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ugh night
  • 조회수: 98 | 2020.09.10

이틀 근무를 마치고 오늘로 3일 오프의 첫날을 맞이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의 질이 자꾸 떨어지나 봅니다.

요즘은 아무리 힘들게 일하고 온 뒤라도 일단 누우면 잠이 오질 않고, 베나드릴에 와인 한 잔 걸쳐도 잠이 푹 오는 것 같질 않아요.

 

 

그래서인지 근무할 때마다 더더욱 피곤한 것 같습니다.

데이 근무로 옮겨야 하나 싶다가도 이미 익숙해져 버린 나이트 근무 떠나는 것도, 바뀌어버릴 일상도 좀 걱정되어 주저스럽네요.

주 중에 계속 일하는 남편과의 스케줄과 마찰이 생길까도 걱정이고요.

 

 

암튼, 지난 이틀 근무는 좀 많이 힘들었습니다.

특히나 첫날은 12시간 대신 8시간 근무임에도 불구하고 8시간 내내 physically + mentally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아침에 나오면서 삼성 앱을 열고 스트레스 지수를 체크해보니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점을 찍을 정도였습니다.

 

 

최근 코로나로, 그리고 산불로 인력이 좀 부족해졌고요.

그중 Heart Surgery 환자를 받을 Heart nurses들이 더 부족해졌어요.

그 와중에 환자는 계속 계속 늘었고요.

 

 

그래서 8시간 '수업 - 트레이닝'만 받은 저에게 두 명의 하트 환자를 안겨주셨습니다.

그중 한 명은 중환이었고요.

Rocuronium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시작과 함께 이상한 funky rhythm이 뜨면서 모니터가 미친 듯이 울려대고, 제 폰도 덩달아 "니 환자 V fib, 니 환자 V tac!!!" 하면서 울려대네요.

응급 EKG 찍고 Bedside labs이랑 ABG 돌리고 온콜 닥터 부르고....

그러는 와중에 다른 한 환자는 epi drip 들어가면서 pain med 달라고 불러대고....

저녁 11시에 근무 시작해서 처음 의자 앉은 게 새벽 2시 반이었네요.

 

 

그나마도 앉자마자 미친 듯이 차팅 시작하고, 환자 파악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아주 기본 케어조차도 못하는 시간이 계속되었습니다.

환자 턴도 oral care도 제대로 못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6시에 두 환자 다 침상 목욕 혼자 하고, 침대보 다 갈고, 다른 한 명은 침대 밖으로 옮겨 의자에 앉히고 했네요.

 

 

익숙하지 않은 환자군을 보면서 이렇게 밤새 쌩쇼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 와중에 "도움 필요하면 얘기를 해야 도움이 필요한지 알지."하며 나름 verbal support만 하고 쓩 도망가 버리는 리소스며 주임간호사.

 

 

아침에 주임이 와서는 "good job! You handled it so well." 하길래 "내가 잘한 것 같아? 있잖아. 오늘 밤 나 call in sick 하고 안 온다. 이렇게 일 못할 것 같아. 완전 burn out이야." 입속에서는 Such a shitty night! 하고 최고의 욕을 해주고 싶었는데 엄청 참았습니다.

 

 

그러자 왜 그러냐며 허그 해주고 가는 주임....

집에 오니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멘탈은 붕괴.

그 짜증과 분노가 결국 가족에게 vent out 되네요.

 

 

뭣도 모르고 뛰노는 아이들의 소음에 잠도 잘 못 자고, 남편은 남편대로 쉬는 날 혼자 아이들 보며 살림해야 하니 짜증 나고....

그 모습 보니 내가 더 힘내야겠다 싶고 해서 어찌어찌 챙겨 먹고 또 근무에 나섰습니다.

 

 

어사인을 보니 제가 본 두 환자를 찢어놨더라고요.

어제 저를 엄청 바쁘게 만들었던 그 환자가 1:1이라고....

어제도 1:1이었던 환자를 다른 환자와 함께 저에게 안겨주었던 겁니다.

 

 

다들 저에게 조용히 와서는 "왜 컴플레인 안 하고 그렇게 다 환자를 안고 봤냐."라고 하고, 뭣도 모르는 저는 주는 대로 받았을 뿐이고....

눈치가 보인 주임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I mistreated Mindy last night. Sorry "하며 사과합니다.

 

 

그렇게 이틀 나이트가 지나갔고요.

힘들게 hands on 경험을 했습니다.

아직도 그날 밤 생각만 하면 한국 숫자 욕이 막 나올 정도지만, 그런 경험이 없이는 또 배우는 게 없을 것 같아 그냥 참아내는 중입니다.

자꾸 힘든 케이스들 봐야 점점 더 담대해지고 배우는 게 생기니까요.

 

 

문득 ICU 처음 들어갔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Major abdominal surgery를 받고 줄줄이 드레인 달고 목에 손목에 Central line, a line 박고 온 환자.CVP, A line 셋업도 못하고, 심지어 환자를 만지기가 두려워서 막 수술 마치고 온 환자를 ICU 침대로 옮기지도 못하고 쳐다만 보던 때가 있었네요.

지금이야 그런 환자 껌이지만요.ㅜ.ㅠ

 

어느 날 heart 환자 보며 "껌이네..."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3 day offs 첫날. 작은 아이가 새벽 3시에 깨서는 울며 방에 들어왔고, 5시부터 깨서는 놀고 싶다고 보챕니다.ㅜ.ㅠ

두어 시간 같이 놀다 보니 첫째가 깨서 나오고....

그렇게 애들 챙기다가 이제야 테이블에 앉아 hemodynamic monitoring 책 펼쳐들었네요.

확실히 경험 한번 했다고 책 내용이 좀 더 이해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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