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r diem(펄 디엠)
  • 조회수: 5749 | 2015.09.01

지난 4월 11일 아내와 나는 복덩이를 얻었습니다. 늙은^^ 부모에게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내는 임신중독증으로 한동안 입원 할 수밖에 없었고 또, 우리 아들은 뭐가 급한지 33주 만에 세상으로 튀어 나왔습니다. 심각해지는 임신중독증 증세로 유도분만에 들어간 지 24시간이 지났는데 모니터 상 태아의 맥박이 갑자기 60으로 떨어져 올라오지 않는 겁니다. 분만실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수술실로 순식간에 날라 가더군요. 탯줄이 감겨 있는 상태에서 아이가 내려오면서 저산소증으로 생긴 문제였는데...

요즘은 보통 가족들이 분만실에 함께 들어가 감격의 순간을 함께 하는데 워낙 응급상황이라 의료진들이 나를 수술실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서 수술실 앞에서 서성거리며 아이와 산모가 다 건강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K-드라마를 찍으면서 사내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다행히 아이와 산모가 건강하고 빠르게 회복하였고...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 긴박한 상황이 없었다는 듯이 아이가 잘 커주었고 지금은 제법 눈을 마주보고 방실 방실 웃기 시작해서 육아로 지쳐있는 아내와 나를 위로해 주네요.

저는 미국에서 9년여를 일하면서 정규직(Full time) 신분을 항상 유지해 왔습니다. 정규직은 일 년에 한 달이 넘는 휴가와 교육비 지원, 의료보험 등 각종 혜택(Benefit)이 많아 한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들은 정규직 신분을 유지하길 원합니다. 아내와 나는 둘 다 정규직이라 그런 혜택이 있으니 두 명중에 한 사람이 정규직을 포기하고 아이 기르는 일에 집중할 것을 고민하였습니다. 아내가 집으로 가져오는 수입이 나보다 많다보니 내가 정규직을 포기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아이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면서 아내와 근무가 겹치지 않게 하고 그러면서도 간호사로 계속 일할 수 있는 방법!

미국에는 그런 방법이 있습니다. 비록 일을 시작한지 4개월 밖에 안 되었지만 며칠 전 병동 메니저에게 용기를 내어서 Per diem으로 신분을 바꿔주기를 요청하였습니다. 병동 메니저는 흔쾌히 나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6주 후부터는 Per diem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Per diem 이란 어떤 것일까요?

Per diem 신분의 간호사는 각 병원의 형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2주(2주는 급여가 한 번 나오는 급여기간의 한 단위)에 하루, 혹은 이틀만 일하는 것입니다. 제가 일하는 병원은 특이하게 6주 동안 삼일만 일하면 고용이 유지되는 Per Diem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이 Per diem의 좋은 점은 나같이 육아에 집중하면서, 혹은 학업을 이어가면서, 혹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간호사 career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나쁜 점은 혜택(Benefit)이 없어 의료보험을 따로 사거나 혹은 배우자가 혜택(Benefit)이 있어야겠지요. 어쨌든 그동안의 정규직 자리를 포기하고 Per diem으로 일하게 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아래는 내가 병동 메니저에게 보낸 Per diem 요청 메일이고 그 다음은 답신입니다. 물론 내 메일은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쉬운 아내의 손을 본 문장들입니다.

가끔 아내가 내게 손편지를 쓴 것을 읽으면 웃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문장력이 거의 초등학생 3~4학년 수준입니다. 아내는 7살 때 이민을 왔는데 한국어 문장 구성이라든가 철자가 많이 모자랍니다(최근 카톡을 하면서 많이 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미국에서 자란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거의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합니다. 내 생각엔 말하는 것을 그대로 글로 옮기면 쓰기 한국어도 잘 만들어 질 것 같은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쓰기와 말하기는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봅니다.

말도 잘 안 되는 내가 영어로 글을 쓴 것을 원어민이 읽는다면 얼마나 허접하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중요한 글을 쓸 일이 있을 때면 아내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어쨌든 읽어보시죠.

Hi, Molly

This is Enoch.

I hope you had a good vacation.

I am wondering if its possible for me to switch to per diem?

My wife is starting a new job with a complicated schedule and we are finding it difficult to coordinate our schedule to take care of our newborn.

Switching to per diem would give us a lot more flexibility.

I already put in an application online, but I wanted you to know the reason why I am requesting this change.

I'd really appreciate your consideration on this matter.

Please contact me if you have any further questions.

Thank you!

Enoch (Doo) Park

이 메일을 보내고 반갑게도 긍정의 답신이 돌아왔습니다.

아래 글이 그 내용입니다.

Hi, Enoch.

I am sorry to hear that you want to go Per Diem, however I understand that your circumstances have changed. The only issue at this time is hiring someone to replace you. I cannot release you from your Full Time spot until I can replace you.

I am out the rest of this week headed to a conference, but will return Monday. I am planning on setting up interviews for the FT positions next week. In the meantime, I can post your position, and as soon as I fill it, I can release you.

The bottom line is that it could take 4-6 weeks to replace you, and in the meantime I would need to have you remain full time. Thank-you for reaching out to me.

그래서 저는 이제 이 주에 하루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가려 합니다.

물론 너스케입에 글도 더 자주 올리려 노력할겁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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