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간은 너무 바쁘게 일했다. 환자를 받자마자 수술방 보내고, 다시 환자 받고, 수혈하고, 중간중간 응급실에서 환자 받고 하며 3일을 지내고 나니 아침에 일어나는데 온 몸이 욱신거려 감히 침대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겨우 자고 일어나니 오후 4시. 물 좀 마시고, 고픈 배를 좀 채우고 정신 좀 차리려니 병원 nursing supervisor에게 전화가 온다.
"Mindy. 오늘 밤에 근무 하루 더 뛸 수 있겠니? 뛸 수 있다면 병원으로 연락주렴."
사실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병원 전화번호가 뜨는 걸 보고 understaff 상태인 것은 예상했지만 도저히 이 몸으로 하루 더 근무를 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옆 tele 환자를 보고 있던 Enoch 선생님이 오시면서 매일매일 왜 그리도 바쁘냐고 웃는다.
그러고 보면 환자의 중증 상태가 그닥 심각하지도 않은데 나는 근무 초반부터 계속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환자 네 명으로 시작해서 시작하자마자 응급실에서 신환을 받은데다 이미 한 명은 수혈을 시작한 상태, 다른 한 명은 의사에게 막 수혈 오더를 받아 blood bank에 피를 신청한 상태. 그리고 네 명 중 세 명은 pain control이 필요한 환자들. 모두들 번갈아가며 1시간마다 call을 해대는데....
더더욱 바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세 명이 1시간마다 소변을 보고, ice chips을 찾고, pain 약을 요구해서였다.
몇 달 전 나는 CDC(prison이나 correctional facility에서 온 환자들을 간호하는 곳)에서 근무하던 중 환자 한 명을 잃었다. 물론 환자가 Morphine만을 요구하며 remote tele box를 혼자 뜯어내고, 다른 모든 약을 refuse 하던 중 heart attack이 왔기에 책임 문책같은 건 없었지만 나는 가끔 그때 그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내가 어떻게 좀 했었더라면 그 사람이 살아있을지도.>라는 생각을 한다.
11시경 환자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어 무심코 병실 앞에 갔다가 환자 상태가 이상함을 발견하고 바로 CPR을 했었는데.... CPR 팀으로 달려온 ICU nurse도 상태로 보아 그나마 운 좋게 빨리 발견한 것 같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사망했다. 내가 만일 그때 rounding을 돌지 않았다면 CPR try도 못한채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body만 발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일 이후로 나는 call light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달려간다. 물론 달려가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pain 약 달라, 물 달라, 화장실 가려고 하는데 도와달라, 똥 쌌다 하며 무언가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혹시나, 100의 1이라도 chest pain으로 call light 버튼을 눌렀는데 나나 care partner가 그에 빨리 반응하지 않아 환자 상태가 심각하게 나빠진다면 하는 생각에 나는 call light을 무시할 수가 없다.
<혹시나>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What do you need?"
"I'm in pain."
"Do you need medicine?"
"Yeah...."
밖에 나가 narcotic box를 열고 약을 가져와 IV로 주니 ice chips 좀 달란다. 그래서 가져다 주었더니 소변 보고 싶다며 bed pan을 대 달란다. 그래서 대주고 나니 2분 뒤 다시 call. 다시 들어가 bed pan빼주고 urine output check하고 bed pan 간단히 씻어두고... 그러고 나니 환자가 <이제 괜찮아. Thank you.>그런다. ice chips을 가져다주고 bed pan을 대주고 하는 일은 care partner 일이다. 그래서 많은 간호사들이 환자들이 이런 요구를 할 때마다 그 자리에서 care partner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 ice chips 갖다줘, bed pan 대줘."하고 부탁하고 말거나, 아니면 call light이 울려도 care partner가 그 방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곤 한다. 나는 병실을 돌아다니면서 이런 간호사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바로 옆 방에서 call light이 울리는데도 들어가볼 생각을 않는다.
