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행사
  • 조회수: 3076 | 2008.09.04

지난 주는 이 곳 미국에서 간호사들의 주였다. 한국에 있었을 땐 막내라는 이유로 차출(!)되어 어느 경기장에서 열리는 간호사들 운동회 모임에 참여해야 했고, 강요성 이벤트에도 참석해야 했는데.... 이 곳 병원에서는 그런 강요성 이벤트 하나 없이 일주일 내내 매일매일 간호사들을 위한 이벤트를 열었고, 추첨을 통해 많은 상품들을 뿌려댔다. 화요일 저녁쯤이였을까. 출근을 하니 shift leader가 모두에게 봉투 하나씩을 내밀었고, 봉투를 열어보니 RN이라고 새겨진 하얀 scrub과 함께 manager가 보내는 card가 있었다. ”잘 하고 있어~ Cora.”
그리고는 어느 이름난 제과점에서 특별히 주문했다는 쿠키를 하나씩 던져준다. 자그마한 이벤트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대접받는다는 느낌,
그리고 나도 이 병원의 한 일원이라는 느낌.

 

Nurses week 이 끝나자마자 바로 Hospital week이 시작되었다. 우리 병원만의 축제날과도 같은 날인데 Mahalo(Hawaii말로 ”Thank you.”를 의미한단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런저런 이벤트를 갖으며 즐기는 주다. ”하와이 스타일 스크럽 대회”, ”무료마사지”, ”딸기 아이스크림 제공”, ”연예인 초대”등등의 각종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나는 특별히 무료마사지에 관심이 있어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가서 마사지를 받고 왔다.
 나는 마사지 때문에 태국을 세 번이나 다녀온 사람이다. 14불 정도로 2시간씩 받는 마사지에 이미 spoil된 나는 이 10~15분 하는 간단 마사지가 그닥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도 공짜라는데에 만족. 그 다음날 출근길에는 특별히 병원 정문 입구로 향했다. 그 날은 카스테라 위에 딸기, 아이스크림, 크림을 얹은 간식을 나눠주는 날이였다. 아이스크림을 받고 들어가려는데 입구에서 뱃지와 가방, 티셔츠까지 뿌리고 있다. 지난 주에 받은 scrub은 천이 별로였는데 이 티셔츠는 디자인도 괜찮고 질도 좋다. 마지막 금요일에는 한 명을 추천해서 하와이로 가는 무료 비행기표와 호텔 예약권을 주기도 했다. 누가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늘을 나는 기분이겠지. 아. 하와이..... 



3일 day offs를 받아 잘 쉬고는 출근을 했다. Preceptor가 쉬는 날이여서 다른 preceptor를 배정받아 근무하게 되었다. India에서 온 Christina. 사람은 굉장히 좋은데, 그녀의 발음과 말하는 스타일이 정말 싫어서 사람까지 싫어지려고 한다.
 특유의 indian 억양와 발음도 알아듣기 힘든데, 말도 굉장히 빨리 한다. 그래서 필리핀 간호사들과는 문제가 없다가도 이 사람과 일을 하게 되면 communication 에서 문제가 늘 발생한다. 내가 너무 못 알아듣기 때문이다. Christina도 답답한지
 ”What I’m asking you about is.....”
 ”What I’m talking about is....”
 ”Oh.. you didn’t understand what I said.”
하며 계속해서 rephrase해댔다. 그럴 때마다 나도 속으로 ”야. 나도 답답해. 똑바로 좀 발음 해. 그래야 알아듣지.”하며 가슴을 쳐댔다.
 더군다나 환자 5명 중 세 명을 나에게 assign했는데 그 중 한명은 drug seeker. 한 명은 굉장히 needy한 사람. 일부러 알고 나에게 그런 환자를 미룬건지, 아니면 ”너도 그런 환자 계속 경험하며 배워야 해.”라는 의미인지. 암튼 그 두 명의 환자를 보면서 나는 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론 preceptor마다 성격이 다르고, 일하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아직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사람인데, social interaction나 attitude에 문제가 있는 특별한 환자를 맡길 때에는 어떤 것들을 주의해라....하며 미리 주의를 줘야 하지 않을까. 사람을 비교하면 안되지만 내 원래 preceptor인 Althea보다 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drug seeker는 sickle cell anemia를 진단받고 병원 신세를 아주 자주 지는 19살의 흑인이다. 속된 말로 어찌나 재수없게 구는지 모든 간호사들이 혀를 내두르는 환자다. 그래서 전에 Rose라는 다른 간호사와 일을 하면서 이 환자를 맡았을 때 Rose가 ”너는 아직 orientee고 이 환자를 맡으면서 어쩌면 너무 힘들지도 모르니 내가 맡도록 할께. 얘는 attitude에 문제가 상당히 많거든.”하며 아예 방에도 못 들어가게 했었다.
 암튼 Dilaudid가 들어간지 정확히 2시간만에 그 방에서 call이 들어왔고 들어가니 예.상.했.던.대.로. 통증약 Dilaudid, 오심구토약 Phenergan, 항가려움증약, Benadryl을 같이 달라고 요구하더라. Chart를 보고는
 ”내가 지금 우선 Phenergan을 줄께. 그리고 Dilaudid를 가져다 줄께. 하지만 Benadryl은 4시간이 지나서야 줄 수 있겠구나. 대신 cream이 있는데 그걸 바르지 않겠니?” 했더니 그리 하겠단다.
 그리고는 cream을 주고 가려운 부위가 어디인지 살펴보기 위해 거기 서 있으니
 ”왜.... 보고 싶어?” 하며 아주 퉁명스럽게 물어본다. 아마도 private area인가보다.
 ”아. 미안. 조금있다 다시 들어올께.” 하고는 방을 나섰다.


