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내 질서를 존중한다는 것 2010-04-20
-
조회수: 3050 |
2010.04.20
드라마 "산부인과"를 보다가 병원내 질서에 관련한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Down syndrome 아기를 가진 부부가 의사를 상대로 sue를 걸며 병원내에서 난동을 피우는 장면이 있다.
이미 의사는 산모에게 low risk긴 하나 down syndrome 아기를 가질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양수천자 검사에 대한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산모는 검사비가 부담된다며 refuse한 상태다.
그리고 의사는 진료기록지에 "거절함"이라고 기록을 남긴 상태였다.
몰랐는데 한국에선 의료법상으로 Down syndrome이라고 아기를 낙태할 수도 없단다.
이런 상황에서 그 부부가 아무리 의사를 상대로 sue를 건다고 해도 얻을 건 없다.
되려 병원에서 의사 멱살을 쥐고 난동을 부린 걸로 인해
"진료방해" 및 "명예훼손"죄로 sue를 안 당하면 다행이다.
웃긴건 드라마가 의사를 완전 성인군자로 만드려고 작정했는지
그 부부 앞에 무릎 꿇며 맞아주는 의사의 모습을 그려냈다.
어이가 없다.
한국에 있을 때도 느낀 거지만 미국 나와보니 한국 사람들의 질서의식은 정말 빵점짜리란 생각이 든다.
병원내에서의 질서의식은 더더욱 형편없다.
환자 상태가 조금이라도 나빠진다거나 뭔가 맘에 들지 않는게 생기면
이건 왜 이렇고 저건 왜 저렇고 하는 인과관계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고
무조건 "원장 불러와~!!!!"하고 소리지르고 본다.
원장 없으면 "수간호사 불러와~!!!!"다.
나 역시 4년차때 쯤 급식과와 수술실 간호사들의 잘못으로 인해 보호자에게 뜬금없이 멱살을 잡힌 적이 있다.
아무리 사정 설명을 하고 대신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간호사 불러와"만 외치며 멱살을 잡는데....
정말 간호사복 집어던지고 "이새끼가 지금 내가 뭘로 보여~!!"하며 맞짱 뜨고 싶었다.
내가 당한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ER에 있다보면 간호사건 의사건 상관없이 환자, 보호자에게 얻어터진다 한다.
이미 환자며 보호자들의 언어, 신체 폭력에 노출되는 ER의 현실에 대한 논문도 여럿 나오고,
대중매체에서도 이를 문제삼아 여러번 다뤄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은 없다.
언제고 후배 아버지 장례식장엘 간다고 어느 병원에 방문한 적이 있다.
병원 앞이 시끌시끌해 무슨 일인가 하고 가서 보니
어느 환자 가족들이 병원 앞에서 꽹과리에 북 치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시위하고 있었다.
이유인 즉슨.... 20대인 아들이 얼굴뼈 골절로 수술을 받았나본데....
AVM이 있었나보다. 수술 중 그 뇌혈관이 터졌고 그로 인해 심한 뇌손상을 입은 모양인데
그걸 갖고 병원에서 "우리 아들 병신 만들어놓고 수수방관한다."며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20대인 젊은 청년.... 얼굴 단순 골절로 들어왔는데
누가 AVM을 의심하고 brain MRI를 찍고나서 수술을 하겠는가.
수술 기본 labs 해봤자 CBC, BMP, PT/PTT, UA, Chest X-ray.... 그게 전부고,
모든 검사가 정상이면 수술 들어가는게 사실 "정상"아닌가.
그런데도 그렇게 난리 치고, 병원 욕하고 다니면 뭔가 된다고 생각하는게 한국인의 정서같다.
미국에 와서 일하다보니 적어도 그런 일은 없는 것 같다.
sue를 해도 조용히 하고.... 항의를 해도 조용히 한다.
행여나 한국식으로 난리를 치게 되면 그냥 조용히 security guard에 의해 끌려나간다.
끌어가고, 끌려나가는 장면이 연출될 것도 없이
guard가 와서 "왜 이러십니까. 조용히 합시다."고 한마디 하면 다들 조용조용해진다.
내 눈에는 이 모습들이 authority에 대한 존중이자 병원 질서에 대한 질서의식으로 보인다.
나는 그 드라마 "산부인과"를 보며
그 에피소드가 그런식으로 풀릴게 아니라
보호자가 되지도 않는 이유로 의사를 병원 한가운데에서 욕 보이고 주먹잡이를 한 데 대해
정당한(!) 처벌을 받는 식으로 풀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부인과 관련 질병과 치료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열심히 가르치듯 하면서
왜 병원내 질서에 대해서는 그따위 에피소드밖에 그려내질 못하느냐 말이다.
한심한 작가....
그따위니 수간호사도 그따위로밖에 못 그려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