"야. 이 방 call light 울려." 하고 말해주면
"괜찮아. care partner가 들어갈꺼야. 아마 물 달라는 걸꺼야." 하고 하던 일만 하는 계속하는 경우도 곧잘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내가 환자 입장으로 수술 후 침대 위에 누워있는데, 수술 후 통증으로 화장실 갈 상태는 못되고, 방광은 터지 듯해서 call light 버튼 눌렀는데도 10~15분....소식이 없다면 얼마나 frustrating 할까. 수술 후 입이 쩍쩍 말라 ice chips을 좀 먹고 싶은데 call light을 눌러도 소식이 없다면 그 목마름이 얼마나 더 심하게 느껴질까. 간호사가 약 준다며 들어오길래 ice chips 좀 달라, bed pan좀 대 달라 했더니 "care partner 불러줄께."하고 나가버리고, 불렀다는 care partner는 20~30분 뒤에 들어오면 얼마나 화가 날까.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간호사들은 환자 5명을 맡지만, care partner들은 10명....많게는 15명의 환자들을 맡는다. 이들은 대부분 환자를 씻기고, 화장실로 데려다주고, 가끔 운동도 시켜주는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들을 맡는다. 항생제를 걸고, 약을 먹이고 하는 간호사 업무는 사실 1분도 안 걸린다. 하지만 수술 후 환자의 이동을 돕거나 bed pan을 대주고, position change를 해주는 일은 환자 상태에 따라 5분~30분이 걸리기도 한다. 여기저기서 call light이 동시에 울려대기라도 하면 care partner는 정말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녀야 한다. 물론 게으른 care partner들은 세월아 내월아 하며 내가 안 하면 간호사가 가서 환자 체크하겠지, 어차피 욕 먹는 건 간호산데 하며 상관 않기도 하지만 전부가 그런건 아니다. 마치 게으른 간호사가 환자가 어떻게 느끼던 말던 주는 약만 시간맞춰 주고 care partner만 불러대며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간호사들 특징이 환자 상태의 detail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언젠가 캐나다에 있다 돌아온 간호사가 한국 병원에서 일하면서 assess도 없이 OCS에 foley 몇Fr, urine color는 무슨 색 죄다 체크해서 기입해야 하는게 너무 frustrated하다며 글을 적은 적이 있다. 이 곳도 마찬가지다. 환자에게 관심 없는 간호사는 12시간 동안 환자가 소변을 보지 않았다고care partner가 얘기해도 "괜찮아."하고 무시해버리기도 하고, 소변 색이 amber인지, clear yellow인지도 모른채 컴퓨터에 그저 clear, yellow하고 클릭클릭 체크해버리고 말아버린다. care partner가 특별히 언지해주지 않는한 자기 환자 소변 색이 어떤지 모르고 지나가는 간호사들 여기도 정말 많다. 미국 시스템이나 간호사 수준이 정말 다를 꺼라는 큰 기대는 않는게 좋다.
바쁘게 일을 끝내고 시계를 보니 벌써 4시 반이다.
아침 일을 마치고 7시쯤 day 번에게 인계를 주고 나서 환자 방에 같이 들어가 또 짧게 인계를 주던 중 (요즘 인계 시스템이 바껴 간호사들끼리 document 인계가 끝난 후 환자 방에 같이 들어가 환자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환자에 관련한 간단한 인계를 환자와 share하도록 하게 되었다.) 환자 한 명이 그런다.
"Mindy, you did such an amazing job. I really appreciate that, so... are you coming back?"
"Not tonight.... maybe after 3 days."
"oh....."
거의 30분~1시간 간격으로 끙끙대며 bed pan을 대달라, pain 약 달라, ice chips 달라 요구하던 그 환자는 이른 아침 나에게 <내가 너무 자주 불러서 귀찮지? Am I a horrible patient?> 하며 물었었다.물론 솔직히 그 요구가 귀찮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내일부터 3일 쉰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 잘 마무리하자는 태도로 해달라는 거 다 해주며 <You know what? You are my favorite patient tonight. You are such a cute mamma.>하고 웃어주었더랬다.
약을 5 rights에 맞춰 주고, 환자의 상태를 잘 읽어 의사에게 적절히 notify하는 등의 big picture를 그리는 건 간호사에게 있어 정말 중요하게 요구되는 task다. 하지만 물을 주고, 팔을 쓸어주고, 얼굴을 닦어주고, bed pan을 대주는 등의 작은 간호 역시 간호사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tasks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종종 경시하고 잊곤 한다.
가끔 환자 간호가 어렵다며 한숨 쉬는 new grads을 보곤 한다.
내가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다고 상상해보자.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할까.... 생각하며 환자 간호에 접근하면 답은 쉽게 보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