는 닥터가 없는데도 내가 대신 자기를 봐주니 얼마나 고마운 줄 모르 겠다 면서 아주 좋아 하셨다.

문진과 함께 내가 진찰한 소견으로는 Upper respiratory infection.
항생제와 기침약을 닥터가 이 환자에게 썼던 약으로 처방하여 드리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금물로 가글링도 하시라고 일러 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시면서 주머니를 뒤적이셔서 사탕 한 알을 내 책상에 올려 놓으셨다. 연세는 많으시지만 어린아이 같이 웃으면서 포동포동 살이 오른 손으로 사탕을 건네시는 모습이 참으로 순진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이 분의 어린아이 같은 성품이 장수하시는 비결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다. 


환자들의 blood test result 를 체크를 했더니 한 환자의 blood sugar 가 453. Hemoglobin A 1c 가 13.9 이나 되었다. 나는 이렇게 높은 Hemoglobin A 1c 를 본 적이 없었고 아무리 공복시 혈당이 아니라도 혈당도 너무나 높아서 깜짝 놀랐다. 당장 오시라고 하려고 전화를 걸었더니 없는 번호라는 안내가 나왔다. 혹시나 하여서 다시 걸어 보았더니 똑같은 소리가 들려서 사무원에게 이 환자가 의사 말을 잘 듣는 환자인지 아닌지 물었더니 의사가 그전에도 당장 오라고 전화를 해도 안온다면서 의사 말을 너무 안들어서 의사가 골치 아파하는 환자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documentation 이 중요 하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나는 환자 챠트를 컴퓨터에서 찾아서 검사 결과와 함께 환자와 연락을 시도 했으나 전화번호가 not in service 라는 recording 만 나온다고 document를 남겼다. 환자를 제대로 manage를 하지 않았다고 나중에라도 혹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하루는 몸이 좀 불편해서 오피스로 출근 하고 싶지가 않았지만, 혈압약이 똑 떨어졌다면서 처방을 꼭 그날 받아야 한다는 환자가 예약을 하였고 또 내가 안가면 다른 환자들도 다들 헛걸음을 할테니 안 갈수가 없었다. 평소에 의사들은 아파도 출근 하는 것을 여러번 봐온 나는 그들을 위로 한답시고 "의사들은 너무 중요한 사람이어서 아파도 와야 돼요." 하고 놀리기도 했는데 의사도 아닌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웃음이 나오는 상황은 못되었다. 
다른 날은 퇴근 시간이 지나도 할일이 있으면 좀 늦게 나왔지만 예약 환자가 다 온 것을 확인한 나는 주저 없이 퇴근을 하였다. "NP는 아파도 출근 해야 해." 나는 스스로를 달래면서 내게 용기를 주는 말을 한마디 해주었다. "지금 오피스에서 나를 대신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나는 아파도 가야 해.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 후회는 없다."


지난 달 마지막 주일이 여기서 “의사의 날” 이라고 병원 홈 페이지에 든 것을 보았다. 의사는 환자들에게 존경을 많이 받으니까 의사의 날 같은 것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내게 "정말 그렇게 생각 하느냐고, 자기네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고 해서 내가 맞는다고 하니까 의사들이 그냥 웃고 말았다. 의사들이 공부를 많이 했겠지 그냥 막연하게 생각 했던 나는 NP 공부를 하면서 또 국가 고시 준비를 하면서 NP가 되려고 이렇게 공부해야 하는데 의사들은 얼마나 더 많이 공부 했을까 여러번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잘난 척 하는 의사를 가끔 만나면 '의사가 세상에 자기 하나 인가, 참 역겹다.' 고 느꼈는데 NP 일을 시작 한 후에는 이제는 의사들을 보는 눈이 약간 달라졌다.


의사의 날에 나는 우리과 의사 여러명에게 “happy doctor’s day” 하고 문자를 보냈는데 문자를 받은 의사들에게서 알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마음씨도 곱다고, 고맙다는 답장이 줄줄이 왔는데 그 중의 한명이 아주 귀엽게 반응을 하였다. "고마워요. 그럼 우리 모두 다 내일 출근 안하고 놀아도 된다는 뜻인가요?" 나는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여서 다음과 같이 답장을했다. "내일 하루 의사들 모두 놀으라고 하고 싶지만 환자들은 쉬지않고 계속 아프니까 당신 같이 좋은 의사가 환자들에게는 꼭 필요하답니다. 출근 하셔야 되요." 웃는 표시와 함께 다시 도착한 답장,
​ "Kimmie, 당신은 언제나 말을 너무나 예쁘게 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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