1시간쯤 지났을까. Physical assessment를 해야 해서 방에 들어가서는 lung sound, bowel sound를 체크하고 ”I’m gonna check your feet, then.”하고는 양말을 벗기려니
 ”아이씨~”하며 발을 휘두른다.
 <야야야..... 너 나 치겠다.>하고 말이 나갈 뻔 했다. 오줌 잘 싸냐, 똥 잘싸냐,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 물어보니 대꾸도 않는다. 나오면서 ”9시 medication이야.”하고 약을 내미니 약을 입에 털어넣고는 약컵을 확 던져버린다.
 <아유, 이걸 진짜..... 약에 찌들어갖고 하는 짓거리라곤.....>
 나오자마자 컴퓨터를 열어 Clinical note nursing란에 그 녀석의 행동거지(!)를 모두 적어내렸다. Drug seeker들은 말도 잘 지어내고 자주 sue건다는 협박을 해대서 이렇게 care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바로바로 chart에 적어 기록을 남겨야 한다. 그래야 뒷탈이 없다.
chart를 뒤적여보니 온 몸이 다 아파 들어왔는데 검사 결과 이상은 없고, 그냥 그렇게 매일 2시간씩, 4~6시간씩 이약 저약 맞아가며 일주일 넘게 병원에 머물고 있었다.
 나는 늘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chaplain에 들어가 기도를 한다.
 아픈 사람들을 간호하는데 있어 내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 이 손에 은혜주시고, 능력 허락해달라고.... 그 사람들의 아픈 마음까지 감싸안을 수 있게 따뜻한 마음과 인내를 허락해달라고. 그 기도는 일 시작 2시간만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것만 같고 이미 내 마음 속은 환자에 대한 insult로 가득했다.
 새벽 2시 반쯤 되었을까. 오리엔테이션 동기인 Patricia에게 긴 편지를 썼다.
 ”Patricia.... I might not be a good nurse, not even a good person. I can’t bear with this situation……”
 오리엔테이션을 받게 되면서 알게 된 50살의 히스패닉 아줌마, Patricia.
 워낙 처음 하는 일이고 나이도 있다보니 이 바쁜 환경에 적응이 힘들었는지 자주 한숨을 쉬며 “나 못 해먹겠어.”하며 토로했고, 그때마다 나와 Joseph이 위로를 해주곤 했는데, 요즘은 내가 더 많이 complain하고 있는 것만 같다.
 늘 자주 껴안아주고, 같이 밥 먹고, “우리 잘 하자.”하며 토닥여주는 입사동기.
 이 곳에서 이런 좋은 동료를 만나게 되어 나는 참으로 lucky하다. 
휴우. 긴 한숨을 쉬고 break time을 가지기 위해 staff lounge에 들어서니 Laarni가 체리 농장에 다녀왔다면서 cherry를 한 봉지 꺼낸다. 안그래도 cherry가 너무너무 먹고 싶었는데. 두 컵 한 가득을 먹고 나니 기분이 조금 풀린다. 먹는걸로 기분이 풀리는걸 보면 나도 그닥 complicate person은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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